새해부터 시즌2로 야심차게 돌아온 <집사부일체>가 초반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방송 시간대 변경, 출연자를 둘러싼 여러 악재 속에, 차별화 포인트를 잃은 진부한 구성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5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집사부일체2> 6회에서는 배우 진선규가 사부로 출연했다. 영화 <범죄도시>로 늦깎이 스타 덤에 오른 진선규는 선과 악을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양면적인 이미지와 뛰어난 연기력으로 뒤늦게 진가를 인정받았다. '집사부' 멤버들은 진선규의 철학인 '감사, 겸손, 진심'의 의미를 되새기는 백패킹 체험을 함께 했다.
 
저녁이 되어 텐트를 완성하고 모두가 모여앉아 이야기는 나누는 자리에서, 진선규는 '감사하다'는 마음을 되새기게 된 계기에 대하여 밝혔다. 진선규는 "<범죄도시>라는 영화로 상을 받고 많은 분들이 알아보게 되면서 엘리베이터를 탄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무서웠던 순간이었다"며 의외의 속마음을 고백했다. "내가 무언가 가득 차 있지도 않고 보여준 건 딱 그거 하나 뿐인데, 너무 모든 걸 다 할 줄 아는 사람처럼 저한테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그게 부담감과 두려움으로 다가왔다"고 털어놨다.
 
진선규는 "사람들은 다 '잘 되었으니 노 저어야죠'라고만 이야기하더라. 이런 물결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했다"고 이야기하면서 "맨 처음에 내가 좋아했던 것. 왜 좋아했는지 초심을 떠올렸다. 연기를 하고, 동료들과 무언가를 함께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하는 게 행복한 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그 순간에 해야할 것에 행복해하면 될 것 같았다"는 결론을 찾았다고 밝혔다.
 
진선규가 무려 12년에 걸친 기나긴 무명생활을 묵묵히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진선규는 "무명 시절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오히려 '힘들지 않았었다'고 이야기를 한다. 물론 금전적인 부분은 항상 힘들었다. 은행에서 소액 대출도 못받아서 씁쓸하게 울기도 했다. 돈이 없어서 쌀통에 쌀이 떨어졌던 적도 있다"고 밝히면서도 "그럼에도 크게 힘들다고 느끼지 않았던 건 좋은 아내와 친구들이 옆에 있었던 덕분"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진선규는 "아내는 쌀이 떨어져도 '친구에게 빌리면 되지'라고 의연하게 대처했다. 친구들은 제가 어려울 때마다 조금씩 도움을 줬다. 지금의 제 모든 건 아내와 친구들을 통하여 만들어진 것"이라고 고백했다.
 
그리고 이러한 삶의 값진 경험은 진선규의 연기와 인생철학에도 깊은 영향을 줬다. 진선규는 "나의 부족함을 솔직히 드러내고 표현하면, 내 주변의 사람들이 내 부족함을 조금씩 메워줄 수 있다. 그걸 나 혼자 해결하겠다고 끙끙대면 나 혼자만의 연기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이야기하며 "정말 좋은 동료들이라면 내 부족함을 메워줄 것이고 그게 팀워크가 된다"고 소신을 밝혔다.
 
영화 <카운트>에서 복싱 선수 출신 교사로 출연한 진선규는 가장 좋아했던 극 중 대사를 소개했다.

"복싱이라는 게 다운됐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다. 다시 일어나라고 카운트를 10초씩이나 주거든. 네가 너무 고되고 힘들면 그 자리에 그대로 누워있어라. 네 숨이 다소 돌아오면 그때 다시 일어나 싸우면 된다. 내 인생도 아마 다섯이나 여섯쯤 세고 있으려나."
 
진선규는 "너무 일어나려고 발악하지 말고 넘어졌을 때 잠시 쉬라는 이야기, 다섯이나 여섯이라는 카운트는 내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희망을 주는 숫자"라면서 본인이 연기를 하면서도 스스로 감정이 이입되어 그 대사를 곱씹어보게 되었다는 일화를 고백했다. '집사부' 멤버들은 역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선규의 진심어린 이야기에 깊이 공감했다.
 
배우 진선규의 겸손하고 진실한 인품이 돋보인 '감사로드'는 모처럼 내용 면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정작 <집사부일체>의 해당 방송분 시청률은 1.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에 그치며 여전히 1%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1월 1일부터 시즌2에 돌입한 <집사부일체>는 3회에서 2.3%를 기록했던 것이 최고 성적이고, 나머지 회차에서는 줄곧 1%대 시청률에 머물며 부진에 빠져있다.
 
2017년 12월 31일에 첫 방송을 시작한 <집사부일체>는 지난해 9월 18일 시즌1을 종영하기까지 SBS의 주말 장수 예능으로 자리잡았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한 획을 그은 인물들을 '사부'로 섭외하고 그들이 거주하는 공간을 직접 찾아가 하루 동안 현장 체험형 인생 수업을 받는다는 콘셉트로, 교양과 예능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시즌2 들어 <집사부일체>는 오후 4시 50분 방송으로 시즌1과 편성이 변경됐다. 이 시간대에 방송되던 SBS 간판 예능 <런닝맨>이 6시 20분대로 내려오며 자리를 바꾼 모양새가 됐다. 이는 결과적으로 <집사부일체>에는 독이 됐다.

한동안 주춤하던 <런닝맨>은 황금 시간대로 내려오면서 시청률이 잠시 5% 후반대까지 반등하는 조짐을 보이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걸그룹 아이브, 중국배우 견자단 등 화제성 있는 게스트들의 출연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다시 3~4%로 하락했다. 이는 편성 변경 이전과 비슷한 시청률로, 결국 <런닝맨>과 <집사부일체> 양쪽 모두에게 이도저도 아닌 결과가 됐다.

연이은 '출연자 리스크'도 <집사부일체>를 곤혹스럽게 하는 변수가 됐다. <집사부>의 개국공신이자 실질적인 MC 역할을 하던 이승기가 시즌2 방송 직전에 돌연 하차했다. 이승기는 당초 시즌2에서도 함께할 것이 확실시되었으나 논의 끝에 합류가 불발됐다. 최근 전 소속사와의 법적 분쟁으로 인한 부담이 이승기의 예능 출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SBS는 추후에라도 이승기의 합류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지만, 실제 복귀 시점은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고정 멤버들의 케미스트리나, 사부들의 화제성도 시즌1보다 못하다는 평가다. 이대호와 뱀뱀이 시즌2에서 새로운 신규 멤버로 가세했지만 예능 경험이 적은 데다 중심을 잡아줄 MC 역할을 해줄 인물도 없다보니 존재감이 애매하다.

임창정, 이소라, 이형택, 김영철, 정준호, 곽정은, 신현준 등의 연예인-인플루언서 위주의 시즌2 출연자들은 방송 내에서 '사부'라는 콘셉트와는 거리가 있었고, 최근 주목을 받아야 할 만큼 화제성이 있는 인물도 아니었다. 또한 유일하게 4.5회에 2주에 걸쳐 출연했던 야구스타 추신수는 공교롭게도 방송 시기와 맞물려, '국가대표 자격 논란과 학교폭력 가해자 옹호 발언'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아 반응도 싸늘했다. 프로그램 특성상 매 회차마다 해당 사부가 가지는 화제성과 공감대가 프로그램의 주목도를 가장 크게 좌우하는데, <집사부일체> 시즌2는 초반에 이미 출연자 섭외부터 실패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프로그램 자체가 심각하게 재미 없다는 것이다. <집사부일체>는 이미 시즌1 후기부터 화제성이 급락하며 아이디어 고갈과 함께 심각한 매너리즘에 빠졌다. 방송이 장기화되며 사부 역할을 해줄만한 게스트들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이에 <집사부일체>는 대선후보 정치인 릴레이 출연, 외국인 출연자와의 토론, 타 예능 프로그램 오마주와 패러디 등으로 기존 콘셉트를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기도 했지만 시청률 하락세를 근본적으로 되돌리지는 못했다.
 
<런닝맨>이나 < 1박2일 >과 같이 <집사부일체>보다 더 오래된 장수 예능도 있지만, 이 프로그램들은 기본적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구축된 멤버들간 캐릭터나 팀워크, 게임과 경쟁 구도에서 유발되는 '익숙한 재미'가 있다. 반면 <집사부일체>는 어떤 사부가 게스트로 출연하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분위기와 장르, 서사의 완성도까지 들쭉날쭉 해진다는 게 방송 초기부터 이미 약점으로 거론된 바 있다.

시즌2에 접어들면서 굳이 이 인물이 왜 사부로 출연해야만 했는지, 대체 무슨 내용을  메인으로 보여주고 싶은지 확실한 '주제의식'이 사라진 산만한 구성은, 시청자들에게 이전 시즌보다도 더욱 외면받는 상황을 초래했다. 이미 한참 전에 박수칠 때 떠날 타이밍을 놓치고  오히려 무리한 시즌제로 방영을 연장한 게 결국 독이 된 건 아닐까?
집사부일체 시즌2 진선규 이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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