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11월에 열렸던 UFC 파이트나이트 79대회에서는 김동현과 최두호, 양동이, 방태현, 남의철, 함서희, 마동현까지 한국 국적의 파이터가 무려 7명이나 출전했다. 여기에 벤슨 헨더슨과 아키야마 요시히로(한국명 추성훈)까지 더하면 이날 출전한 한국계 파이터는 9명이나 됐다. 역대 최초로 한국(서울)에서 열린 UFC 대회였기 때문에 UFC와 계약한 한국인 파이터들이 대부분 경기에 나섰다.

그로부터 7년 3개월 여의 시간이 지난 오는 5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네바다주 엔터프라이즈의 UFC Apex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나이트 218 대회에서도 한국인 파이터 7명이 출전한다. 페더급의 이정영과 플라이급의 최승국, 박현성이 향후 옥타곤에서 활약할 선수들을 찾는 '로드 투 UFC'  결승에 출전하고 여성 플라이급의 김지연과 미들급의 박준용이 언더카드, 라이트 헤비급의 정다운과 페더급의 최두호는 메인카드 경기에 출전한다.

사실 UFN 218 대회는 당초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대회장소가 변경되면서 출전이 예정된 한국인 파이터들이 대거 라스베이거스에서 경기를 치르게 됐다. 출전하는 선수들 모두 파이터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경기가 되겠지만 특히 이 선수에게 이 대회는 그야말로 사활이 걸린 경기가 될 전망이다. 2019년 12월 이후 무려 3년2개월 만에 옥타곤에 올라 6년7개월 만에 승리를 노리는 '코리안 슈퍼보이' 최두호가 그 주인공이다.
 
 3연승 뒤 3연패를 당했던 최두호(왼쪽)는 3년2개월 만에 오르는 옥타곤에서 연패탈출에 나선다.

3연승 뒤 3연패를 당했던 최두호(왼쪽)는 3년2개월 만에 오르는 옥타곤에서 연패탈출에 나선다. ⓒ UFC

 
UFC 회장도 주목하던 페더급의 신성

지난 2009년 일본의 작은 단체에서 데뷔한 최두호는 데뷔 후 3번째 경기에서 일본의 카기야마 유스케에게 판정으로 패하며 격투기 데뷔 후 첫 패배의 아픔을 경험했다. 하지만 최두호는 이후 일본단체 글레디에이터와 DEEP에서 활약하며 8연승을 달렸고 그 중 6경기에서 KO승을 따내면서 무서운 신예로 떠올랐다. 그리고 더 이상 일본무대에서 증명할 게 없었던 최두호는 2014년 UFC와 계약하며 세계 최고의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다.

최두호는 2014년 11월 UFC 데뷔전에서 후안 푸이그를 경기 시작 18초 만에 오른손 펀치에 이은 파운딩으로 KO승리를 따냈다. 푸이그는 최두호와의 경기를 끝으로 UFC를 떠났고 최두호는 단 한 경기 만에 한국에서 온 젊은 타격가로 주목을 받았다. 최두호는 1년 후 서울에서 열린 UFN 79 대회에서도 샘 시실리아를 1라운드 1분33초 만에 KO로 꺾으며 연승과 함께 UFC 데뷔 후 첫 보너스를 받았다.

2016년 7월 최두호가 3번째로 만난 상대는 라이트급과 페더급을 오가며 UFC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티아고 타바레스였다. 타바레스는 주짓수 블랙벨트에 레슬링 실력도 준수한 만만치 않은 실력자였지만 최두호는 경기 시작 2분42초 만에 펀치에 의한 KO로 타바레스를 제압하면서 3연속 KO승리를 따냈다. 최두호가 3경기를 치르면서 걸린 시간은 고작 4분55초에 불과했다.

UFC 데뷔 후 3연속 1라운드 KO승리로 격투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최두호는 UFC의 데이나 화이트 대표로부터 "UFC 페더급의 미래를 이끌어갈 신성 빅3"라고 극찬을 받았다. 당시 화이트 대표가 최두호와 함께 언급했던 '페더급 신성 빅3'는 나란히 '코리안 좀비' 정찬성에게 패배의 아픔을 안겼던 현 UFC 페더급 랭킹 2위 야이르 로드리게스와 3위 브라이언 오르테가였다. 그만큼 최두호에 대한 기대치가 컸다는 뜻이다.

승승장구하던 최두호는 2016년 12월 베테랑 컵 스완슨을 만나 혈투 끝에 만장일치 판정으로 패하며 UFC 진출 후 4경기 만에 첫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하지만 스완슨과의 엄청난 난타전은 UFC 역사에서 손에 꼽힐 만한 명승부로 기억됐다. 한 마디로 '졌지만 잘 싸웠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스완슨과 최두호의 경기는 작년 4월 UFC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정도로 명경기로 꼽히고 있다.

3연승 뒤 3연패, 3년2개월 만에 복귀전

스완슨을 상대로 옥타곤 첫 패배를 당했지만 최두호의 상품가치는 오히려 더욱 상승했다. 최두호는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진다는 게 이런 기분이군요. 앞으로 다시는 지지 않겠습니다"라는 각오를 밝히며 격투팬들의 기대를 더욱 높였다. 하지만 최두호는 2018년 1월 UFC 데뷔 후 처음으로 나선 메인이벤트 경기에서 제레미 스티븐스에게 2라운드 KO로 무너지며 3연승 후 2연패를 당했다.

만 27세가 넘어가면서 해외경기 출전이 힘들어진 최두호는 2019년12월 부산에서 열린 UFN 165대회에서 캐나다의 1995년생 신예 찰스 쥬르댕을 상대했다. 하지만 최두호는 UFC 전적 1패에 불과한 쥬르댕을 상대로 2라운드 KO로 패하며 3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UFC 부산대회에서는 6명의 한국 선수가 출전해 4승2패의 호성적을 기록했는데 마동현과 함께 한국인 파이터의 패배를 안긴 선수가 바로 최두호였다.

3연패에 빠진 최두호는 페더급의 선배 정찬성이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와의 타이틀전을 포함해 3년 동안 3경기를 소화하는 사이 단 한 경기도 치르지 못했다. 그리고 3연패에 빠진 최두호를 향한 격투팬들의 기대도 많이 떨어졌다. 물론 사회복무요원 장기대기자로 분류되면서 전시근로역에 편입, 사실상 군문제를 해결했지만 3년이라는 긴 실전공백은 링러스트(오랜 공백으로 인한 후유증)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기간이다. 

긴 공백을 가진 최두호는 오는 5일 캐나다 파이터 카일 넬슨을 상대로 복귀전을 치른다. 최두호와 동갑내기 파이터로 UFC 전적 1승4패를 기록 중인 넬슨은 최근 2경기에서 빌리 콰란틸로에게 KO, 자이 허버트에게 판정으로 패하며 연패에 빠져 있다. 하지만 넬슨 역시 3년의 공백이 있는 최두호에게 패해 3연패에 빠지면 UFC 생존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양 선수 모두에게 상당히 절실한 경기가 될 전망이다.

비록 넘버링 대회가 아닌 무료로 중계되는 대회지만 최두호는 최근 3연패에 빠져 있고 지난 3년 동안 옥타곤에 오르지 못했음에도 메인카드에 배치됐다. 이는 UFC가 여전히 최두호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는 뜻이다. 이제는 최두호가 옥타곤에서 자신의 건재를 증명하는 일만 남았다. 한 때 UFC 대표가 주목하던 페더급의 신성이었던 최두호가 3년의 공백을 극복하고 멋진 복귀전을 치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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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UFN 218 최두호 코리안 슈퍼보이 카일 넬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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