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의 한 장면.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의 한 장면. ⓒ MBC

 
신뢰가 무너진 결혼생활을 이어가는 것은 과연 의미가 있을까. 끊임없이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 이혼만큼은 완강히 거부하는 남편, 이혼 그 자체가 갈등의 주제가 되어버린 부부가 등장했다.
 
1월 30일 방송된 MBC 부부상담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 23회에서는 '우리 이혼할까? 우이혼 부부' 편을 통하여 이혼 갈등을 겪고 있는 부부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전북 전주에 거주하는 한동구-윤고은 부부는 결혼 11년 차로 두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부부는 사귄 지 2개월 만에 아이가 생겨서 초스피드로 결혼을 결정했다. 남편은 가족에 대한 애착이 강하여 초등학생이 된 자녀들과 아직도 한방에서 취침할 정도였다.
 
그런데 아내는 놀랍게도 매일같이 이혼서류를 작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남편은 그런 아내의 모습이 일상이 된 듯 무덤덤하게 반응했다.
 
아내는 언제부터인가 원인 모를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아내는 매일 항우울제-수면유도제-소화제 등 여러 종류의 약을 동시에 복용하고 있었고, 온몸 곳곳에 통증을 호소했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도 항상 이상이 없다는 소견만 받았다고. 아내는 답답한 마음에 무속인까지 찾아가보기도 했다.
 
고민하던 아내는 이 모든 통증의 원인이 결국 '남편으로 인한 스트레스'라는 결론을 내렸다. 아내는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로 "남편의 말과 공감능력"을 꼽았다. 남편은 고통을 호소하는 아내에게 공감하거나 위로를 해주기는커녕, 짜증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핀잔을 줬다고.
 
아내는 "남편은 제가 아픈 것에 반응이 없다. 그리고 기억을 못 한다. '맨날 아픈데 자기가 어떻게 아냐, 자기도 지쳤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남편은 "아내가 꾀병이라기보다는 아픈 정도에 비하여 표현이 과하다"고 주장했다.
 
원인 모를 고통에 시달리는 아내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의 한 장면.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의 한 장면. ⓒ MBC

 
저녁에 집에서 마주앉은 부부는 대화를 나누다가 감정의 골을 드러냈다. 아내는 여전히 통증을 호소하며 "울화가 치민다. 계속 집에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폭탄발언을 했다. 남편은 집이 편하지 않다는 아내에게 "집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있어서 숨이 막히는 거 아니냐"고 묻자, 아내는 망설임없이 "그런가봐"라고 응수했다. "말이 심하다"며 불편해하는 남편에게 아내는 "다 네가 한 그대로 배운 것"이라며 독설을 날렸다. 감정이 상한 부부는 점점 날선 대화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아내는 남편이 방송을 의식하여 '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밝히며 진정성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남편도 촬영중이라 평소보다 화를 참았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아내는 남편에 대하여 "밖에서는 좋은 사람이지만, 저한테는 좋은 사람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남편에게는 공감능력이 없다고 느낀다. 남편은 언제나 '다같이'를 중시한다. 몸을 아파서 구토를 하고 나온 상황에서 '너 때문에 지금까지 기다렸다. 뭐 먹을거야'라고 하더라"는 일화를 밝혔다.
 
반면 남편은 "그런 뜻으로 이야기한 게 아닌데 아내가 그렇게 느끼는 것이 서운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편은 "함께 식사를 하려고 기다렸는데 아내는 들어오자마자 인상을 쓰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부부는 남편 친구와의 술자리를 빌려 속마음을 털어놓는 시간을 가졌다. 아내는 "우리는 만난 자체가 잘못됐다"라는 폭탄발언을 했다. 연애기간이 짧고 아직 서로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아기가 생겨 결혼을 하게 됐다고. 아내는 "혼인신고 하니까 사람이 달라지더라"고 주장했다. 부부는 갈등을 푸는 방식도 전혀 달랐다. 남편은 갈등이 생기면 그날 바로 풀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고, 아내는 시간이 필요한 성향이었다.
 
아내가 남편에 대한 신뢰가 깨지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공개됐다. 아내는 과거 남편의 외도에 대한 의구심을 간직한 상태였다. 남편의 휴대전화에서 다른 여자와 연락을 주고받은 내역을 확인한 아내는 부부싸움을 벌였고 이후 1년 넘게 마음 속 고통에 시달려오고 있었다. 아내는 이때부터 이혼을 생각하게 됐다고.
 
남편은 "외도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아내는 "남편의 계속된 거짓말이 신뢰를 깨뜨렸다"고 반박했다. 아내는 남편과 대화를 할 때마다 계속해서 과거의 상처가 또다시 떠오른다며 감정이 격앙되는 모습을 보였다.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의 한 장면.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의 한 장면. ⓒ MBC

 
부부에게도 한때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다. 아내는 연애 초기만 해도 "이런 사람이 또 없을 것 같았다. 만나자마자 이 사람과 결혼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혼인신고를 하자마자 변해버린 모습을 보고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아이가 생긴 상태라 돌이킬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아내는 남편이 일상적으로 막말을 한다고 호소했다. "임신중에 할아버지가 쓰러져서 병문안을 가려고 했을 때, '네가 가봐야 뭐가 달라지냐'는 남편의 이야기를 듣고 '이 사람은 정말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부부싸움을 하고 나서는 "너도 네 엄마처럼 네 새끼들을 버릴 거냐고 하더라. 지금까지 들어본 가장 모욕적인 말이었다"고 폭로하여 충격을 줬다.
 
남편은 "아내에게 상처를 많이 줬다. 아내가 내게 '말로 많이 맞았다'고 하더라"며 잘못을 인정했다. 알고보니 부부는 똑같이 이혼 가정 출신이라는 아픔이 있었고 남편은 그래서 자녀들에게 아픔을 대물림하기 싫어서 이혼만큼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아내는 "내가 답답하고 아픈 것은 모두 너 때문"이라며 남편에게 계속해서 이혼을 요구했고, 남편은 "이혼하면 행복해질 것 같냐"고 완강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남편의 또다른 문제는 자신이 한 말이나 행동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 아내 조부의 응급수술 상황 당시의 반응이나, 부부싸움시 아내에게 했던 막말들도 기억이 안 난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남편은 "화가 나고 선을 넘어가면 다른 사람이 된다. 진심은 아니지만 상처를 주려고 상대에게 더 심한 말을 하게 된다"고 인정했다.

아내는 "남편은 사람의 취약한 점을 건드린다. 상대의 자존감을 떨어트릴 정도로 심한 말을 해서 자신이 받은 것의 몇 배가 되는 상처를 주려고 하는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남편은 화가 풀리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기는 했지만 이미 아내에게는 평생 풀리지 않는 응어리로 남았다.
 
오은영 "아내 병명은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화 장애'"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의 한 장면.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의 한 장면. ⓒ MBC

 
오은영은 "남편이 자신의 잘못된 모습을 일부라도 인정한 데서 희망을 봤다"라고 평가했다. 아내의 병명에 대해서는 스트레스로 인한 대뇌 불균형으로 발생하는 '신체화 장애(아무런 내과적 이상 없이 다양한 신체증상을 반복적으로 호소하는 질환)'라는 진단을 내렸다. 이런 신체화 장애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마음이 약하고 의지가 없다"는 오해로 상처를 받기 쉽다.
 
이혼을 둘러싼 부부의 갈등은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아들은 ADHD 진단을 받은 상태였고 남편은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아이한테도 종종 화를 낸다고. 오은영은 "부모가 늘 이런 갈등 상태라면 아이들도 긴장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오은영은 "부부가 이혼에 대하여 각자만의 생각을 정리해놓은 상태"라고 분석하며 특히 남편에 대하여 "아내와 논의하고 공감하는 과정없이 그저 '이혼은 안 된다'고 거절의사만 강조하다보니 진지한 대화가 진행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남편은 "표현을 잘못할 뿐, 공감을 못하는 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오은영은 "공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정'이다. 생각이 다르더라도 상대가 말하는 걸 알아들었다고 하는 게 인정이다"라고 우이혼 부부의 공통적인 문제점을 설명했다.
 
남편은 "바뀌려고 노력을 하고 싶은데 얼마나 지속될지가 걱정"이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오은영은 "그게 솔직한 말이다. 오히려 여기서 남편이 말뿐인 다짐으로 그칠까봐 더 걱정이었다"고 밝혔다.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의 한 장면.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의 한 장면. ⓒ MBC

 
이어 오은영은 남편이 지속적인 변화를 어려워하는 이유에 대하여 "독재적인 특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자신만의 기준점을 가지고 상대에게도 자신의 방식을 강요하는 성향이 강하다는 것. 사전 심리검사에서 남편은 상황 변화에 대한 감정의 폭이 크고 자신의 감정을 강하게 표현하는 성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부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상대의 의견을 인정하고 수용하고 태도가 상당히 부족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한편으로 오은영은 자신의 모든 문제가 남편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아내에 대해서는 "이혼하고 싶어서 자꾸 이유를 찾는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지적했다. 심리검사에서 아내는 남편이 자신이 공감하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주지 못 한다는 마음을 밝히며,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독립에 대한 갈망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오은영은 "부부관계 회복을 위해서는 서로 변화와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아내에게는 "결혼생활을 이어가려는 남편의 작은 노력들도 역시 '인정'을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은영은 부부를 위한 솔루션으로 일단 '각방'을 쓸 것을 제안했다. 스트레스에 민감하고 수면장애가 있는 아내를 배려해야 한다는 것. 또한 부부간에 '인정 대화'를 통하여 서로에 대해 공감하는 시간을 늘리고 막말은 어떤 이유에서든 중단할 것을 당부했다. 부부의 대화와 갈등이 함께 지내는 아이들의 감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고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내는 "아이들과 인정하는 대화를 시도해보겠다. 여기 와서 제일 좋았던 건, 제가 왜 아픈지 알았다는 것"이라며 솔루션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남편은 아내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로 "힘들게 했던 10년을 다시 갚아준다는 느낌으로 살겠다"고 고백하며 눈물을 보였다. 아내는 "맨날 이혼하자고 해서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비로소 서로의 눈을 맞추고 대화할 수 있게 된 부부는 '인정과 공감'을 위한 노력의 첫발을 내디딜 것을 다짐하고 새로운 출발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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