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선두 우리은행을 상대로 재역전승을 거두며 공동 3위로 올라섰다.

구나단 감독이 이끄는 신한은행 에스버드는 30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2022-2023 여자프로농구 5라운드 우리은행 우리원과의 홈경기에서 74-72로 짜릿한 재역전승을 거뒀다. 지난 18일 13연승 행진을 달리던 우리은행에게 시즌 두 번째 패배를 안겼던 신한은행은 12일 만에 다시 만난 우리은행을 상대로 다시 한 번 짜릿한 승리를 따내며 5연패에 빠진 삼성생명 블루밍스를 따라잡고 공동 3위로 올라섰다(11승 10패).

신한은행은 이번 시즌 '친정' 우리은행을 상대로 부진했던 혼혈선수 김소니아가 결승득점을 포함해 25득점 12리바운드로 맹활약했고 김진영도 10득점 5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현재 신한은행에는 리그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가 있다. 하지만 이 선수는 단순히 팀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는 선수가 아니라 여전히 경기당 평균 26분 동안 코트를 누비고 있다. 이날 15득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신한은행의 승리를 이끈 한채진이 그 주인공이다.

젊은 선수들의 활약 돋보이는 여자프로농구
 
 한채진은 지난 27일 BNK전에서 WKBL 역대 최고령 출전기록을 세웠다.

한채진은 지난 27일 BNK전에서 WKBL 역대 최고령 출전기록을 세웠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이번 시즌엔 유난히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빛나고 있다. 프로 5년 차를 맞는 2000년생 슈팅가드 이소희(BNK 썸)는 이번 시즌 기량이 급성장하면서 득점 4위(18.05점) 3점슛 1위(60개) 스틸 5위(1.48개) 공헌도 4위(565.80점)로 공수에 걸쳐 맹활약하고 있다. 특히 3점슛 부문에서는 5시즌 연속 1위를 달리던 강이슬(KB스타즈, 38개)을 크게 앞서 있다. 이제 BNK는 이소희 없이는 경기를 풀어나가기 힘들 정도로 이소희의 팀 내 비중이 매우 커졌다.

이소희가 프로에 입문했던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이소희보다 먼저 전체 1순위로 지명됐던 박지현(우리은행) 역시 프로무대에서 완벽하게 적응을 끝냈다. 183cm의 큰 신장을 앞세워 외곽과 골밑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박지현은 이번 시즌 득점7위(14.81점)와 리바운드 5위(8.05개), 어시스트 4위(4.57개), 3점슛 6위(27개), 2점 성공률 3위(55.3%), 공헌도 2위(653.70점)로 우리은행의 독주를 이끌고 있다.

대학농구를 거쳐 2020년 프로에 입단했던 강유림(삼성생명) 역시 엄청나게 빠른 프로 적응 속도를 보이고 있다. 프로 입단 첫 시즌부터 전 경기에 출전해 7.3득점 3.97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신인왕에 선정됐던 강유림은 삼성생명으로 트레이드된 후에도 꾸준한 성장속도로 삼성생명의 주전슈터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이번 시즌 39.6%의 3점슛 성공률은 리그 전체에서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대학농구를 거친 강유림이 프로 3년 차임에도 만 25세가 됐지만 같은 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았던 KB의 포인트가드 허예은은 2001년생으로 여전히 만 21세에 불과하다. 신장(165cm)은 WKBL 전체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작지만 빠른 스피드와 패싱센스, 그리고 나이답지 않은 경기운영능력을 갖춘 허예은은 이번 시즌 KB의 붙박이 주전 포인트가드로 활약하며 어시스트 부문 3위(5.19개)를 달리고 있다.

2022년 12월 26일 우리은행과의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무릎부상을 당하며 시즌을 일찍 마감했지만 혼혈선수 최초로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았던 키아나 스미스(삼성생명) 역시 WKBL를 대표하는 '젊은 피'다. WNBA 출신으로 한국인 어머니를 둔 1999년생 스미스는 빠른 스피드와 뛰어난 개인기, 그리고 정확한 외곽슛을 앞세워 부상 전까지 삼성생명의 주전가드로 활약하며 농구팬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여전히 존재감 발휘하는 신한은행의 기둥
 
 한채진은 30일 선두 우리은행을 상대로 15득점을 올리며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한채진은 30일 선두 우리은행을 상대로 15득점을 올리며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이처럼 이번 시즌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가운데 오는 3월이면 만 39세가 되는 한채진은 WKBL에서 활약하는 모든 선수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다. 2003년 신한은행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한 한채진은 헌신적인 플레이와 정확한 외곽슛 능력을 인정 받으면서도 쟁쟁한 선배들에 가려 좀처럼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러던 2008년 금호생명 레드윙스로 트레이드되면서 한채진의 선수생활에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WKBL 최강팀이었던 신한은행과 달리 당시 금호생명은 에이스 이경은(신한은행)이 외롭게 이끄는 '원맨팀'에 가까웠고 한채진은 금호생명 이적 후 곧바로 주전으로 활약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채진이 '노장' 소리를 듣기 시작하던 2017-2018 시즌을 끝으로 소속팀 KDB생명이 농구단 운영을 포기했다. 결국 2018-2019 시즌 WKBL의 위탁구단 OK저축은행 읏샷에서 활약한 한채진은 2019년 11년 만에 친정팀 신한은행으로 복귀했다.

한채진은 신한은행 복귀 후 두 시즌 연속 두 자리 수 득점을 기록하며 전혀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2021-2022 시즌에는 득점이 다소 떨어진 대신 경기당 평균 1.60개의 스틸을 기록하며 스틸 부문 1위에 올랐다. 김진영과 구슬 등 동 포지션에 뛰어난 기량을 갖춘 후배들이 가세한 이번 시즌에는 출전시간이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신한은행의 맏언니로서 코트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한채진은 30일 우리은행을 만나 오랜만에 전성기에 버금가는 기량을 뽐냈다. 팀 내에서 3번째로 많은 33분 43초 동안 코트를 누빈 한채진은 9개의 슛을 시도해 5개를 성공시키는 효율적인 농구를 선보이며 15득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신한은행의 재역전승에 크게 기여했다. 물론 승리의 일등공신은 역전골을 기록한 김소니아였지만 신한은행의 승리에는 맏언니 한채진의 역할이 결코 작지 않았다.

한채진은 이번 시즌 4.65득점 4.1리바운드 1.8어시스트 1.3스틸로 대부분의 기록에서 신한은행 1기 시절이던 20대 초·중반 이후 가장 저조한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구나단 감독은 언제나 '맏언니'로서 한채진의 존재감을 높게 평가한다. 지난 27일 BNK전에서 WKBL 역대 최고령 출전기록을 세운 만 38세의 노장 한채진은 여전히 신한은행 전력에서 반드시 필요한 선수라는 뜻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여자농구 신한은행 2022-2023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 에스버드 한채진 최고령 선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