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과 부진에 시달렸던 2022년, 강백호에게는 최악의 한 해였다.

강백호 ⓒ kt 위즈


프로야구 KT 위즈의 간판스타 강백호가 마침내 2023시즌 계약을 완료했다. KT 구단은 29일 올시즌 재계약 대상자 61명과 연봉 계약을 마쳤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팀내 최고 인상률은 엄상백(8천→2억원, 인상률 150%), 최고 인상액은 김민수(1억 1500→2억5천, 1억 3500, 인상률 117%)가 기록했다. 김민혁(1억5천만원)과 내야수 오윤석(1억2천만원), 포수 김준태(1억원) 등은 새롭게 억대 연봉자 대열에 합류했다.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강백호는 가장 마지막에 도장을 찍었고 2023시즌 최종 연봉은 2억 9천만원으로 알려졌다. 지난 시즌 받았던 5억 5천만원에서 무려 47.3%가 삭감된 액수로 사실상 반토막이 난 셈이다.
 
강백호는 2022시즌 부상으로 프로 데뷔 이래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고작 62경기 출전에 그쳤고 타율은 .245에 58안타 6홈런 29타점이라는 초라한 성적만을 남겼다. 대부분의 기록에서 자신의 커리어 로우를 경신하는 굴욕을 당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강백호의 극심한 부진속에 2021시즌 정상까지 올랐던 KT는, 지난해 4위로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며 가을야구를 밟는데 만족해야했다.
 
핵심 선수로서 자기 역할을 전혀 해주지 못했으니 삭감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는 선수와 구단 모두 마찬가지였지만 문제는 그 규모였다. 강백호는 연봉 협상에서 구단과 이견을 드러내며 긴 줄다리기를 벌였고, 그 여파로 새 시즌을 준비해야하는 스프링캠프 합류도 늦어졌다.
 
여론의 반응은 대체로 좋지 않았다. 팬들은 기대를 밑도는 성적을 거둔 강백호가 연봉문제로 구단과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모양새가 길어지는 것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물론 일각에서는 그간의 공헌도를 감안할때 한 시즌 부진했다고 해서 지나치게 자존심을 흔들어서는 안된다는 옹호론도 있었다. 하지만 구단 역시 그간강백호의 활약상에 대한 보상이 인색했던 것은 아니다.
 
KT는 구단을 대표하는 선수로 일찌감치 데뷔때부터 강백호를 육성하는데 공을 들였다. 신인 시절 연봉 2700만원으로 시작했던 강백호는 2년 차에 구단 역대 최고 인상률인 344.4%의 연봉 인상을 이뤄내며 단숨에 억대 연봉자 반열에 올라섰다. 이후로도 연봉이 2억 1천→3억 1천으로 꾸준히 큰 폭으로 상승하며 5년 차였던 2022년에는 무려 5억 5000만원의 고액 연봉 대열에 합류했다.
 
최근 FA 자격을 얻기전에라도 '비FA 초대형 다년 계약'이 가능한 시대에 접어든 만큼, KT가 미래를 고려해서라도 강백호에게 최소한의 자존심을 살려주지 않겠냐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구단의 선택은 역시 강백호에게만 예외적인 특혜를 적용하기보다, 공식적인 연봉산정 시스템을 통한 큰 폭의 삭감이었다.
 
강백호는 고심 끝에 팀의 스프링캠프 출국일을 하루 앞둔 지난 28일 밤에야 구단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극적으로 협상에 타결했다. 연봉 계약이 늦어진 강백호는 항공편 예약 등의 문제로 이틀 후인 31일 구단 직원과 미국 애리조나로 떠나 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강백호가 과연 어떤 마음으로 도장을 찍었는지는 본인만이 알 것이다. 분명한 것은 강백호에게 이번 삭감이 단지 구단에 대한 서운함이나 실망감보다는, 더 나은 발전을 위한 자극의 계기가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1~2년전까지 강백호와 라이벌로 거론되던 이정후와의 격차는 지난 2022시즌을 기점으로 더욱 크게 벌어졌다는 것은, 강백호에게 또다른 자극을 준다. 이정후는 2022시즌 0.349의 타율로 2년 연속 타격왕에 오른 것은 물론 최다안타(193개), 타점(113개), 출루율(0.421), 장타율(0.575) 등 무려 5개의 타이틀을 독식하며 리그를 평정하며 최우수선수(MVP)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지난 20일에는 키움과 2023시즌 연봉 11억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억5000만원을 받았던 이정후는 연봉 3억5000만원(46.7%)이 오르면서 KBO리그에서 FA와 해외무대에서 뛰다가 복귀한 사례들을 제외하면 순수하게 단년 계약으로 연봉 10억원을 돌파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이정후는 2023시즌을 끝으로 메이저리그 도전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으며 현지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백호는 이정후와 스타일은 다르지만, 리그를 대표할만한 스타성이나 천재형 선수라는 측면에서 자주 비교대상이 됐다. 그런데 매년 꾸준히 약점을 보완하고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이정후에 비하여, 강백호의 성장세는 아쉬움을 주고 있다. 부상을 잘 당하지 않는 내구성도 프로선수로서 중요한 능력이다. 또한 부상과 별개로 장타력은 2018년 29개의 홈런으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이후 줄곧 하락세였다.
 
강백호에게 2023시즌은 일급 선수로 다시 도약하느냐, 아니면 재능에 비하여 성장하지못한 선수로 남느냐의 갈림길에 있는 중요한 시즌이다. 다행히 지난 시즌의 부진은 부상의 비중이 컸고 특별히 기술적인 문제나 슬럼프는 아니었다는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평가여서 반등의 여지는 충분하다. 실제로 강백호는 시즌 막바지와 포스트시즌에서 어느 정도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며 희망을 남겼다.
 
더구나 강백호는 2023시즌 WBC(월드베이스볼) 대표팀 최종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사실 지난 시즌 성적만 감안하면 뽑혀서는 안될 수준이고, 지난 국제대회에서의 부진이나, 오재일-채은성같은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었기에 강백호의 선발은 논란이 됐다. 하지만 포기하기 어려운 강백호의 잠재력, 사령탑이 누구보다 그를 잘아는 같은 소속팀 이강철 감독이라는게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도쿄올림픽에서 극도의 부진을 겪으며 껌 논란 등까지 겹쳐 마음고생을 해야했던 강백호로서는 설욕의 기회이기도 하다. 여기서 자신의 가치를 보여준다면 지난 시즌의 부진을 만회하며 향후 해외무대에서 자신의 가치를 어필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수 있다.
 
반토막난 연봉, 라이벌 이정후와의 비교, WBC까지 강백호가 2023시즌에 자신의 진가를 증명해야할 동기부여 요소는 넘쳐난다. 그리고 선수의 진정한 가치는 구단과의 협상 테이블이 아니라 야구장에서 실력으로 보여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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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호 KT위즈 이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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