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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수라 갯벌 위치 및 신공항 건설 예정지. 현재의 군산공항 활주로에서 서쪽으로 1.35km 가량 떨어진 수라갯벌에 자리할 계획이다.
 새만금 수라 갯벌 위치 및 신공항 건설 예정지. 현재의 군산공항 활주로에서 서쪽으로 1.35km 가량 떨어진 수라갯벌에 자리할 계획이다.
ⓒ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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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저는 '새만금신공항 백지화 공동행동'의 홍보국장입니다. 지난해 말, 귀사가 새만금신공항 사업에 입찰할 것이라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1991년 시작된 새만금간척사업은 갯벌을 매립해 육지와 담수호를 만들어 쌀을 생산하겠다는, 허울뿐인 계획으로 시작되었으나 이미 실패한 사업으로 결론났고 정부는 실패했다는 공표를 미루고 있을 뿐입니다.

만경강-동진강 하구의 강물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영양염류는 새만금 갯벌을 지나며 무수한 저서생물의 영양분이 되는 동시에 갯벌을 통해 정화되어왔습니다. 하지만 방조제로 해수 유통이 중단되고 나서는 부영양화의 원인으로 전락하여 말라죽은 저서생물과 함께 썩어가며 거대한 부패 지옥을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해수 유통이 전면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무거운 바닷물은 움직이지 않고 아래쪽으로 가라앉아 괴어 있습니다. 방조제 사이 수문을 잠깐 여는 동안만 바닷물이 드나들고 있는데, 무겁게 괴어 있는 바닷물과 그 위의 가벼운 바닷물은 두 층으로 분리되어 있어 얕은 수위로만 바닷물이 스쳐들어오고 스쳐나갈 뿐 아래의 바닷물과 섞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그 아래 괴어 있는 바닷물은 용존산소 0인 거대한 죽음의 물덩어리가 되어 있습니다. 시커멓게 죽은 똥물을 담수호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정부는 어쩔 수 없이 육지와 담수호를 만든다는 애초의 계획을 포기하고 다시 해수를 유통시키고 있습니다. 

거대한 정화조, 갯벌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오동필 단장이 2023년 1월 촬영한 새만금 수라갯벌의 흰꼬리수리(멸종위기1급)과 큰기러기(멸종위기2급) 떼 사진이다. 흰꼬리수리가 날자, 쉬고 있던 큰기러기 무리들이 날고 있다.
▲ 새만금 수라갯벌의 흰꼬리수리와 큰기러기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오동필 단장이 2023년 1월 촬영한 새만금 수라갯벌의 흰꼬리수리(멸종위기1급)과 큰기러기(멸종위기2급) 떼 사진이다. 흰꼬리수리가 날자, 쉬고 있던 큰기러기 무리들이 날고 있다.
ⓒ 오동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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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것은 이러한 상황이 100% 예측되었다는 것입니다. 시화호의 실패가 그대로 반복될 것임을 과학자들과 시민사회에서 엄중히 경고했는데도 정부가 강행하였고, 결국 예상 그대로 시화호처럼 해수유통을 다시 시작하고 만 것입니다.

그런데도 국토교통부와 새만금개발청, 전라북도는 전북도민들에게 장밋빛 환상을 주입하며 새만금간척이라는 거짓을 새만금신공항이라는 거짓으로 다시 덮으려 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결국 좌초할 것이고, 중단되었을 경우 귀사에게 큰 타격이 될 것이기 때문에 아예 참여하지 말 것을 강력히 권고합니다.

이 사업은 갯벌이 '쓸모없는 진흙모래 벌판'이라고 잘못 알고 있던 무지한 과거의 계산에 기초한 것입니다. 갯벌이 거대한 정화조이면서 수많은 바다 생물들의 서식지, 산란지, 조류들의 도래지이고, 해수면이 높아지는 기후변화 시기에 태풍이나 해일의 완충지대가 되어준다는 연구결과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새만금신공항 예정지인 수라갯벌에는 멸종위기종, 국가보호종 생물이 대량 서식하고 있습니다. 또한 탄소를 흡소하는 갯벌, 즉 '블루 카본'의 개념을 고려하고, 최근 한국의 갯벌이 유네스코 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그 가치가 확고해진 상황을 반영한다면, 새만금신공항은 성립될 수 없는 사업입니다. 

게다가 현재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되고 있고 사업 중단을 위한 행정소송에 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사업 중단을 위한 시민사회단체의 의지가 충만합니다. 국토교통부 앞 천막농성과 아침, 점심, 저녁 선전전은 1월 17일로 344일째를 맞는 등 거의 1년 가까이 지속 중입니다.

참여에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한 행정소송에 무려 13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등 이 사업에 반대하는 적극 참여층이 매우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2022년 한국내셔널트러스트와 환경부가 선정한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상식에서 수라갯벌이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수라갯벌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수라>가 부산국제영화제에 초대되고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했으며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환경영향평가 결과, 행정소송 결과, 여론에 따라 좌초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사업입니다.

새만금신공항 바로 옆에 이미 군산공항이 있으나, 매년 30억 원의 적자가 납니다. 전혀 필요하지 않은 사업이며 갯벌만 파괴하는 역효과만 납니다. 새만금신공항의 여객과 화물 수요도 비상식적으로 부풀려졌을 뿐만 아니라, 향후 전세계적인 탄소중립 정책 수립으로 항공 산업이 감축될 것임을 감안하면 더욱 타산이 맞지 않는 사업입니다.

이런 사업을 수주했다가 좌초되면 귀사의 경제적 손실이 클 뿐만 아니라, 사업을 선택하는 안목에도 타격이 되어 주주와 소비자들의 실망을 자초할 것입니다.

또한 수라갯벌에선 고조선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의 유물이 계속 발견되고 있습니다. 공사를 시작했다가도 유물이 나오면 공사를 무기한 중단해야 합니다. 이러한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실익이 없습니다. 

기후위기 대응 위해 혁명적인 속도로 변하고 있는 세계
 
국가교통부 앞에서 새만금신공항 반대 천막농성이 2023년 1월 16일 현재 343일째 지속되고 있다. 매일 아침, 점심, 저녁에 선전전이 열리며 금요일에는 거리미사가 열린다.
▲ 343일째 지속되고 있는 새만금신공항 반대 천막농성과 선전전 국가교통부 앞에서 새만금신공항 반대 천막농성이 2023년 1월 16일 현재 343일째 지속되고 있다. 매일 아침, 점심, 저녁에 선전전이 열리며 금요일에는 거리미사가 열린다.
ⓒ 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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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했는데, 탄소를 흡수하는 갯벌을 매립하여 탄소를 대량 배출하는 공항을 짓는다는 것은 ESG에도 전혀 맞지 않습니다.

강원도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공사는 해안침식과 온실가스 배출 문제가 제기되면서 8개월 동안 공사가 재개되지 못했고 사업자는 계속 손실을 감내하는 상황입니다. 에너지전환지원법 또는 탈석탄법이 제정되면 발전사업 지정이 철회될 수도 있어, 아예 건설 중인 발전소 건립이 무산될 수도 있습니다.

세계는 지금 기후위기 대응 때문에 혁명적인 속도로 변하고 있습니다. 새만금신공항 같은 구시대적인 사업은 언제든 입법과 사회운동으로 저지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지난해 9월 24일, 코로나 이후 3년만에 열린 한국의 기후정의행진에 서울에서만 3만5000명의 시민이 참여한 것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미국의 석유화학기업 엑손 모빌은 1970년대부터 화석연료 사용으로 기후변화가 심화될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이를 숨기고 '화석연료와 기후변화 사이의 관계가 불확실하다'는 거짓 선전을 하며 계속 막대한 화석연료를 채굴, 가공, 판매해왔습니다. 2019년 5월 엑손 모빌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온실가스 감축 결의안을 통과시키려 했지만 경영진이 거부하자 대주주들이 '지구 환경에 나쁜 악당 기업'이라며 지분을 내다 팔기 시작해 주가가 절반 이하로 폭락하였고, 2020년 9월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에서 92년 만에 퇴출되었습니다.

새만금신공항 사업에 참여하면 같은 이유로 귀사의 주가가 하락할 수도 있을 것이며, 시민사회의 대규모 보이콧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참고로 2021년 5월 26일, 결국 엑손 모빌 주주 표 대결에서 탄소 감축 쪽에 선 이사들이 선임됐습니다.

또다른 석유화학기업 로열 더치 셸은 같은 날 네덜란드의 법원에서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2019년 수준에서 45% 감축하라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셰브론의 주주들은 이 회사의 최종 생산물 단계의 탄소배출량을 감축하라는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세상의 흐름이 실제로 바뀌고 있습니다.

부디 이 사업에 입찰하지 않기를 정중히 권고드립니다.

 

태그:#수라갯벌, #새만금신공항,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탄소중립, #블루카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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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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