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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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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부자들은 지난 크리스마스에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일 것이다. 지난 23일 2022년 세제개편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종합부동산세법은 과표 12억 원 이하 및 조정대상지역 2주택에 대해 다주택자 중과세율을 폐지하였다.

종부세 기본공제를 6억에서 9억으로 올리고, 1주택자 기본공제도 11억에서 12억으로 상향하였다. 조정대상지역인 서울에 아파트를 2채 소유한 사람도 다주택자 중과세율 1.2~6.0%가 아닌 일반세율 0.5~2.7%을 적용받는다.

여기에 정부가 국회 통과 없이도 적용가능한 공시가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면서 문재인 정부의 보유세 강화는 무력화되고 말았다. 1주택자, 다주택자 모두 종부세와 재산세가 낮아지지만 서울의 고가 아파트 소유자들, 특히 2주택자들은 보유세가 1/3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가장 큰 수혜를 입게 됐다. 

기시감이 인다. 참여정부에서 온갖 저항을 뚫고 힘겹게 끌어올렸던 보유세 강화 정책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퇴행하고 종부세는 종이호랑이로 변질되었던 기억과 현재의 상황이 오버랩된다. 

다시 놓치는 부동산시장 선진화 기회 

정부의 경제정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경기변동의 진폭을 완화하여 경제를 안정화시키는 것이다. 부동산시장이 선진화될수록 경기가 급등락하는 진폭은 줄어든다. 부동산시장의 선진화를 위한 정책 중 시장의 거래를 활성화하고 투기를 방지하는 방안으로 보유세를 강화하고 거래세를 완화하는 건 대다수 경제학자들이 동의하는 바이다. 가격급등기에는 과열을 막기 위해 보유세, 거래세를 다 강화했다면 하락기는 거래세는 다시 낮추고 보유세는 유지하면서 부동산시장의 선진화를 확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부동산 상승기를 겪는 정부는 온갖 욕을 먹으면서도 부동산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 부동산 관련 세금을 높이고, 대출을 규제하고, 주택공급을 대폭 확대하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급등기에는 어쩔 수 없이 무리한 규제정책을 도입할 수밖에 없지만, 결국 도래하는 하락기에는 임시방편으로 도입한 규제는 해제하고, 시장을 건강하게 만드는 정책은 유지한다면 부동산시장의 과열과 급랭을 막을 수 있다. 시장의 체질을 개선하여 과열과 급랭을 막아 경기변동 진폭을 줄일 수 있다.
 
경기순환 그래프
 경기순환 그래프
ⓒ 이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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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부동산 하락기를 상승기의 과도한 규제는 손질하되, 지대추구를 근절하여 시장의 체질을 건강하게 만드는 시간으로 삼는다면, 다음 경기순환 사이클에서 부동산경기의 진폭을 줄여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다질 수 있게 된다.

성찰이 부재하고 철학이 빈곤한 정부의 미래

만약 이명박 정부에서 종부세를 형해화시키지 않았다면, 참여정부가 제시했던 보유세 강화 로드맵대로 2017년까지 보유세 실효세율을 1%(5.4대책) 또는 0.61%(8.31대책)까지 올렸더라면 지난 7년간의 급등과 급락은 상당히 완화된 형태로 경기변동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종부세 형해화 정책과 보유세 강화 로드맵 철회가 대한민국 국민에게 노동소득보다 토지불로소득을 얻고자 하는 지대추구를 부추겨 부동산시장으로의 과도한 유입을 일으킨 씨앗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은 에너지‧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과시켜 부유층과 대기업에 대해 증세하는 반면, 한국은 부동산시장의 선진화, 투명화를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활용할 생각을 않고 보유세, 법인세 등 무차별적으로 감세를 시도하고 있다.

세금을 깎아주고, 규제를 완화하면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근거가 희박한, 철지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귀환이다. 신자유주의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기후위기, 패권경쟁으로 발생할 엄청난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증세를 모색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과거를 잊은 국가에 미래는 없듯이, 철학이 빈곤하고 경험에서 성찰을 얻지 못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정부를 바라보고 있으면 대한민국의 암울한 미래가 겹쳐보인다.

태그:#종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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