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썸바디> 포스터

시리즈 <썸바디> 포스터 ⓒ 넷플릭스


우리는 나에게 잘 맞는 완벽한 짝을 찾는다. 많은 경우는 진정으로 자신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게 된다. 요즘은 연인을 찾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 속에서 그 존재를 찾기도 하고 인터넷의 커뮤니티나 채팅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이메일이나 전화로 많은 것이 이루어졌지만 이제는 메신저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좋은 사람을 찾는다.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자신에게 정말 잘 맞는 사람을 어떤 식으로 잘 찾아낼 수 있을까. 

처음 볼 수 있는 정보는 상대방이 등록해 놓은 프로필을 통해서다. 간단한 문장과 나이, 정보와 사진을 바탕으로 이 사람이 나와 잘 맞는 사람인지를 판단한다. 그 사람이 나에게 완벽한 짝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니까 그 사람과 맞을 확률은 반반이라는 의미다. 누군가를 찾고 싶다는 욕구는 그 낮은 확률에 기꺼이 도전하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이상한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누가 나올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그건 위험을 감수하는 도박과 같다. 오늘 이 사람과 잘 안 되더라도 내일 또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그렇게 기회의 가능성은 무한대로 존재하기 때문에 계속 더 완벽한 사람을 찾는 노력을 시도하는 것 같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앱 개발자의 이야기

넷플릭스에 공개된 시리즈 <썸바디>는 데이팅 앱 개발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김섬(강해림)이라는 캐릭터는 천재적인 앱 개발 능력을 가지고 있고, 썸바디라는 데이팅 앱을 개발해 회사에서 중요한 업무를 하고 있다. 그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지고 있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자폐 스펙트럼의 양상 중 하나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 김섬은 개인주의 성향이 있고, 공감능력이 조금 떨어지게 묘사되어 있다. 특히나 다른 사람의 얼굴에서 드러나는 감정을 잘 캐치하지 못해 어린 시절부터 엄마로부터 조금 다른 교육을 받아 훈련해왔다. 
 
 시리즈 <썸바디> 장면

시리즈 <썸바디> 장면 ⓒ 넷플릭스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능력이 조금 떨어지지만 자신이 가진 능력을 이용해 사회생활을 해오고 있었고 그도 자신을 이해해줄 수 있는 짝을 찾고 있다. 그래서 자신이 만든 데이팅 앱 썸바디에서 계속 채팅 상대를 찾는다. 우연히 연쇄살인범 윤오(김영광)와 채팅을 시작하고 실제로 만나게 되면서 서로에게 이끌리고 결국 가까워지는 과정이 이야기 내내 이어진다. 

이야기 속 김섬은 이름처럼 수많은 동료와 친구 사이에서 '섬' 같은 존재다. 일반 사람과는 조금 다른 특성 때문에 직장에서도 친구 사이에서도 조금은 멀리 떨어져 있는 캐릭터다. 그래서 그는 채팅 AI를 개발해 그와 대화를 나누는 것을 즐긴다. AI이긴 하지만 유일하게 그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가 자라면서 엄마를 제외하면 그를 완전히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지는 못한 것 같다. 기원(김수연)이라는 친구가 있기는 하지만 영화 속에서 그들이 완전히 서로를 이해한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 기원은 친구로서 김섬을 걱정하긴 하지만 원래 성향과 성격을 그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김섬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완전히 친구에게 드러내지는 못 한다. 

연쇄살인범인 윤오는 우연히 앱을 통해 만난 여자를 살해하게 되면서 남을 속여 살인하는 행위를 즐기게 된 인물이다. 첫 살인 전에는 평범한 인물처럼 보이지만 살인에 빠져들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는 누군가를 죽이는 행위를 즐기는 사이코패스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는 그런 인물이 아니었지만 철저히 자기 자신을 '섬'으로 만든다. 스스로 만든 그 섬에서 자신만의 취미인 살인을 계속해나가고 꽤나 완벽하게 뒤처리를 해낸다. 그가 그런 어둠의 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든 매개체가 바로 김섬이 만든 썸바디라는 앱이다. 썸바디를 통해 누군가를 만나면서 자신의 정보가 노출되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꽤 긴 시간 동안 살인을 계속할 수 있었다. 

각자의 '섬'에서 맞는 짝을 찾는 과정과 기묘한 분위기

원래 성향 때문에 사회적으로 '섬'에서 따로 살았던 김섬이 우연히 후천적으로 '섬' 속에 살고 있는 윤오를 만나면서 동질감을 느끼는 건, 아마도 당연할 것이다. 각자의 섬에서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고 있던 두 사람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리고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서 벗어나 자신을 한껏 드러낼 수 있는 완벽한 짝을 만난 것이다. 이 두 사람이 서로에게 끌리는 건 무척 자연스러운 것이고 영화 중반 이 둘이 실제로 만나 대화를 하고 에로틱한 관계를 맺게 되는 과정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 영화가 스릴러의 외피를 쓴 멜로처럼 보인다.   
 
 시리즈 <썸바디> 장면

시리즈 <썸바디> 장면 ⓒ 넷플릭스

 
영화에는 목원(김용지)이라는 무당도 등장한다. 기원의 친한 언니인 이 캐릭터는 레즈비언인데 어찌 보면 이 캐릭터 역시 남들에게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섬'에 살고 있다. 그래서 친구인 기원은 김섬이라는 인물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목원은 김섬의 성향과 하고자 하는 바를 꽤 명확하게 이해하고 도움을 준다. 여기에는 자신만의 '섬'에 살고 있는 김섬을 측은하게 바라보는 목원의 감정이 꽤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 시리즈는 <해피엔드> <은교> <유열의 음악앨범>을 연출한 정지우 감독의 작품이다. 특이한 캐릭터인 김섬이라는 캐릭터를 천천히 설명하고 연쇄살인범 윤오와 가까워지는 과정을 독특하게 그려냈다. 특히나 여배우인 강해림을 주연으로 등장시키면서 김섬이라는 인물을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여준다. 꽤나 섬세하고 디테일하게 김섬의 특성과 성향을 하나하나 보여준다. 첫 주연을 맡은 강해림도 과감한 연기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연쇄살인범 윤오 역을 맡은 김영광은 무척 어둡고 무서운 인물을 무척 잘 소화하고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김영광의 이미지와 완전히 상반된 배역을 맡아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 시리즈의 이야기 전개 속도는 다소 느리다. 그만큼 각 인물들의 서사를 쌓아나가는 과정을 차분하게 보여준다는 의미다. 각자의 '섬'에 살고 있어 외로움과 소외감을 느끼는 인물들의 서사를 각각 보여주면서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이 인물들은 모두 완벽한 짝을 찾으려 노력한다. 이야기 안에서도 그들은 데이팅 앱에서나 바에서 자신이 원하는 짝을 찾으려 애쓴다. 그 과정에서 찾은 짝과 어떤 결말이 지어질지 궁금해하며 이야기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마지막 에피소드를 보게 된다. 

초반 에피소드에서 느린 전개 속도로 조금 따라가기 힘들기도 하지만 후반부에는 영화가 가진 기묘한 느낌이 이야기 끝까지 따라가게 만든다. 일반적인 멜로나 스릴러보다는 조금 독특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썸바디 강해림 김영광 정지우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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