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조 '승점 자판기' 로 예상되었던 카메룬이 최종전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브라질을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카메룬은 3일 새벽(한국시각) 스타디움 974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G조 조별리그 3차전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1대 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1승 1무 1패를 기록한 카메룬은 아쉽게 3위로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2002년 이후 20년만에 월드컵 승리를 기록하는 의미있는 경기를 치뤘다.

에파시 골키퍼의 선방쇼

2승으로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브라질은 선발 라인업 전원을 교체하는 로테이션 작전을 펼쳤다. 이로 인해 경기 초반에는 손발이 맞지않는 플레이를 펼친 브라질이지만 호드리고와 가브리엘 마르티넬리를 활용한 측면 공격을 통해 카메룬을 압박해 나갔다.

하지만 90분 동안 브라질은 무려 21개 슈팅을 했음에도 한 골도 터뜨리지 못했다. 7개 슈팅에서 1골을 기록한 카메룬의 골 결정력과 대조되는 부분이었다.

브라질이 무득점에 그친 데에는 카메룬의 데비스 에파시 골키퍼의 존재가 컸다. 전반 14분 안토니의 크로스를 받은 가브리엘 마르티넬리의 헤더 슛을 시작으로 전반 38분 안토니, 46분에는 마르티넬리의 오른발 슈팅까지 전반전 브라질이 시도한 유효슈팅 3개를 모두 막아내면서 브라질이 리드를 잡는데 어려움을 겪게 만들었다.

에파시 골키퍼의 활약은 후반전에 더욱 빛났다. 브라질이 후반 8분 가브리엘 제주스의 슈팅을 시작으로 종료때까지 11개의 슈팅을 시도해 이중 4개를 유효슈팅으로 연결한다. 이런 가운데 에파시 골키퍼는 엄청난 반사신경을 앞세워 막아냄으로써 득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에파시 골키퍼의 활약속에 카메룬의 공격진도 서서히 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전반 48분 역습 기회에서 브라이언 음뵈모가 헤더 슛으로 이날 첫 번째 유효슈팅을 기록했다. 이후 브라질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카메룬은 후반 초반 뱅상 아부바카르와 피에르 쿤데가 날카로운 슈팅을 시도하면서 브라질의 허를 찌르고자 했다.

이는 경기 종료 직전 결실을 맺는다. 브라질이 공격에 많은 숫자를 동원하면서 순간적으로 수비수 숫자가 줄어들자 카메룬은 역습을 시도했고, 후반 47분 제롬 음베켈리가 올려준 크로스를 아부바카르가 헤더골로 연결하면서 카메룬이 승리를 차지하게 된다.

이날 패배로 브라질은 1998년 노르웨이전 1대 2 패배 이후 조별리그에서 첫 패배를 기록하게 됐다. 다행히 스위스가 세르비아에 3대 2로 승리했지만 골득실에 앞서 1위를 차지한 브라질은 개운치 못하게 조별리그 일정을 마쳤다.

유종의 미 거둔 카메룬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8강 진출로 세계를 놀라게 한 카메룬은 2002년 한일 월드컵까지 4회 연속 출전에 이어 아프리카 최다인 월드컵 8회 출전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전통의 강호다.

그러나 2002년 월드컵 이후 카메룬이 월드컵에서 보여준 행보는 실망스러웠다. 2006 독일 월드컵 지역예선 탈락을 비롯해 2번이나 본선에 오르지 못한 카메룬은 2010년과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선 모두 3전 전패로 탈락하는 가운데 경기 중 동료들끼리 다툼을 벌이는등 모래알 조직력을 선보이며 많은 이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이로 인해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카메룬에 대해 기대를 거는 이는 없었다. 오히려 브라질, 세르비아, 스위스를 상대로 3전 전패를 당하지 않는 것이 다행으로 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본선에서 이는 그대로 나타난다. 스위스와의 첫 경기를 0대 1로 패한 카메룬은 이 경기 이후 주전 골키퍼 안드레 오나나가 베테랑 수비수 니콜라 은쿨루와 불화를 겪으면서 팀을 이탈하는 대형 악재가 발생한다. 가뜩이나 팀 전력이 약해 수비 조직력이 중요했던 카메룬 입장에서 그의 이탈은 상당한 타격이었다.

이런 위기에서 카메룬은 오히려 하나로 뭉쳤다. 세르비아전에서 1대 3으로 뒤지던 후반전 베테랑 공격수 뱅상 아부바카르와 에릭 막심 추포-모팅의 연속골에 힘입어 3대 3 무승부를 거두며 월드컵 8연패 사슬을 끊어낸 데 이어 브라질전에선 오나나의 이탈로 주전 골키퍼로 올라선 에파시 골키퍼의 맹활약과 아부바카르의 결승골로 1대 0 승리를 거둔다. 이 승리로 카메룬은 지난 2002 한일 월드컵 사우디 아라비아전(1대 0 승)이후 20년만에 월드컵 본선에서 승리를 기록한다.

비록 아쉽게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20년만에 월드컵 본선무대에서 승리와 승점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리고 무엇보다 위기에서 하나로 뭉친 그들의 정신력과 투지는 이번 대회 카메룬이 거둔 가장 큰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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