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톰슨(사진 왼쪽)과 케빈 홀랜드의 대결은 수준높은 타격공방전이 예상되고 있다.

스티븐 톰슨(사진 왼쪽)과 케빈 홀랜드의 대결은 수준높은 타격공방전이 예상되고 있다. ⓒ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UFC 웰터급 최고의 테크니션 타격가로 불리는 '원더보이' 스티븐 톰슨(39‧미국)이 난적을 상대로 연패 탈출에 나선다. 오는 4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암웨이 센터서 있을 UFC ON ESPN 42 '톰슨 vs 홀랜드' 대회가 그 무대다. 톰슨은 상대는 '선구자(Trailblazer)'라는 별명과 쿵푸 파이터로 유명한 케빈 홀랜드(30‧미국)다.

가라데 파이터, 동안, 좋은 매너, 무도인 등의 이미지로 유명한 톰슨은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UFC 웰터급 최고의 타격가 중 한명으로 꼽힌다. 화끈한 타격으로 유명한 호르헤 마스비달, 비센테 루케, 제프 닐 등에게 스탠딩 싸움에서 한 수 가르쳐 줄 정도로 차원이 다른 수준을 자랑한다.

그와 싸웠던 대부분의 상대들은 초반의 기세와 달리 합을 겨룰수록 늪에 빠진 듯 허우적거린다. 무엇을 해도 말리는 쪽은 자신이기 때문이다. 경기가 끝나갈 때 쯤에는 표정에서부터 한 수 아래임을 인정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로인해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타격 강의를 한다며 톰슨 교수님으로 불리기도 한다.

톰슨은 아웃파이팅 마스터다. 공격력도 다양하고 훌륭하지만 상대의 공격을 피하는 기술이 예술의 경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기내내 상대의 공격을 흘리고 피하고 막아내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무협소설속 고수가 펼치는 '이형환영(以形換形)'의 '경공술(輕功術)'이 떠오를 정도다. 쇼토칸 가라데, 아메리칸 킥복싱 등을 활용한 다양한 타격 기술은 어떤 상대에게도 큰 부담을 준다. 한 번 흐름을 내주면 뒤집거나 되찾아오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톰슨의 아웃파이팅은 거리와 타이밍 등에서 예술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쉬지 않고 전후좌우 움직이면서도 타격한다. 일반적인 펀치와 킥공격은 물론 옆차기, 앞차기, 스피닝킥, 뒷차기, 엑스킥, 브라질리언킥 등 타격 패턴이 매우 다양하다. 수시로 스탠스까지 바꿔가며 플레이하는지라 빈틈을 노리기는 커녕 예측 반격조차 쉽지 않다.

타격에 자신 있는 대다수 장신 타격가가 그렇듯, 톰슨 역시 거리를 두고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을 즐긴다. 펀치와 킥으로 포인트를 쌓고 데미지를 안긴다. 초조해진 상대가 들어오는 순간 벼락같은 카운터가 터진다. 타격 전후 동작도 매우 뛰어나다. 짧은 펀치 후 상대가 반격하려는 찰나 달라 붙는 움직임 등을 통해 셋업 동작을 끊는가 하면, 거리가 가까워졌다 싶은 순간 밀어내며 카운터를 노린다.

클린치 싸움을 즐기는 유형은 아니지만 유효 적절하게 잘 활용한다. 원거리 파이팅만 의식하면 이같은 플레이에 가랑비에 옷 젖듯 말려들고 만다. 타격을 하면서도 스텝은 멈추지 않는다. 정타를 맞추고 사이드로 돌거나 사각으로 빠지면 상대는 순간적으로 톰슨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듯한 느낌마저 받게 된다.

거기에 더해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서 다양한 킥으로 끊어 차고 밀어 차며 리듬을 깬다. 가드를 굳히고 거리를 엿보자니 끊임없이 이어지는 타격이 신경 쓰이고, 적극적으로 쫓아다니면 어느새 페이스를 잃고 허우적거리기 일쑤다.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경기내내 이같은 흐름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것이다. 톰슨의 이 같은 패턴에 흐름을 잃고 이른바 멘탈 붕괴가 온 선수가 한둘이 아니다.
 
 '원더보이' 스티븐 톰슨은 전 체급을 통틀어 최고의 타격 테크닉을 자랑한다.

'원더보이' 스티븐 톰슨은 전 체급을 통틀어 최고의 타격 테크닉을 자랑한다. ⓒ UFC

 
이같은 톰슨의 신출귀몰한 수비와 경기운영은 기록에서도 알 수 있다. 통산 16승 6패 1무를 기록중인데 통산 6패 중 넉아웃 패배는 단 1번 뿐이고 나머지 5회는 판정패다. 그 1패마저 앤소니 페티스에게 일방적으로 압도하다가 불의의 일격을 맞고 나가떨어진 경기다. 톰슨 커리어에서 가장 아쉬운 경기중 하나다.

​이번 경기가 명승부로 기대받고 있는 이유중 하나는 상대인 홀랜드 역시 타격 성향이 강한 선수라는 점이다. 여전히 놀라운 경기 운영을 보여주고있는 톰슨이지만 아무래도 전성기 때와는 차이가 있다. 특히 그래플링 압박이 강한 선수를 만나면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최근 2경기에서 만난 길버트 번즈, 벨랄 무하마드에게 연달아 판정패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그래플러가 지겨운 것은 홀랜드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올해 넉아웃, 서브미션 등 화끈한 내용으로 연승을 거뒀지만 가장 최근 경기였던 함잣 치마예프와의 계약 체중 경기에서 레슬링에 고전하며 1라운드 서브미션 패배를 허용했다. ​홀랜드는 상황에 따라서는 충분히 톰슨의 구름같은 신법을 깨뜨릴 수 있는 상대다. 톰슨처럼 정교하지는 않지만 큰 신장(191cm)과 긴리치(206cm)를 활용한 다양하고 변칙적인 타격이 일품이다.

쿵푸를 베이스로하는 선수답게 생소한 타격기를 섞어가며 상대를 어지럽히다가 과감하고 큰 공격시도로 흐름을 잡고 기세를 이어가는 플레이를 즐긴다. 발도 빠른 편이고 클린치 상태에서 터져나오는 엘보우 공격은 치명적이기 그지없다. 테이크다운 디펜스에서 지속적으로 약점을 노출하고 있지만 적어도 이번 경기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

통산 23승 중 판정승이 4번(17%)밖에 없을 정도로 화끈한 경기력이 돋보이는 홀랜드는 경기장 밖에서의 행보로도 많은 주목을 끌었다. 최근에는 현실판 히어로 행보로 유명하다. 지난해 자동차 강도를 추격 끝에 붙잡아 검거를 도운 것을 비롯 올해 3월에는 식당에서 총기를 발사한 남성을 제압했다. 어디 그뿐인가. 5월에는 전복된 트럭에서 운전자를 구출해내는 등 모범적 행보로 박수를 받았다.

홀랜드는 1일 있었던 미디어 데이를 통해 "이유는 모르겠지만 3라운드 피니시승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그려진다. 원더보이는 잘 맞지 않는 선수로 방어가 매우 좋은 상대지만 3라운드쯤부터 그를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효타가 들어가기 시작하면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승부는 기울어질 것"이라며 승리를 자신했다.

이에 대해 톰슨은 "경기를 준비하면서 아침에 일어날 때면 미소가 지어진다. 모두가 흥분하는 경기이니만큼 멋진 경기력을 보여주겠다"는 말로 언제나처럼 모범 답변만을 내놓았다. 재미있는 것은 톰슨이 하고 있다는 훈련중 하나다. 홀랜드는 시합 도중 상대에게 말을 거는 것으로 유명하다. 경기중 입을 여는 선수들의 상당수는 도발이나 모욕적 발언을 통해 상대를 흥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홀랜드는 다르다. '방금 공격은 괜찮았다'는 등 진짜로(?) 대화를 즐긴다. 이에 적응하기위해 톰슨은 훈련 파트너에게 스파링 도중 말을 걸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다른 듯 닮은 두 타격가 대결에서 승리의 주먹을 들어올리는 쪽은 누가 될 것인지, 코앞으로 다가온 예고된 명승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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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UFC 파이트 나이트 ‘톰슨 vs 홀랜드’ 메인카드 대진표 ◆

[웰터급] 스티븐 톰슨 vs 케빈 홀랜드
[웰터급] 브라이언 바베레나 vs 하파엘 도스 안요스
[플라이급] 마테우스 니콜라우 vs 맷 슈넬
[헤비급] 타이 투이바사 vs 세르게이 파블로비치
[미들급] 잭 허맨슨 vs 로만 돌리제
[미들급] 에릭 앤더스 vs 카일 다커스
케빈 홀랜드 스티븐 톰슨 원더보이 UFC 파이트나이트 쇼토칸 가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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