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트라베이스(Contrabass)는 바이올린 류의 현악기 중 가장 크며, 가장 낮은 음역의 악기로 오케스트라, 실내악, 재즈는 물론 팝, 가요, 월드뮤직 등 여러 장르의 음악에서 들을 수 있다. 영어권 나라에서는 주로 더블 베이스(Double Bass)로 통용되는데 중후하면서도 여운이 긴 음색이 이 악기의 가장 큰 특징이다.
 
무엇보다 재즈를 사랑하는 음악 팬들에게 콘트라베이스는 매우 친근하게 다가서며, 그 사운드의 마력에 빠진 이들은 쉽게 헤어나기 힘들 정도다. 지난 11월 하순 <뷰티풀 마인드(Beautiful Mind)>란 앨범을 발표한 뮤지션 정호는 우리나라 유수의 재즈클럽에서 20년 가까이 라이브 활동을 펼쳐 온 중견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로 정평이 나 있다.
 
첫 번째 정규작품이 발표될 수 있도록 함께 연주해준 박갑윤(기타), 오영준(피아노), 김경태(드럼) 등 세 뮤지션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이번 인터뷰를 통해 꼭 전하고 싶다는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정호. 그는 수록된 1번부터 8번 트랙까지 감상하면 마치 한 편의 단편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될 거라는 세심한 첨언도 더 했다.
 
지난 11월 25일 오후 4시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재즈 뮤지션 정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일문일답.
 
재즈 뮤지션 정호 중견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정호

▲ 재즈 뮤지션 정호 중견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정호 ⓒ 이종성

 
- 먼저 본인 소개를 해 달라
"횟수로 18년째 콘트라베이스란 악기를 연주해 온 재즈 뮤지션이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의 주요 재즈클럽에서 숱한 라이브 공연을 해왔고, 지난 달 23일 내 이름을 걸고 처음으로 앨범을 발표했다."
 
- 활동한 지 됐는데, 음반발매는 꽤 늦은 편이다.
"음악인으로 살면서 내 연주에 대해 만족한 적이 없었다. 채워지지 않는 부분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고민이었고, 나 자신과의 싸움이 계속됐다. 그러다가 올 봄 '이래서는 안 되겠다'란 생각을 했고, 부족함이 있더라도 내 음악들을 세상에 선보이는 작업을 시작해 첫 앨범 <뷰티풀 마인드>를 정식으로 발매하게 됐다."
 
- 주위 반응은 어떤지?
"각종 음원사이트에 앨범이 공개된 후 축하 연락을 정말 많이 받았다. 불혹이 넘은 아티스트의 첫 작품이라 그런 것인지 내가 놀랄 정도로 격려와 응원이 있었다.(웃음) 사랑하는 가족, 나와 함께 쿼텟으로 연주해 준 세 뮤지션 분들에게 이 인터뷰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 앨범 소개를 해달라'
"이번 앨범에는 사전 리허설 없이 원테이크(One-Take) 형식으로 녹음을 한 여덟 곡을 수록됐다. 정통재즈의 의미를 청자들에게 전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네 재즈 뮤지션의 완벽에 가까운 '인터플레이'(Interplay, 연주자 사이 무언으로 하는 의사소통)로 완성된 결과물이다."
 
- 수록된 곡 모두, 창작곡인가?
"7곡은 내가 직접 썼고, 마지막 트랙으로 담긴 '롱 웨이 투 고(Long Way To Go)'는 선배 김중회 뮤지션이 발표했던 곡을 리메이크했다. 수록 트랙 중 '뷰티풀 마인드(Beautiful Mind)', '화이트 노이즈(White Noise)', '페이션스(Patience)', '낫 이지 투 어폴로자이즈(Not Easy To Apologize)'는 이번 첫 앨범을 위해 창작했고, 나머지 곡들은 그 이전에 써놨던 것들이다."
 
- 대중에게 가장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곡이 있나?
"1번 트랙으로 담긴 '리마인드(Remind)'다. 물론 다른 곡들도 다 소중하기에 많은 분들의 플레이리스트에 포함되면 좋겠다. (웃음) '리마인드'는 키스 자렛 트리오(Keith Jarrett Trio)의 곡 '발라드 오브 더 새드 영 멘(Ballad Of The Sad Young Men)'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 지금도 거의 매일 듣는 트리오의 멤버 개리 피코크(Gary Peacock)의 베이스 연주는 내게 언제나 경이로움 그 이상이다."
 
재즈 아티스트 정호 활동 18년만에 첫 앨범 발표한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정호

▲ 재즈 아티스트 정호 활동 18년만에 첫 앨범 발표한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정호 ⓒ 이종성

 
- 그렇다면 어떤 음악인이 롤 모델인가?
"정말 존경하고 따라가고 싶은 위대한 아티스트들이 즐비하다. 개리 피콕(Gary Peacock), 폴 챔버스(Paul Chambers) 두 콘트라 베이시스트의 전설이 남겨 놓은 연주곡들을 듣고 재해석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시대를 좀 더 올라가 2002년 작고할 때까지 음악에 관한 열정을 토로했던 레이 브라운(Ray Brown)의 작품들은 말로 표현 할 수 없다. 특히 1994년에 공개된 앨범 <흑인 오르페(Black Orpheus)>는 그 분의 작품 중 지금도 여전히 심취해 듣는다. 세 아티스트 모두 내겐 범접할 수 없는 롤 모델이다."
 
- 언제부터 콘트라베이스를 배웠나?
"2003년 겨울방학 무렵부터였다. 중고등학교 때 록 음악에 심취해 기타와 베이스기타를 연주했고, 밴드활동도 활발히 했다. 대학 실용음악과에 입학해서 베이스 기타를 전공하다가 군 전역 후 복학해서 콘트라베이스의 존재를 비로소 알게 됐다.
이 악기의 우리나라 최고 연주자로 학교에서 강의를 했던 김영현 교수님으로부터 정말 큰 가르침을 받았다. 부모님과 같은 분이시다."
 
- 전공 악기를 바꾼다는 것,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렇다. 베이스 기타를 전공했던 동기 중에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겠다며 전향한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악기를 바꾼 후에도 고민과 갈등은 한동안 계속 됐다. 그러던 와중에 1999년 모 교수님이 주셨던 워킹 베이스(Walking Bass. 재즈음악에서 4분음표로 구성된 베이스라인을 손가락으로 베이스 줄을 튕겨서 연주하는 방식) 관련 여러 메모를 다시 살펴 보며 연습을 해 나갔고, 주위 음악 하는 친구의 조언도 보탬이 됐다."
 
- 이후 어떤 노력을 했고, 콘트라베이스의 매력은 무엇인가?
"대학 졸업 후 2년 넘게 주요 대학으로 레슨 수업을 받으려 다녔던 기억이 떠오른다. 선생님들의 훌륭한 가르침에 어긋나지 않을 만큼 열심히 배웠고 2005년 가을 프로 음악인으로서 첫 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덩치가 꽤 큰 악기여서 안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고 따뜻해진다. 거부할 수 없는 매력 포인트다." (웃음)
 
- 뮤지션으로서 경험한 최고의 순간이 있다면?
"함께 연주하는 뮤지션끼리 음악으로 완벽하게 교감을 이룬 순간이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공연을 해왔지만, 전율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을 갖기란 쉽지 않다. 같은 레퍼토리를 하루에 몇 번을 반복하거나 매일 연주한다 해도 찾아오지 않는다. 그러다가 단 한 번에 모든 연주자들의 완벽한 호흡이 이뤄지게 되면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경이로운 찰나가 찾아온다."

- 재즈뮤지션을 꿈꾸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음악에 관한 철학을 가졌으면 한다. 자신이 정말 음악을 좋아하는지, 어떤 곡들을 좋아하고, 어떤 아티스트를 좋아하는지 계속 탐색해 보고, 직접 연주하고 노래하는 노력을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 그런 재해석 작업을 꾸준히 하다보면 자신의 스타일을 발견하게 될 것이고, 내면의 나를 알게 됨으로써 궁극적으로 내 음악을 할 수 있는 때가 온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알려달라.
"앨범발매 라이브 무대를 열어달라는 연락이 여럿 왔지만, 아직 어떻게 할지 정하지 못했다. 다음 작품을 서둘러 내야겠다는 마음도 있다.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정호에게 뮤지션으로서 새로운 시작, 도약의 계기가 된 첫 앨범 <뷰티풀 마인드>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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