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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 25일 오전 국회 의장집무실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겸 외교부 기후환경대사를 접견하고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 25일 오전 국회 의장집무실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겸 외교부 기후환경대사를 접견하고 있다.
ⓒ 국회의장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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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김진표 국회의장이 국회에서 나경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면담했다. 저출생 문제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는 가운데, 김진표 의장은 이 자리에서 "젊은 분들과 대화해보면 출산 장려 운동에 대해 감성적 저항감을 느끼는 것 아닌가 느낀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기독교계의 움직임 역시 소개했다.

김 의장은 "기독교계에서는 동성애·동성혼 치유회복운동을 포함해 네 가지를 한꺼번에 생명존중 운동으로 승화해 추진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가 '동성애·동성혼 치유회복운동'을 소개한 것은 매우 문제적이다. 보수 개신교계에서 주장하고 있는 탈동성애 운동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탈동성애 운동은 동성애를 '전환 치료'의 대상인 정신질환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동성애는 치유나 회복의 대상도 아니다. 지난 수십 년에 걸쳐 입증된 사실이다. 1974년 미국정신의학회는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한 투표를 거쳐, 동성애(Homosexuality)를 진단명에서 삭제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92년에 동성애를, 2018년에 트랜스젠더를 국제질병분류표에서 제외했다. 세계정신의학협회(WPA)는 지난 2016년 성명서를 내고 '선천적인 성적 지향이 바뀔 수 있다는 어떠한 타당한 근거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성애는 질환이 아니며, 이를 치료하고자 하는 시도가 비윤리적'이라는 우려도 덧붙였다.

일각에서 해당 발언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국회의장실은 '김진표 의장이 가치 판단을 실어서 한 이야기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종교계의 흐름을 나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해명엔 설득력이 부족하다. 저출생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그가 뜬금없이 동성애 치유회복운동을 소개한 선택만으로도, 그의 가치판단은 충분히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프랑스처럼 미혼모를 정식 가족으로 인정하는 기조로 정책이 바뀌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부분적으로 진보적인 인식을 보여줬으나, 여전히 성소수자 사안에 관련해서는 보수 기독교계의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정교분리가 어려운 건가

5선 출신의 김진표 국회의장은 더불어민주당 진영의 대표적인 '호모포비아' 인사다. 수원중앙침례교회의 장로를 맡는 등 독실한 개신교인이기도 하다.  2012년 12월 13일 언론 브리핑에서 개신교계의 주장에 공감하며 동성애·동성혼 허용 법률이 제정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었다. 국회의장 취임 이전인 올해 2월, 그는 미래목회포럼이 주최한 '대선과 기독교에 대한 토론회'에서도 변함없는 입장을 드러냈다. 자신이 2013년 민주당 김한길 의원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을 철회시킨 '장본인'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다시 11월 25일. 김 의장은 "우리는 실정법에서 불합리한 차별 대우를 막는 조치를 이미 갖고 있다. "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내용의 법을 포괄적으로 하는 건 사회에서 논란되는 것처럼 '동성애와 동성혼을 사실상 합법화하는 그런 목적으로 법을 만드는 거 아니냐'는 기독교계의 우려를 가중시킨다"고 말했다. 성적 지향을 차별 사유에 포함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반대 의사를 확실히 한 것이다.
 
독일 선수들이 지난 23일 카타르 도하 칼리파 국제경기장에서 월드컵 E조 독일과 일본의 경기에 앞서 단체사진을 찍으며 입에 손을 얹고 있다.
 독일 선수들이 지난 23일 카타르 도하 칼리파 국제경기장에서 월드컵 E조 독일과 일본의 경기에 앞서 단체사진을 찍으며 입에 손을 얹고 있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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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은 일본과의 조별 예선 1차전 경기에 앞서 일제히 입을 가리는 포즈를 취했다. 이것은 카타르의 소수자 인권 탄압에 항의하기 위한 퍼포먼스였다. 월드컵을 앞두고 이어진 이주노동자의 사망 그리고 카타르 내의 극심한 소수자 차별을 문제 삼은 것이다. 잉글랜드, 독일 등 7개국 대표팀의 주장들이 '원 러브(One Love)'라는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서기로 했지만 피파의 제재에 의해 이 시도가 좌절되자, 입을 가리는 퍼포먼스로 이를 대신한 것이다.

전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인 월드컵에서 성적 지향을 이유로 배제되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LGBTQ를 상징하는) 무지개가 새겨진 옷을 입은 관객의 출입도 제한된 것이 현실이다. 칼리드 살만 카타르 월드컵 대사는 독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동성애는 정신적 손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슬람 근본주의의 종교적 원칙이 국제적 스포츠 행사에 개입된 것은 부당하다는 공감대가 모인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20조 2항에는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는 정교분리의 원칙이 명시돼 있다. 그런데 다른 누구도 아닌 의전 서열 2위인 국회의장이 보수 개신교계의 입장을 빌려, 혐오를 거들었다. 국회의장의 혐오 발언은 카타르 월드컵의 소수자 탄압 못지않게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다. 지금은 2022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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