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31경기에서 28승 3패라는 독보적인 성적을 올리고도 시즌이 일찍 마감되는 바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던 현대건설 힐스테이트가 이번 시즌 '한풀이'에 나선 모양이다. 현대건설은 개막 후 9경기에서 단 5번의 세트만 내주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과시하며 9전 전승으로 승점 26점을 따냈다. 외국인 선수 야스민 베다르트가 어깨 부상으로 1세트에 교체됐던 11일 KGC인삼공사전(3-2 승리)을 제외하면 크게 고전한 경기조차 없었다.

지난 25일 현대건설에게 패하며 6연승이 좌절됐지만 '여제' 김연경이 복귀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역시 7승 2패로 승점 20점(7승2패)을 따내며 순조로운 시즌을 이어가고 있다. 이고은 세터(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가 팀을 떠나고 선수들의 평균연령이 한 살 더 올라가면서 고전이 예상됐던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도 특유의 끈끈한 팀 컬러와 높은 블로킹(세트당2.83개, 1위)을 앞세워 상위권 진입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반면에 2020-2021 시즌 챔프전 우승팀이자 지난 시즌에도 3위에 오르며 안정된 전력을 자랑하던 GS칼텍스 KIXX의 초반행보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GS칼텍스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내부 FA 안혜진과 유서연을 모두 잡았고 외국인 선수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와 재계약하면서 전력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하지만 GS칼텍스는 이번 시즌 9경기에서 3승 6패를 기록하며 7개 구단 중 6위에 머물러 있다.

차상현 감독 부임 후 3번째 챔프전 우승
 
 GS칼텍스 리빌딩의 핵심이었던 강소휘는 현재까지도 GS칼텍스의 간판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GS칼텍스 리빌딩의 핵심이었던 강소휘는 현재까지도 GS칼텍스의 간판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GS칼텍스는 2013-2014 시즌 괴물 외국인 선수 베타니아 데 라 크루스의 활약에 힘입어 프로 출범 후 두 번째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은 정대영(도로공사)과 전력의 반을 차지하던 외국인 선수 베띠가 동시에 팀을 떠나면서 큰 위기를 맞았다. 실제로 GS칼텍스는 2014-2015 시즌 '디펜딩 챔피언'에서 5위로 떨어지는 수모를 경험했다. GS칼텍스의 시련이 시작된 시즌이었다.

GS칼텍스는 201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강소휘라는 걸출한 신인을 지명했지만 2015-2016 시즌에도 4위에 머물며 플레이오프에 초대받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2015-2016 시즌이 끝난 후에는 배유나마저 도로공사로 이적하면서 미들블로커 라인이 크게 약해졌다. GS칼텍스는 2016년 말 팀의 두 번째 우승을 이끌었던 이선구 감독이 사임하고 차상현 감독이 부임하면서 팀에 큰 변화를 맞았다.

차상현 감독은 GS칼텍스의 감독으로 부임하자마자 과감한 리빌딩을 단행했다. 팀의 간판선수였던 한송이(KGC인삼공사)를 과감하게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했고 젊은 아웃사이드 히터 이소영(인삼공사)과 강소휘를 중심으로 팀을 재편했다. 차상현 감독 부임 후 선수단의 평균연령이 한층 젊어진 GS칼텍스는 2018-2019 시즌 정규리그 3위에 오르며 5시즌 만에 봄 배구 티켓을 따냈다.

그리고 GS칼텍스는 2019-2020 시즌 206cm의 신장을 자랑하는 역대 최장신 외국인 선수 메레타 러츠(MEGABOX)를 지명하는 행운을 누렸다. 압도적인 높이를 앞세워 V리그를 폭격한 러츠는 코로나19로 시즌이 조기 중단된 2019-2020 시즌 득점(678점)과 공격성공률(41.39%) 2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러츠는 2020-2021 시즌 정규리그 득점 3위(854점)와 챔프전 득점 1위(78점)에 오르며 GS칼텍스의 우승을 견인했다.

2020-2021 시즌 챔프전 우승의 일등공신은 러츠였지만 4시즌 연속 하위권을 전전하던 GS칼텍스를 우승 전력으로 끌어올린 주역은 '쌍소자매' 이소영과 강소휘였다. 정규리그에서 796득점을 합작하며 러츠와 함께 GS칼텍스의 삼각편대로 활약한 이소영과 강소휘는 챔프전 3경기에서도 이소영이 득점 공동 4위(42점)와 디그 1위(세트당 4.27개), 강소휘가 득점 3위(44점)와 리시브 효율 2위(38.57%)에 오르며 맹활약했다.

전력 유지했음에도 지난 시즌과 다른 성적 
 
 지난 시즌 최고의 외국인 선수였던 모마는 이번 시즌 공격성공률이 6% 이상 하락했다.

지난 시즌 최고의 외국인 선수였던 모마는 이번 시즌 공격성공률이 6% 이상 하락했다. ⓒ 한국배구연맹

 
하지만 GS칼텍스는 2020-2021 시즌이 끝난 후 큰 고민에 빠지게 됐다. 외국인 선수 러츠가 해외리그 도전을 선언했고 '토종 쌍포' 이소영과 강소휘도 나란히 FA자격을 얻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V리그 여자부의 연봉상한선이 23억 원으로 늘었다 해도 최고수준의 대우를 해줘야 할 이소영과 강소휘를 동시에 붙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결국 GS칼텍스는 이소영을 떠나 보내고 그보다 3살 어린 강소휘를 붙잡는 쪽을 선택했다.

GS칼텍스는 이소영과 러츠가 동시에 빠진 2021-2022 시즌에도 31경기에서 20승을 따내며 정규리그 3위를 기록했다. 새 외국인 선수 모마가 득점(819점)과 공격성공률(47.30%) 1위에 오르며 팀을 이끌었고 풀타임 주전 첫 시즌에 294득점을 올린 '에이유' 유서연의 활약도 눈부셨다. GS칼텍스는 시즌이 끝난 후 안혜진 세터와 계약기간 3년 연봉 총액 2억 8000만 원, 유서연과 계약기간 3년 연봉총액 2억 5000만 원에 FA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FA자격을 얻었던 주전선수들을 잔류시키고 외국인 선수 모마까지 붙잡은 GS칼텍스는 지난 8월 컵대회에서 통산 5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V리그를 앞두고 자신감을 한껏 끌어 올렸다. 무엇보다 컵대회 MVP 문지윤을 비롯해 아웃사이드 히터로 변신한 권민지, 안혜진, 이원정 세터 대신 주전으로 출전해 팀을 우승으로 이끈 김지원 세터 등 젊은 선수들을 대거 배출한 것이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GS칼텍스는 V리그 개막 후 9경기에서 3승 6패에 그치며 컵대회 우승의 자신감을 V리그까지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다. 주포 모마가 여전히 득점 2위(209점)를 달리고 있지만 공격성공률이 40.83%(5위)로 떨어졌고 지난 시즌 경기당 11.9득점을 올렸던 강소휘는 이번 시즌 경기당 8.5득점에 그치고 있다. 무엇보다 팀 블로킹이 7개 구단 중 6위(세트당 1.88개)에 그치고 있을 정도로 높이에서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시즌 GS칼텍스는 지난 10월 23일 IBK기업은행 알토스와의 시즌 첫 경기와 막내구단 AI페퍼스전 2경기에서만 승리를 따냈을 뿐 나머지 4개 구단을 상대로는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오는 29일 GS칼텍스의 시즌 10번째 상대는 현대건설에게 0-3으로 패하며 5연승이 마감된 후 화풀이 상대(?)가 필요한 2위 흥국생명이다. GS칼텍스는 초반 위기를 극복하고 4시즌 연속 상위권을 기록했던 강팀의 위용을 언제쯤 회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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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도드람 2022-2023 V리그 GS칼텍스 KIXX 차상현 감독 하위권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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