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 경기 모습.. 2022-2023시즌 V리그

한국도로공사 경기 모습.. 2022-2023시즌 V리그 ⓒ 박진철 기자

 
순위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면 선수와 감독, 구단 관계자는 매 경기 피가 마른다. 그러나 지켜보는 팬들은 즐겁기만 하다. 올 시즌 여자 프로배구가 그렇다.

26일 오전 현재 V리그 여자부 순위표를 살펴보면, 1위 현대건설(9승·승점26), 2위 흥국생명(7승2패·승점20)이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어 3위 한국도로공사(4승4패·승점12), 4위 KGC인삼공사(4승4패·승점11), 5위 GS칼텍스(3승5패·승점10), 6위 IBK기업은행(3승6패·승점10) 순이다. 그리고 7위 페퍼저축은행은 9전 전패(승점1)로 연패 중이다.

순위표만 봐도 한눈에 알 수 있듯, 3위부터 6위까지 중위권 4팀은 그야말로 자고 일어나면 순위가 뒤바뀌는 혼돈 상황이다. 3위와 6위의 승점 차이가 고작 2점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한 경기만 승리해도 6위가 3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올 시즌 여자배구 판도가 지난 시즌과 달리 치열하게 치고받는 경기들이 많아졌다. 지난 시즌에는 현대건설이 1위를 독주하고, 중위권 싸움도 2~4위 그룹과 5~7위 그룹의 차이가 너무 크게 벌어져 승패가 뻔한 경기들이 많았다.

중위권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경우, V리그 역사상 최초로 여자배구에서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가 치러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준플레이오프는 정규리그 3위와 4위의 승점 차이가 3점 이하일 경우, 3위 팀 홈구장에서 단판 승부를 펼쳐 플레이오프 진출 팀을 결정하게 된다.

약점 보완 속도가 순위를 좌우한다

한편, 중위권 4팀은 장점과 약점이 비교적 뚜렷하기 때문에 어느 팀이 약점을 빨리 보완하느냐에 따라 선두권과 중위권 변화의 주도권을 쥘 수도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리베로 임명옥을 축으로 서브 리시브가 안정적인 게 특징이다. 끈질긴 수비력을 바탕으로 대표팀 주장인 박정아의 기량 향상, 미들 블로커 배유나의 맹활약이 더해져 초반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다만, 외국인 선수의 기복이 크고, 세터의 경기 운영이 단조로운 점 등이 약점으로 평가된다.

KGC인삼공사는 외국인 선수 엘리자벳이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또한 염혜선, 정호영, 박혜민, 이선우 등 올해 대표팀에서 활약한 선수들이 많아 시간이 갈수록 전력 상승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인 이소영의 어깨 부상 관리가 변수다. 또한 '풍요 속의 빈곤'도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우수한 선수들이 7개 구단 중 가장 풍부하지만, 최강 전력을 만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GS칼텍스는 리그 개막 전까지만 해도 현대건설, 흥국생명과 함께 3강 후보로 꼽혔다. 지난 8월 KOVO컵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주전과 백업 자원이 가장 탄탄한 팀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그러나 올 시즌 초반 흐름이 좋지 않다. 팬들도 GS칼텍스의 최근 부진에 대해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다.

특히 국내 공격수들이 전반적으로 득점력이 떨어졌다. 그 여파로 고군분투했던 외국인 선수 모마도 상대 팀의 집중 견제를 당하며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GS칼텍스의 장점인 끈끈한 수비와 젊은 패기로 몰아붙이는 기세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여자배구 최단신 팀의 한계만 두드러지면서 슬럼프가 길어질 수도 있다. 저력이 있는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재반등의 여지는 충분하다.

IBK기업은행은 시간이 갈수록 전력이 강화될 여지가 있다. 특히 표승주가 지난 10월 세계선수권 대회에 다녀 온 이후 몸 상태와 기량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현재 외국인 선수까지 포함해서 득점 부분 전체 8위에 올라 있다. 올 시즌 국내 아웃사이드 히터 중 김연경 다음으로 퍼포먼스가 좋다. 공격과 수비력을 겸비한 강력한 아웃사이드 히터의 존재는 팀에 큰 버팀목이다.

또한 부상 재활 중인 김희진과 외국인 선수 교체로 늦게 합류한 산타나도 정상 가동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다만, 수비 조직력과 서브가 약한 점 등이 상승세에 제동을 걸고 있다.

여자배구 '흥행 질주'.. 멈추는 법 잊었다

올 시즌 여자배구는 '배구 황제' 김연경 신드롬으로 역대 최고 관중 몰이를 하고 있다. 그런데다 순위 싸움까지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배구 팬들을 더욱 흥미롭게 하고 있다. 때문에 외부 요인과 상관없이 흥행 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특히 카타르 월드컵 열기에 V리그 흥행도 일정 부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됐던 것에서 벗어나, 상호 윈윈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월드컵 개막 이후에도 여자배구는 오히려 흥행 지표인 관중 수와 TV 시청률이 월드컵 이전보다 대폭 상승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월드컵 개막 이후인 지난 22일,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흥국생명 경기는 경기 시작 40분 전에 티켓 온라인 예매창에서 전 좌석이 매진됐다. 실제로 이날 경기장에 4118명의 관중이 가득 들어찼다. 시청률도 이날 방송된 케이블TV 전체 프로그램을 통틀어 전체 9위를 차지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초대박 흥행이었다. 이 경기가 평일인 화요일 오후 7시 경기이고, 경기 장소도 수도권과 거리가 먼 김천시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또한 이 경기와 같은 시간인 오후 7시에 국내 지상파 3사가 월드컵 축구 아르헨티나-사우디아라비아 경기를 생중계했다. 그런데 사우디가 아르헨티나를 2-1로 격파하면서 최대 이변을 연출했다. 

시청률 조사 회사와 한국배구연맹(KOVO)의 공개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3일 열린 GS칼텍스-IBK기업은행 경기도 월드컵 이전인 1라운드에서 두 팀의 맞대결 때보다 시청률과 관중 수가 대폭 상승했다. 24일 KGC인삼공사-페퍼저축은행 경기도 '전패 팀'과 대결이었지만, 케이블TV 시청률 '대박' 기준인 1%를 넘겼다.

25일 오후 7시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현대건설 경기도 평일 저녁임에도 관중이 무려 5026명이 몰렸다. 올 시즌 '평일 경기' 중 남녀 배구를 통틀어 최다 관중 기록이다. 시청률도 1라운드 두 팀의 맞대결 때보다 높았다. 이날도 똑같은 시간에 지상파에서 월드컵 축구 이란이 아시아 팀 3번째로 유럽 팀에 승리한 경기가 생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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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흥국생명 KOVO 관중 시청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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