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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말하기는 마치 양날의 검과 같다. 인간의 말은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하며, 유익하기도 하고 유해하기도 하다. 실제로 우리가 주고받는 말은 때로는 사람을 돌보고, 때로는 사람을 해친다.

인간의 말은 '병 주고 약 주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이왕 말을 하며 살아갈 거라면 돌보는 말, 약 주는 말을 더 하려고 노력하면 좋을 것 같다. 부지불식간에 남을 해치는 말, 남에게 병 주는 말을 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정신차리고 있으면 좀 낫지 않을까.
 
책 표지
▲ 교사의 말 책 표지
ⓒ 교육을바꾸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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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앤더슨(Mike Anderson)이 쓰고 이석영 및 여러 사람들이 한국어로 번역해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이 편집·출간한 <교사의 말>은 바로 그런 '극단적이고도 상반된' 효력을 발휘하는 인간의 말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책이다. 

책 제목이 '교사의 말'인 것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일선 학교교사들을 1차 독자로 상정한다. 그러나 이 책은 보통 사람들의 여러 다채로운 인간관계들 안에서 내가 하는 말이 상대방에게 어떤 의미로 전달되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해준다. 

악의 없이 말했는데 의도치 않게 상대가 상처받았다며 서러워 엉엉 울 때, 좋은 뜻으로 충고하던 중에 '알지도 못하면서 참견 말라'는 반응에 맞닥뜨릴 때, 별뜻 없이 무심코 지나치듯 발설한 말에 상대가 발끈해 '사과해!'라는 당황스러운 요구를 해올 때, 이 책은 유익한 참고서가 될 것 같다. 나아가 이 책에서 뜻밖의 위로를 받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교사 아닌 사람들도 이 책을 접하는 걸 꺼릴 이유가 전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이 말 그대로 "좋은 의도를 올바른 언어로 표현하는 방법, 또는 의도와 언어를 일치시키는 방법에 대해(14쪽)" 다루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다. 이 책이 "아이들의 인생에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하는 사람"을 모두 '교사'로 일컫기 때문이다. 

이 책 지은이 앤더슨은 강조한다. "이 책 전체에 걸쳐 '교사'라는 단어가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용어로 사용되고 있음을 기억하기 바란다(22쪽)"고. 그런 의미에서, 내가 교사 노릇을 할 때가 종종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워밍업 하듯 우선 한 문단을 맛보기로 보자. 2장(비꼬는 말) '결론' 바로 앞부분에 나온 문장이다. 
 
우리는 공격적이고 건방진 아이들에게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면 아이들의 부정적인 행동이 강화될 것이라고 염려한다. "아이들이 먼저 교사를 존중해야 교사도 아이들을 존중할 수 있는 거야" 하고 합리화하는 때도 있다. 하지만 이는 지금 천식발작으로 고통받는 사람에게 당장 공기흡입기를 주지 않고 "일단 숨을 제대로 쉴 수 있게 돼야 공기흡입기를 받을 자격이 생긴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 43쪽
 
이 책의 관점이 어떤 것인지 대충 감이 왔을 것 같다. 요약하면, 말할 때 내 말의 의도, 표현방식, 의사전달 욕구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내 말을 들을 사람의 상태와 상황을 잘 지켜보아야 한다는 것! 그런데 이게 말하기는 쉽지만, 실행하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은, 그러니까 실행하기가 몹시 어려운 활동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렇게 타인을 살피고 관찰하는 말하기를 실천할 필요가 있다. 내 말을 충분히 다 쏟아냈다고 내 말이 상대에게 다 잘 전달되는 게 어차피 아니기 때문이다. 

성서에 등장하는 나사렛 예수는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을 것이다"라는 표현을 자주 썼는데, 들을 귀가 없는 사람에게 아무리 의미있는 말을 해봤자 소용이 없다. 그 사람에게는 내 말이 자동차 소리나 소울음 소리 같은 음향효과 정도일 테니 말이다. 

이 책은 교사가 학생들에게 '하지 않아야 할 말'을 각 장의 제목 문장으로 올려두어서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준다. 각 장의 제목 중 몇 가지를 예시해보겠다. 
 
"숙제를 챙겨왔을 리가 없지." --- 비꼬는 말
"좋은 아이디어 있는 사람, 말해볼까?" --- 비교하는 말
"도대체 몇 번을 말해줘야 되니?" --- 문제아 취급하는 말
"이것(공부)만 끝나면 놀 수 있어." --- 배움의 즐거움을 빼앗는 말
"성적 잘 받고 싶으면 공부해라." ---  (학습의) 내적 동기를 꺾는 말    
 
목차를 훑어보며 '하지 않아야 할 말'들을 내가 너무 많이 자주 한다고 지레 절망하면 안 될 것이다. 그런 말들을 내가 너무 많이 자주 하게 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앤더슨은 지적한다. "교사의 언어습관과 언어패턴은 대부분 오랜 시간에 걸쳐 교사에서 교사로 전수"되는 까닭에, 어린 시절부터 선생님과 부모님께로부터 오래도록 들어왔던 말을 지금의 내가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되풀이'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16쪽). 

그렇다면 이제 어떡할 것인가? 교사로서 기성세대로서 '하지 않아야 할 말'을 하지 않을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은가? 앤더슨은, 효과를 보겠다는 마음으로 바람직한 언어표현을 암기해서도 안 되고, 효과가 당장 나타나지 않는다고 바람직한 언어표현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고 말한다. 

앤더슨이 이 책을 통해 권하는 것은 다음의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교사들 스스로 자신들의 언어습관을 성찰하기, 둘째는 교사 동료들이 서로 만나 허심탄회하고 풍부하게 토론하기.   

나는 학교교사는 아니지만,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강사 노릇을 할 기회를 종종 얻어 강단에 선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내가 교육공간에서 어떤 언어표현을 주로 구사하는지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 결과 도달한 나의 결론은 앤더슨이 책 서두에서부터 전제하고 또 강조하는 '제안'에 다름 아니었다.
"좋은 언어습관은 의식적인 사고를 필요로 한다" - 26쪽  
 
마음이 바뀌면 말도 바뀐다. 마찬가지로, 마음이 바뀌지 않으면 말도 바뀌지 않는다. 암기해서 기계적으로 사용하는 권장표현은 시쳇말로 '영혼 없는 말'일 뿐이고, 연기력 떨어지는 배우의 어색한 대사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보자. 성적을 잘 받는 게 중요하다는 마음을 가진 교사가 "시험 점수 잘 받고 싶으면 공부해라"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지침'을 그저 준수하고자, 마음에도 없는 말 즉 "시험은 학생의 학습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라고 읊조린들 그 말이 학생들에게 과연 전달될 수 있을까? 

결국 교사가 진심으로 자기 마음을 바꾸는 게 관건이다. 모쪼록 우리나라 학교교사뿐 아니라 부모님 및 여타 모든 어른들 가운데 많은 분들이 학습자를 존중하겠다는 쪽으로 마음을 바꾸기를 바라며,  이 책 <교사의 말>이 그 마음 바꿈의 여정에 구체적인 도움이 되기를 소망한다.

참고로, 책 말미에는 언어습관을 바꾸는 데 활용해보면 좋을 만한 '팁'이 몇 가지 제시되어 있다. 학생들과의 실제 대화를 녹음하기, 동료들과 대화하기, 언어습관 정정을 잘 진전하고 '있는 척' 자부심 가져보기 등(231-251쪽). 물론 이 '팁'들을 의미있게 활용하려면 마음 바꿈을 결심하는 것(이 책의 표현으로 하면 '목표 설정')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리라.

교사의 말 - 10대의 학습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교실대화의 기술

마이크 앤더슨 (지은이), 이석영, 나은진, 최희진, 정경아, 이지현 (옮긴이), 교육을바꾸는사람들(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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