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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화단에 핀 국화
 아파트 화단에 핀 국화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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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아파트 화단을 지나는데 노란 국화꽃이 방긋 웃고 있었다. 찬 서리가 내린 지는 이미 오래다. 모든 식물들이 자지러져가는 입동(立冬)을 앞둔 늦가을이다. 그런데도 고고히 마침내 활짝 만개한 노란 국화를 바라보자 문득 부끄러운 마음이 앞선다.

엣 선인들은 국화를 '오상고절(傲霜孤節)'이라 하여 으뜸 꽃으로 여겼다. 이는 서릿발이 심한 속에서도 굴하지 아니하고 외로이 지조와 절개를 지킨다는 말로, 지조와 절개는 선비들의 으뜸 덕목이기 때문이다.

문득 교사 시절 학생들에게 가르쳤던 조선시대 문신 이정보의 시조가 떠오른다.
 
국화야 너는 어이 삼월동풍(三月東風) 다 보내고
낙목한천(落木寒天)에 네 홀로 피었느냐
아마도 오상고절(傲霜孤節)은 너뿐인가 하노라.
지난날 안흥 내 집 화단의 국화
 지난날 안흥 내 집 화단의 국화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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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다'고 하더니 어느 새 내 인생도 낙목한천의 계절을 맞았다. 이 쓸쓸한 계절, 고고한 자태로 그윽한 향을 은은히 풍기는 국화를 보면서 간밤 늦도록 스스로 반성하는 '자성(自省)의 시간'을 가졌다.

"사람은 늙을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고 했는데, 그동안 나는 입은 열고 지갑은 닫고 산 듯하다. 화단의 국화는 나에게 가능한 입은 닫고 내면의 꽃을 피우라고 가르치는 듯하다. 이제부터라도 가능한 입은 닫고 '내면의 꽃'을 피우는 내공의 시간을 가져야겠다.
지난날 내 집 화단의 국화
 지난날 내 집 화단의 국화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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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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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교사생활 후 원주에서 지내고 있다. 장편소설 <허형식 장군> <약속> <용서>, 역사다큐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사진집<지울수 없는 이미지> <한국전쟁 Ⅱ> <일제강점기> <개화기와 대한제국> <미군정 3년사>, 어린이 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 <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 <독립운동가, 청년 안중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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