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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세종호텔은 별이 4개인 일명 '특급호텔'이다. 명동역 10번 출구로 나와서 30초면 도착 가능한 초역세권에 위치했고 가성비가 좋은 호텔로도 유명하다. 이름에서 많이들 추측하듯 세종대학교, 세종사이버대학교와 같은 재단인 대양학원이 운영하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세종호텔은 영어시험을 기준으로 셰프와 주방 보조 등을 해고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그 의혹은 실제로 밝혀졌는데 3년간 쌓인 인사고과와 영어시험, 재산 보유내역을 회사에 제출하게 한 것이다.

이는 공정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은 해고 기준이라며 관광레져산업노동조합 세종호텔 지부 노동조합원들은 해당 과정을 모두 거부했다. 이후 15명의 조합원이 해고되었다. 이후 조합원들은 꾸준하게 복직을 위해 싸우고 있다. 지금까지 조합원 5명의 인터뷰를 연재함으로써 지금까지 조합원들이 어떻게 일해왔고 싸워왔는지를 알렸다(시리즈 '해고된 호텔리어, 어떻게 일하다가 잘렸을까' 보기).

세종호텔 노동조합은 10명 남짓의 작은 노동조합이지만 현장엔 끈끈한 연대와 인간적인 정이 가득하다. 이는 수많은 시민사회 단체, 학생 단체, 정치 단체 등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오늘을 시작으로 세종호텔 노동조합에게 긴밀히 연대하며 그들에게 힘을 보태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어떻게 세종호텔 노동조합을 알게 됐는지, 왜 연대하는지를 담았다. 첫 번째로 노동사회과학연구소의 함민희 사무국장을 만났다.

"사무 일만 보고 싶은데"라던 노동사회과학연구소 사무국장 지원자
 
세종호텔 문화제에서 함민희 사무국장이 발언을 듣고 있다
▲ 세종호텔 문화제에 참여한 함민희 사무국장 세종호텔 문화제에서 함민희 사무국장이 발언을 듣고 있다
ⓒ 세종호텔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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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민희씨는 처음으로 노동사회과학연구소(노사과연)의 세미나에 참석했다. 노동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사회주의자와 거리가 멀었다. 그저 당시 남편과 사이가 안 좋았는데, 그걸 좀 극복하고 싶었다. 그래서 어쩌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남편을 이해하기 위해서 남편이 속한 단체의 세미나에 참여해보기로 한 것이다. 자본주의에 너무 익숙해진 민희씨는 당시에 '공동생산'의 개념이 이해되질 않았다. 그래도 처음 시작한 건 끝까지 하는 성격인지라 세미나는 끝까지 들었다.

2020년 12월, 노동사회과학연구소(노사과연)은 새로운 상근자(사무국장)를 뽑기로 했다. 누가 맡으면 좋을지 논의했는데 워낙 적은 월급인지라 나서는 사람이 딱히 없었다. 민희씨의 남편은 집에 와서 사무국장이 필요한데 하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딱히 민희씨에게 맡아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오늘 있었던 일을 공유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민희씨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원래 하던 아르바이트랑 투잡으로 하면 총 월급이 나쁘지 않을 거 같았다. 그래서 민희씨는 남편을 통해 사무국장 지원 의사를 전했다. 민희씨는 자원하면서도 사람들에게 물었다. "저는 자본론 공부하거나 세미나 듣는 거 하기 싫고 사무 일만 보고 싶은데 그래도 되나요?" 자본론을 공부하고 세미나를 자주하는 단체의 사무국장이 되면서도 얼굴 두껍게 그런 부탁을 했다.

그런데 의외로 구성원들은 흔쾌히 그러라고 했다. 그래서 민희씨는 정말로 사무 일만 봤다. 노사과연에 친한 언니들이 있었는데, 언니들은 노동조합의 집회가 있을 때면 항상 "민희야, 이런 거 있는데 같이 갈래?"라고 물었다. 민희씨는 별로 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다섯 번쯤 거절하고 여섯 번째엔 마지못해 따라가곤 했다. 현장에 간다고 해서 크게 생각이 바뀌진 않았고 시간만 낭비하는 거 같았다. 때로는 집에서 가기 싫다고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면서 남편에게 투덜거리기도 했다.

2021년 11월 30일, 세종호텔에 처음으로 왔다. 정말 춥고 비가 왔다. 공대위 회의에 가보라고 노사과연에서 시켜서 왔는데, 회의 장소인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어딘지 아무리 찾아도 잘 안 보였다. 발은 다 젖어서 완전히 얼어버렸고 그냥 집에 가고 싶었다.
 
세종호텔 노조 목요문화제에 참여한 함민희 사무국장이 세종호텔을 바라보며 파업가를 부르고 있다
▲ 세종호텔을 바라보며 파업가를 부르는 함민희 사무국장 세종호텔 노조 목요문화제에 참여한 함민희 사무국장이 세종호텔을 바라보며 파업가를 부르고 있다
ⓒ 세종호텔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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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저찌해서 회의실에 들어갔는데 빈자리는 민망하게도 진행자 옆자리였다. 처음 본 사람들만 잔뜩 있었다. 잘 모르는 사람들과 잘 모르는 주제로 회의를 하려니 어색하고 불편했는데 심지어 다른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잘 아는 거 같았다. 회의가 시작하고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했다. "노사과연에서 온 함민희라고 합니다"라고 하니까 누군가 "노사과연 요즘 이런 데 안 오는데 웬일이래"라고 말했다.

그걸 듣곤 '우리 단체가 당신 눈에 잘 보이게 활동해야 해? 우리 단체 사람들이 얼마나 열심히 하는데 어떻게 저렇게 무례하지?' 싶었다. 금방 회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분위기가 이상하리만치 무겁고 심각했다. 당시 세종호텔은 해고자 명단이 공개되고 한 달이 채 안 됐고, 예고된 해고일까지는 열흘쯤 남았을 때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공동대책위원회가 모인 상황이었다. 회의가 끝나면 호텔 앞에서 공대위 출범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다. 회의 분위기는 심각한데, 민희씨는 도무지 무슨 말인지 너무 어려웠다. 조합원들이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어하는 거 같다는 지부장의 걱정과 해고와 연관된 상황이라는 것만 알아들었다.

아무리 집중하려고 머리에 힘을 줘도 '뭐라는 건가' 싶었다. 회의가 끝나고 호텔 앞으로 이동해서 다같이 공대위 출범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회견이 끝나자,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밥 먹으러 가자며 떠나갔다. 딱히 같이 밥을 먹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서러웠다. 아는 사람은 없고, 노조가 하는 말은 뭔지 잘 모르겠고, 밥 먹으러 가자고 말 거는 사람도 없고, 발은 꽁꽁 얼어서 너무 추웠다. '연대... 너무 어렵고 어색하다' 싶었다.

무슨 말인지 거의 못 알아듣던 공대위 회의에서 세종노조가 목요일마다 문화제를 한다는 말은 알아들었다. 뭐가 뭔진 모르겠지만 무겁던 회의 분위기가 마음에 걸려서 문화제에 참여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는 사람에겐 집중만이 살길이었다.

현장에서 눈물을 흘리다
 
세종호텔 목요문화제에서 발언 중인 함민희 사무국장
▲ 발언하는 함민희 노사과연 사무국장 세종호텔 목요문화제에서 발언 중인 함민희 사무국장
ⓒ 세종호텔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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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으로 문화제에서 발언에 집중했다. 그러자, 눈물이 났다. 그때부터 매번 문화제에서 혼자 울었다. 발언들이 정말 대단했고 감동적이었고 진심이 느껴졌다. 그러나 가끔 조합원들이 다가와서 "혹시 오늘 발언 부탁드려도 될까요?"라고 물으면 항상 못하겠다고 거절했었다. 아직 마음의 준비도 안 되었고 호텔에 관해서 잘 알지도 못했다.

그런데 거절하고 돌아오는 길엔 항상 자괴감이 들었다. 문화제에 와보니, 발언으로 그 시간이 채워지는데 내가 거절해서 조합원을 곤란하게 한 거 같았다. 그래서 목요문화제에 올 땐 항상 조금 괴로웠다. 게다가 아는 사람도 없고 다른 사람들은 서로 반갑게 인사하니, 꿔다놓은 외로운 보릿자루가 된 거 같았다. 그래도 하기로 마음 먹은 건 끝까지 하는 성격인지라, '그래도 간다! 목요일엔 항상 가기로 했으니까 철판 깔고 간다!' 하는 마음으로 항상 갔다. 문화제에 앉아서 다른 사람들의 발언을 들었고, 듣다가 매번 감동해서 울었고, 돌아오는 길엔 발언을 못한 게 마음에 걸려서 자괴감을 가지는 일상이 반복됐다.

민희씨는 세종호텔에서 지금까지 세 번 발언했다. 처음은 겨울이었는데, 그날따라 노사과연 동지들이 문화제에 많이 왔다. 안 할 수가 없어서 마이크를 잡았고 발언을 시작했다. 저번에 정혜진 조합원님 발언을 들었는데 가족, 친구들이 투쟁을 지지해주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면서 우는 걸 봤다고 했다. 만약 나였다면 희망퇴직을 받아들이거나 바로 다른 일자리를 찾아봤을 거 같다고, 집에서 힐링서적 읽으면서 '나는 괜찮다'를 반복해서 되뇌고, 카페에서 친구들한테 회사 욕이나 했을 거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마치 내가 조합원님을 울리는 친구가 된 거 같다고 했다.

집에 돌아가서 사흘 동안 창피해 했다. '그런 말을 왜 했지'라고 민망해 하면서 방에 혼자 있다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남편이 "무슨 일이야!"라며 방문을 벌컥 열기도 했다. 두 번째는 이청우 동지가 연락하더니 오늘 꼭 발언 해달라고 부탁했다. "선배님 저 못해요"라고 징징대기도 했으나 결국은 어쩔 수 없이 마이크를 잡았다.

발언 후 일주일간 집에서 문득 문득 생각날 때마다 몸 둘 바를 몰라서 역시 '빽!' 소리를 질렀다. 발언할 때마다 진심을 담아서 마음을 모두 보여주겠다는 생각으로 했다. 그런데 막상 다 보여주고 나면, 너무 오바한 거 같아서 민망하고 창피했다. 세 번째 발언했을 때는 세종노조가 지노위, 중노위를 모두 졌는데 주명건은 교육부를 상대로 하는 행정소송에서 승리했을 때였다. 그때 민희씨는 집에서 발언을 준비하면서도 속상해서 울었다. 문화제 직전, 노조 사무실에서 공대위가 회의를 했는데 그때도 민희씨는 계속 울었다. 허지희 사무장이 쉴 새 없이 우는 민희씨에게 "어? 과몰입했는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왜 연대하나요? 질문에 돌아온 답
 
세종호텔 정문에서 선전전 중인 함민희 노사과연 사무국장
▲ 세종호텔 정문에서 선전전 중인 함민희 사무국장 세종호텔 정문에서 선전전 중인 함민희 노사과연 사무국장
ⓒ 세종호텔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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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씨는 '왜 세종호텔에게 연대하냐'는 물음에 '세종노조는 마치 오랫동안 함께 산 부부의 사랑같다'고 답한다. 오래 산 부부가 매일매일 뜨겁게 사랑이 샘솟을 순 없다. 평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살다가 어느 순간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 나 그 사람 사랑하네'라고 문득 깨닫는다.

민희씨에게 세종노조는 오랜 부부의 사랑이다. 솔직히 세종노조에 기계적으로 왔었고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다. 항상 뜨겁거나 매일 샘솟는 사랑은 아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랑한다. 마치 부부가 매일매일 뜨겁게 사랑이 샘솟는 건 아니고 그저 같이 살지만, 가끔씩, 어느 순간 '사랑하는구나' 느끼는 것처럼. 더불어, 민희씨는 시작한 건 끝까지 하는 성격이다. 일단 연대하기 시작한 노동조합은 끝까지 연대한다. 활동가의 대단한 의지 같은 게 아니다. 그저 민희씨의 성격이 원래 그런 거다. 민희씨는 자신의 성격대로 쭉 연대할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민희씨는 조합원들의 모든 선택을 응원한다. 만약 조합원들이 복직할 때까지 싸워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하면, 그 투쟁이 승리할 때까지 함께한다. 그리고 만약 조합원들이 중간에 포기하고 새로운 직장을 찾겠다고 하면, 그 또한 응원하고 지지할 것이다.

물론 아쉽겠지만, 그럼에도 그건 조합원들의 선택이고 그 길을 선택했다고 해서 화내거나 나무라고 싶지 않다. 조합원들의 투쟁하겠다는 선택도, 다른 길을 찾겠다는 선택도 항상 지지할 것이다. 왜냐하면 민희씨에게 연대란 무한히 지지하는 든든한 사람이 되어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동국제강 투쟁사업장에 연대간 함민희 사무국장과 정혜진 세종호텔 노조 조합원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동국제강 투쟁사업장에 연대간 함민희 사무국장과 정혜진 세종호텔 노조 조합원 동국제강 투쟁사업장에 연대간 함민희 사무국장과 정혜진 세종호텔 노조 조합원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세종호텔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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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세종호텔 노동조합은 매주 목요일 오후 6시 30분에 세종호텔 정문(명동역 10번 출구)에서 문화제를 진행합니다. 해고철회를 촉구하는 문화제에 함께 하고 싶은 분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세종호텔 노동조합의 인스타그램(@sejonghotel_union)도 많이 놀러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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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어렵다고 안 할 것인가'라는 좌우명을 가지고 살고 있는 이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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