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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술들은 지금보다 우리 삶과 더 많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과거 관혼상제인 관례(성년의식), 혼례(결혼식), 상례(장례식), 제례(제사), 향음주례 등의 오례(五禮)에는 반드시 술을 사용했다. 그뿐만 아니라 24절기에 따른 명절을 중심으로 조상의 은혜에 감사하고 다양한 세시의례 잔치와 놀이에는 술과 음식이 항상 함께했다. 우리 역사와 문화 속에서 술은 생활 속 깊숙이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친숙한 존재였다.

술은 동서양 모두에서 문화적인 부분에서뿐만 아니라 역사의 장면 속에서도 등장한다. 이것은 술의 역할이 단순히 취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닌 사람들과의 친밀감을 높여주거나 긴장을 완화해 주는 등 사람들 간의 만남에 있어 윤활유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신화 속에서 등장한 술 
 
연륜이 높은 이를 주빈으로 모시고 술을 마시며 잔치를 하는 일종의 유교의례
▲ 향음주례 행사 연륜이 높은 이를 주빈으로 모시고 술을 마시며 잔치를 하는 일종의 유교의례
ⓒ 강북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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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의 역할을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건 신화일 것이다. 이집트 신화에서는 풍요의 여신 이시스의 남편인 오시리스가 곡물의 신에게 보리로 맥주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쳤다고 한다. 그리스신화의 술의 신 디오니소스는 전날 따 놓은 포도가 무게에 짓눌려 즙이 나오더니 맛이 변해가는 걸 보고 포도주를 발견했고 그리스의 이카리오스에게 포도주 담그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디오니소스를 상징하는 포도나무 잎
▲ 카라바조의 디오니소스(바쿠스)  디오니소스를 상징하는 포도나무 잎
ⓒ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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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신화 속에도 술이 등장한다. '동명왕편'에 따르면 하늘의 아들 해모수가 강의 신 하백의 딸 셋을 보고 반해 신하를 시켜 가까이하려고 하였으나 그들이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해모수는 웅장한 궁궐을 짓고 이들을 초청하여 미리 준비한 술로 취하게 하여 돌아가지 못하게 했다. 이 중 큰딸 유화와 인연을 맺어 주몽을 낳았다는 내용이다. 우리 건국 신화에도 술이 등장하지만 아쉽게도 다른 나라의 신화처럼 술의 주종(탁주인지 약주인지)을 알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 밖에도 신화는 아니지만 성경에서도 노아가 대홍수를 피해 거대한 방주를 타고 아라랏산에 도착한 뒤 그곳에 포도나무를 심고 포도주를 만들어 마셨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처럼 전혀 다른 문명에서 다른 원료이기는 하나 술이 들어간 신화가 모두 존재한다는 것은 술이 오랜 역사를 가진 인류의 보편적 문화이자 기호품임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또한 이때의 술들은 대부분 신이 내려주는 선물로 신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고 믿었다.

시대가 흐르면서 술의 역할이 변하기 시작한다. 미국과 중국의 수교에서는 마오타이주가 중심에 있었다. 과거 중국의 마오타이주는 중국 외부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1972년 2월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미중 수교 당시 너무 독한 술이기에 마시지를 말라는 보좌관들의 언지가 있었지만 닉슨은 만찬장에서 건배를 제의하면서 마오타이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미국과 중국의 만찬장의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면서 수교의 분위기도 만들어졌다고도 이야기한다.
 
‘배스(Bass : 영국 맥주회사)’의 엷은 색깔의 다 마신 맥주병 10여개를 보스톤 발행의 사진판 신문인 ‘에브리 새터데이(Every Saturday)’에 싸서 한 아름 안고 있는 모습
▲ 맥주병을 들고있는 김진성을 촬영한 사진 ‘배스(Bass : 영국 맥주회사)’의 엷은 색깔의 다 마신 맥주병 10여개를 보스톤 발행의 사진판 신문인 ‘에브리 새터데이(Every Saturday)’에 싸서 한 아름 안고 있는 모습
ⓒ 미국 폴게티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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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역사 속 술들이 있다. 1871년 5월 30일 미국 군함에서 조선인 관리 중 한 명인 인천부 아전 김진성이 들고 있던 영국 맥주병이다. 이 사진은 미군 함대가 강화도를 침략한 신미양요(辛未洋擾) 때 이탈리아계 종군사진가 펠리체 베아토가 찍은 사진이다.

아마도 김진성은 들고 있던 맥주병은 전쟁이 있기 전 문정관(조선 후기 외국배의 출현과 외국인의 표류시 그 사정을 조사하기 위하여 임명된 관직)들과 배에 올라 미군과의 대화 분위기를 편하게 하기위해 사용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대화는 큰 성과가 없었던 듯 하다.

이 사진을 찍은 이틀 후 1871년 6월 1일에 조선과 미국 간 전투가 벌어진 것이다. 신미양요 이후 조선은 척화비를 세우고 쇄국 정책을 강화하면서 이 사진은 결국 우리나라에서 찍힌 최초의 맥주 사진으로 기록되었다.

이후 1882년 조미 수호 통상 조약 체결 당시에도 술이 등장한다. 미국 측 통상 조약 전권대신 슈펠트(Robert W. Shufeldt)에게 다양한 음식과 함께 이강고(현재 이강주)를 선물했다. 이것을 받은 미국 대표 펠트가 칭찬이 대단하여 "어느 곳을 막론하고 음식을 보면 그곳의 풍토와 인물이 어떠한지를 알 수 있는데, 오늘 내놓은 음식은 그 진미가 뛰어나고 과일도 싱싱하니 다음에 무궁한 발전이 있겠다" 하였다. 이강고라는 술이 미국 대표의 환심을 사려한 목적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

국가행사에서도 주요하게 등장한 술
 
한문으로 작성된 조미수호통상조약 비준서
▲ 조미수호통상조약 비준서 한문으로 작성된 조미수호통상조약 비준서
ⓒ 미국 국립 문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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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도 술은 주요한 국가 행사에 등장한다. 행사의 만찬주로도 사용되면서 그 술이 가진 의미를 전달하고자 사용되기도 한다. 2018 남북 정상회담 공식 환영 만찬주로 문배주와 면천두견주가 사용되었다.

문배주가 처음 만들어진 곳은 평안도이나 지금은 남한의 술로 남과 북 모두에서 만들었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면천 두견주는 충청남도 당진군 면천면에서 유명한 술로, 진달래 꽃잎과 찹쌀로 담그는 술이다. 북한을 상징하는 꽃인 '진달래'를 주재료로 사용하기도 했고 당시 화합의 분위기를 잇기 위해 봄과 진달래를 상징하는 두견주를 만찬주로 선택했을 거라 이야기한다.
 
2018 남북 정상회담 공식 환영 만찬주
▲ 문배술과 두견주 2018 남북 정상회담 공식 환영 만찬주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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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나 현재나 술들이 역사 장면 속에서 함께 하는 것은 술이 가진 커뮤니케이션의 메시지로서의 역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일상에서도 술 한 잔의 의미 속에는 소통과 관계 형성, 인간적 유대감 등 사회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술이 가진 의미를 단순히 취하기 위해서 마시는 하나의 도구가 아닌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더 이어주는 매개체로써 사용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브런치에 동시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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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연구를 하는 농업연구사/ 경기도농업기술원 근무 / 전통주 연구로 대통령상(15년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 진흥) 및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수상(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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