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팀에게는 희망의 밤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잠시 후 다른 경기 결과가 나오면서 두 팀의 희비가 엇갈렸다. 2022년 KBO리그 정규 시즌 3~8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팀들의 이야기다.

이들의 순위는 좀처럼 확정되지 않고 있다. 어느 한 팀이 뒤를 바짝 쫓으면 앞서가던 다른 팀이 다시 그 차이를 벌리는 현상이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이러다가는 5위와 6위 자리도, 3위와 4위 자리도 마지막 날까지 정해지지 않을 수도 있다. 7위와 8위 자리도 두 팀의 마지막 경기날인 8일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 중 키움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는 10월 8일에 정규 시즌이 끝나고, kt 위즈와 NC 다이노스는 순연된 경기를 다시 치러야 하기 때문에 10일까지 기회가 있다. 먼저 끝나는 팀이든 나중에 끝나는 팀이든 부담이 큰 것은 마찬가지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4연승으로 KIA 추격한 NC

한때 리그 최하위까지 떨어졌으나 바닥을 치고 올라온 NC는 아직까지 실날같은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한 경기라도 지게 되면 떨어질지도 모르는 극한의 상황에서 정규 시즌 우승 팀인 SSG를 만났다.

다행히도(?) 정규 시즌 우승을 확정지었던 SSG는 주축 선수들을 쉬게 하고 벤치에 주로 머물렀던 선수들을 주로 기용하면서 포스트 시즌 직전에 찾아올지도 모르는 부상 위험에 대비하는 모양새였다. 절박한 NC는 외국인 에이스 드류 루친스키를 선발로 등판시키면서 전력을 다해 경기에 나섰다.

루친스키는 6이닝 5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의 역투(97구)로 개인 시즌 10승을 채웠다(31경기 193.2이닝 10승 12패 평균 자책점 2.97). 팀 타선도 넉넉한 점수를 지원하면서 다소 힘을 뺐던 SSG를 상대로 6-1 완승을 거두며 4연승을 달렸다.

타선에서도 의미있는 기록이 나왔다. 베테랑 외야수 손아섭이 시즌 151안타를 기록하면서 KBO리그 역사상 의미가 큰 기록을 세운 것이다. 손아섭은 2016년 186안타 시즌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7시즌 연속 150안타 이상을 만들어냈다.

이 기록은 2020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던 박용택(현 KBS N 해설위원)에 이은 2번째 기록이었다. 박용택 해설위원은 2012년(152안타)부터 2018년(159안타)까지 7시즌 동안 KBO리그 최초로 이 기록을 해냈다. 만일 손아섭이 내년에도 150안타를 넘기면 이 부문 신기록을 세우게 된다.

또한 손아섭은 통산 안타 부문에서도 2227개로 이 부문 역대 3위를 달리고 있다. 역대 2위 양준혁(현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2318안타 기록까지 109개, 1위 박 위원의 2504안타 기록까지 277개의 안타가 남았는데, 만일 손아섭이 부상 없이 현역 생활을 유지하면 양 위원과 박 위원의 기록들을 충분히 넘길 수 있다.

6일 경기를 시작하기 전까지 KIA의 매직 넘버 및 NC의 트래직 넘버는 2였다. 일단 6일 경기 승리투수가 된 루친스키는 5일 휴식 후 와일드 카드 결정전 1차전 등판을 위해 정규 시즌을 마감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마지막까지 가능성이 남았을 경우 다른 투수들의 운영이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다.

박동원의 8회말 역전 홈런... 매직 넘버 1로 줄인 KIA

6일, 경기를 먼저 끝냈던 NC의 선수단이 기분 좋게 승리를 자축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려던 참이었다. 광주에서 진행되던 5위 팀 KIA의 경기 소식이 전해지면서 잠시 들떴던 NC 선수단의 분위기는 금세 가라앉고 말았다.

만일 KIA가 이 날도 LG 트윈스에게 패했다면 KIA와 NC의 승차는 반 경기 차이로 좁혀지면서 마지막 날까지 숨막히는 접전이 예상되던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8회초까지만 해도 LG가 KIA에게 2연승을 거두며 광주 원정 2연전을 싹쓸이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 날 LG는 퓨처스리그에서 선발 수업을 받던 이지강에게 생애 첫 1군 선발 등판을 맡겼다. 이지강은 5이닝 5피안타 3볼넷 1탈삼진 1실점으로 합격점을 받았다(85구). 생애 첫 1군 선발이라 긴장할 만도 했을텐데, KIA의 타선은 이지강을 상대로 1타점을 올린 황대인을 제외하고는 그의 공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오히려 KIA는 이 날 선발로 등판했던 임기영이 초반부터 제구에 난조를 보였다. 당초 양현종이 선발로 등판할 순서였지만, 잔여 경기 일정부터 필승조로 옮겼던 임기영이 LG를 상대로 좋은 모습이 있었기 때문에 임기영에게 기회를 준 것이었다.

그러나 오랜만에 선발로 등판했던 임기영은 1.2이닝 동안 무려 10명의 타자를 상대하면서 4피안타에 몸 맞는 공 1개, 3탈삼진 2실점으로 큰 기복을 보였다(41구). 결국 KIA 벤치에서 투수 교체 카드를 일찍 꺼냈고, 과감하게 서재응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임기영을 교체했다.

이지강이 마운드를 내려간 뒤 KIA는 LG의 두 번째 투수 송승기를 상대로 황대인의 적시타가 터지며 2-2 동점을 만들었고, 이지강의 데뷔 첫 선발승 기회가 날아갔다. 그 동안 KIA의 불펜은 두 번째 투수 김기훈이 3.1이닝 2피안타 3볼넷 3탈삼진 무실점 피칭으로 LG의 타선을 틀어 막았다(59구).

전상현(0.2이닝 1피안타 무실점 13구)에 이어 등판한 이준영(0.2이닝 2피안타 1피홈런 1탈삼진 1실점 16구)이 7회초 채은성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하면서 KIA는 다시 패배 위기에 몰렸다. 장현식(1이닝 2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 16구)의 뒤를 이어 KIA는 8회초 1사에서 마무리투수 정해영을 올리는 초강수를 뒀다.

실점 위기에서 올라왔던 정해영은 침착하게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며 실점 위기를 넘겼다. 그리고 KIA의 첫 2점을 올렸던 황대인이 3안타 출루를 해낸 뒤 신인 김도영과 교체되면서 경기의 분위기가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대주자로 나선 김도영은 LG의 투수 백승현이 박동원과 상대하는 틈을 타 과감하게 2루를 훔쳤다(시즌 13도루).

도루 직후 흔들린 백승현이 풀 카운트에서 7구 째 던졌던 슬라이더는 스트라이크 존 한복판에 걸리는 실투가 되었고, 박동원은 이 실투를 놓치지 않고 잡아 당겨 홈런을 날린 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베이스를 돌았다. 박동원의 역전 투런 홈런으로 경기는 순식간에 뒤집어졌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왔던 정해영이 별다른 위기 없이 경기를 끝내면서(1.2이닝 1탈삼진 무실점 26구) KIA는 매직 넘버를 2에서 1로 줄이고 NC와의 승차를 다시 1경기 반으로 벌렸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NC 선수단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가라 앉았다.

갈 길 바쁜 키움의 발목을 잡은 한화의 고춧가루

6일 경기의 타임라인은 대전에서 가장 늦게 경기 종료 소식이 알려지면서 마무리됐다. 이날 kt와 롯데의 경기가 없었는데, kt의 경기가 없는 동안 키움은 최하위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3위 경쟁에서 다시 앞서나갈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최하위 한화는 키움을 그냥 두지 않았다. 

키움은 외국인 에이스 에릭 요키시를 선발투수로 내세웠다. 요키시 역시 포스트 시즌을 준비하기 전의 정규 시즌 마지막 등판이었다. 요키시는 6이닝 4피안타 3볼넷 3탈삼진 2실점의 퀄리티 스타트로 컨디션 점검을 마쳤다(94구). 잔여 경기가 적어 타일러 애플러도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하여 1이닝 동안 컨디션을 점검했다(15구).

문제는 키움 타선이 한화의 선발투수 김민우를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김민우는 시즌 마지막 선발 등판에서 6이닝 5피안타 3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한화 팬들에게 내년에 대한 희망을 보여줬다(101구). 김민우의 뒤를 이어 등판한 김범수와 장시환 그리고 정우람까지 무실점으로 이어 던지면서 한화의 승리가 눈 앞에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9회초에 등판했던 한화의 다섯 번째 투수 강재민을 상대로 키움의 선두 타자 야시엘 푸이그가 안타로 출루했다. 이후 이정후의 유격수 땅볼 때 야수 선택으로 푸이그가 아웃되었고, 김혜성의 2루수 땅볼 때 유격수 하주석의 포구 실책으로 1사 1,2루 상황이 됐다.

계속된 임지열 타석에서 야수 선택으로 2사 1,3루 상황이 되었고, 김태진의 볼넷으로 2사 만루 상황이 됐다. 이어진 송성문 타석에서 급격히 흔들린 강재민은 갈수록 제구가 흔들렸고, 결국 세 번째 던졌던 공에서 포일이 발생한 틈을 타 키움의 주자들이 득점했다.

결국 송성문도 고의4구로 출루했고, 다음 타순에 대타로 나왔던 이용규까지 밀어내기 볼넷으로 출루하면서 승부는 기어이 동점이 되었다. 여기서 키움은 이지영이 1루수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역전하지 못하고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연장 11회말, 한화의 선두타자 최재훈이 키움의 김재웅을 상대로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어 출루했다. 바로 대주자 노수광이 투입되었고, 하주석이 희생 번트를 성공하며 선행 주자 진루를 이끌어냈다. 박정현이 삼진을 당했으나, 다음 타자인 유상빈의 안타 때 노수광이 홈까지 전력 질주하며 끝내기 득점으로 경기를 끝냈다.

이 날이 시즌 마지막 홈 경기였던 한화는 미래에 대한 희망과 숙제를 동시에 남겼다. 9회에 경기를 쉽게 끝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마냥 좋은 경기를 펼쳤다고 볼 수는 없었다. 그래도 한화는 홈 팬들 앞에서 최선을 다했고, 3위 경쟁이 다급했던 키움에게 강력한 고춧가루를 뿌리는 데 성공했다.

3위부터 8위까지가 결정될 운명의 4일

이제 7일 금요일부터 10일 월요일까지 단 4일 동안 정규 시즌의 3위부터 8위까지 무려 여섯 팀의 운명이 결정된다. 특히 이번 마지막 주말은 7일 나지완(KIA 타이거즈)의 은퇴식이 있으며, 8일에는 오재원(두산 베어스)의 은퇴식과 이대호(롯데 자이언츠)의 은퇴식까지 큰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던 LG는 KIA를 상대로 잠실과 광주를 오가는 3경기에서 1승 2패에 그치며 KIA에게 다소 유리한 결과를 안겨줬다. LG는 7일에 NC의 운명을 결정하는 창원 원정을 치른 뒤 8일 부산에서 이대호의 은퇴 경기를 치른다. 7일 경기에서 LG가 NC에 승리할 경우 KIA는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 없이 5위를 확정한다.

광주에서는 KIA와 kt가 각자 자신들의 운명을 걸고 2연전을 치른다. 만일 이 2연전에서 KIA는 1경기만 승리해도 NC의 남은 3경기 결과에 관계 없이 자력으로 5위를 확정할 수 있다. kt는 KIA와의 2연전에서 모두 패할 경우 8일 키움과 두산의 경기 결과를 상당히 민감하게 지켜봐야 할 위기에 처한다.

키움이 8일 두산을 상대로 승리할 경우 kt가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하려면 남은 4경기에서 최소 3승 1패 이상을 거둬야 한다. 동률일 경우 상대 전적에서 8승 1무 7패로 우위인 키움에게 준플레이오프 직행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가장 많은 경기가 남은 kt는 체력은 체력대로 다 쓰고, 오히려 사흘의 휴식을 취하고 여유있게 기다리는 5위 KIA를 만나야 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kt는 1승 어드밴티지가 의미 없이 체력적 열세를 안고 포스트 시즌을 시작해야 한다.

NC가 포스트 시즌에 나갈 수 있는 방법은 2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우선 첫 번째 경우는 KIA가 남은 2경기를 모두 패하고, NC가 남은 3경기를 모두 이기는 시나리오다. 이렇게 될 경우 KIA의 승률은 0.483이 되고, NC의 승률이 0.489가 되어 순위가 뒤집힌다.

두 번째 경우는 KIA가 남은 2경기에서 모두 비기고, NC가 남은 3경기를 모두 이기는 시나리오다. 이렇게 되면 KIA와 NC가 69승 3무 72패 동률이 되는데, 2021년까지의 규정대로라면 상대 전적에서 우위(9승 7패)를 기록한 KIA가 와일드 카드 결정전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22년부터 정규 시즌 1위 이외에도 정규 시즌 5위에 대한 타이 브레이커 시행 규정이 추가되었다. 이 때문에 10일까지 KIA와 NC가 동률이 될 경우 바로 다음 날인 11일 광주에서 5위 결정전을 치러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와일드 카드 결정전의 시작은 하루 늦춰진 13일이 된다.

7위와 8위가 뒤집힐 경우의 수는 단 1가지다. 삼성이 남은 2경기를 모두 패하고(0.451), 롯데가 이대호의 은퇴 경기를 승리하면(0.457) 순위가 마지막 날에 뒤집힐 수 있다. 삼성의 마지막 2경기 일정이 각각 두산과 SSG를 상대하고, 롯데가 마지막 날에 LG를 상대하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가 발생할지는 알 수 없다.

삼성과 롯데가 마지막 날에 동률이 될 수 있는 경우의 수도 있다. 삼성이 남은 2경기를 모두 비기고, 롯데가 마지막 날 승리하면 64승 4무 76패 동률이 된다. 이럴 경우 포스트 시즌 진출과 관계없기 때문에 상대 전적(삼성 8승 1무 7패 우세)과 관계 없이 공동 7위로 시즌을 마무리한다.

일단 5~6위의 순위 결정과 7~8위의 순위 결정까지는 매직 넘버 1이 남았다. 3~4위의 순위 결정은 아무리 빨라도 8일 이후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규 시즌 마지막 주말, 이 여섯 팀의 운명이 어찌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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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NC다이노스 KIA타이거즈 시즌최종순위 경우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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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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