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를 앞둔 LG 트윈스가 승부수를 던졌다. 외국인 타자 로벨 가르시아 없이 플레이오프를 시작하기로 한 것.

LG 류지현 감독은 6일 오후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정규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가르시아의 엔트리 말소 및 퇴출 소식을 전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경기를 소화했던 가르시아는 광주에 머무르지 않고 서울로 향했다.

이날 구단과 면담을 진행한 끝에 결별이 확정됐다. 시즌 최종전 이전에 2위가 확정된 팀 상황, 국내 야수의 컨디션 등을 고려했다는 게 류지현 감독의 설명이었다. 더 이상 교체 카드를 쓸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5일 KIA전을 끝으로 짐을 싼 LG 외국인 타자 로벨 가르시아

5일 KIA전을 끝으로 짐을 싼 LG 외국인 타자 로벨 가르시아 ⓒ LG 트윈스

 
외국인 타자 때문에 시즌 내내 고생한 LG

올 시즌 10개 구단 중에서 외국인 타자 고민이 가장 깊었던 팀은 LG였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LG의 팀 외국인 타자 WAR은 0.35로 리그 최하위다.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의 값을 더했는데 1이 채 되지 않는다. 사실상 그 누구도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정규시즌을 시작할 때만 해도 선수단과 함께했던 리오 루이즈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4월 한 달간 1할대 타율에 허덕이면서 5월 초 이후에는 아예 1군 엔트리서 말소됐다. 재정비를 마치고 한 달여 만에 올라오고 나서도 3경기서 8타수 무안타로 침묵하자 LG는 더 이상 루이즈에게 시간을 주지 않았다.

한 달 넘게 외국인 타자 공백 속에서 버틴 LG는 7월 마지막주 1군에 올라온 가르시아에게 기대를 걸었다. 첫 4경기서 모두 안타를 때리는 등 8월 중순까지만 해도 좋은 흐름이 그대로 이어졌다. 8월 18일 SSG 랜더스전에서는 좌타석과 우타석에서 모두 홈런을 기록하는 진귀한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9월이 되면서 가르시아는 완전히 다른 타자가 됐다. 타율도 점점 떨어졌고 안타 없이 경기를 마치는 날이 부쩍 늘어났다. 여기에 수비에서의 안정감도 지적을 받아 팀 내에서 가르시아의 활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약 2주간 2군에 머무른 가르시아는 1군에 콜업되고 4일과 5일 KIA전에서 6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리는 23일까지 보름 넘는 시간이 남았으나 가르시아 역시 루이즈와 같은 결말을 맞이하고 말았다.
 
 6일 경기서 1회초가 끝나자마자 벤치로 향한 LG 이재원

6일 경기서 1회초가 끝나자마자 벤치로 향한 LG 이재원 ⓒ LG 트윈스

 
국내 타자들만 나온다... 류지현 감독 구상은

LG는 지난해에도 외국인 타자 없이 포스트시즌을 밟은 경험이 있다. 두산 베어스와 준플레이오프에서 1승 2패를 기록해 3경기 만에 가을야구를 끝냈다. 호세 페르난데스가 펄펄 난 두산과 달리 LG는 2차전에서 호투를 펼친 케이시 켈리 이외에는 시리즈 내내 눈에 띄는 선수가 없었다.

LG 구단과 류지현 감독 모두 올핸 다를 것이라고 확신한다. 정규시즌 동안 공-수 맹활약을 펼친 중견수 박해민, 지난해보다 한 단계 성장한 문성주, '20홈런 유격수' 오지환 등 지난해보다 대체적으로 타자들의 컨디션이 좋은 것은 맞다. 팀 홈런(117개)은 지난해(110개)보다 소폭 증가했고 OPS 역시 지난해 0.710→올해 0.742로 상승했다. 서건창과 김민성이 9월 이후 반등한 것도 고무적이다.

다만 류 감독은 외국인 타자 없이 포스트시즌을 치러야 하는 만큼 기존 타자들의 분발을 바란다. 6일 KIA전에서 이러한 모습이 나왔다. 팀이 2-0으로 앞서던 1회초 2사 2, 3루서 이재원이 같은 코스로 향하는 체인지업 3개(2구, 4구, 5구)에 헛스윙을 휘둘러 삼진을 당했다. 류지현 감독은 1회말 돌입에 앞서 이재원 대신 한석현을 좌익수로 투입했다.

선수의 몸 상태에는 문제가 없었다. 결국 '질책성' 교체였다. 류지현 감독은 상대 선발 임기영의 투구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다고 판단해 이른 시점에 이재원을 덕아웃으로 불러들였다. 지난 달 22일 롯데 자이언츠전부터 6일 KIA전까지 이재원의 성적은 14타수 무안타다.

경기 결과는 3-4 1점 차 패배였다. 일부 포지션을 제외하고는 주전급 선수가 대거 선발로 출전했다. 순위에 영향을 주지 않아 역전패의 충격이 덜하다. 그러나 순위가 확정되고 분위기도 느슨해질 수 있는 만큼 나머지 선수들에게도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점이 중요하다.

지난해의 아픔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LG다. 정규시즌서 상위권에 오르고도 가을야구만 되면 위축됐던 기억을 지워버려야 한다. 1년 전과 같은 결정을 내린 LG는 이번에 다른 결과를 보여줄 수 있을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기록 출처 = 스탯티즈 홈페이지]
프로야구 KBO리그 야구 LG트윈스 가르시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양식보다는 정갈한 한정식 같은 글을 담아내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