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명 넘는 관중 앞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린 정수빈(두산 베어스)이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두산은 3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에서 9-3으로 승리를 거두었다. 전날 패배로 정규시즌 9위를 확정한 두산은 상대전적(8승 1무 7패)에서 우위를 점하며 사직 원정 일정을 마무리했다. '트래직 넘버'가 소멸된 롯데는 5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다.

선발투수 최승용은 4⅓이닝 4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4탈삼진 3실점(2자책)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이승진(⅔이닝 무실점)-김명신(1⅓이닝 무실점)-정철원(1⅔이닝 무실점)-홍건희(1이닝 무실점)까지 구원 투수들이 롯데의 추격을 뿌리쳤다. 여기에 마운드의 부담을 덜어준 타선의 득점 지원도 큰 힘이 됐다.
 
 3일 사직 롯데전에서 9회초 3점포를 터뜨리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는 두산 정수빈

3일 사직 롯데전에서 9회초 3점포를 터뜨리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는 두산 정수빈 ⓒ 두산 베어스


12년 전 기억 소환... 홈런으로 쐐기 박은 정수빈 

2회초 허경민의 선제 솔로포로 포문을 연 두산은 3회초 정수빈-강승호의 연속 안타에 이어 호세 페르난데스의 1타점 적시타, 김재환의 땅볼까지 두 점을 더 보탰다. 5회초에는 장승현의 1타점 적시타로 상대 선발 나균안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그 이후에는 다소 불안한 리드를 이어갔다. 5회말 이대호의 투런포로 롯데가 4-3으로 한 점 차까지 추격하자 두산은 6회초 페르난데스가 1타점 적시타를 때리면서 두 점 차로 달아났다. 그러나 확실하게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점수는 아니었다.

8회말까지 2점 차를 유지한 두 팀의 승패가 결정된 것은 9회초였다. 두산이 1사 이후 허경민의 볼넷과 김대한의 기습번트 성공, 장승현의 볼넷으로 절호의 기회를 만들었다. 1사 만루서 타석에 들어선 김재호는 2루 땅볼로 3루주자 허경민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승기를 굳힌 것은 정수빈의 한방이었다. 2사 1, 3루 볼카운트 1-0서 이강준의 2구 패스트볼을 그대로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기는 3점포를 터뜨렸다. 두 팀의 점수 차가 6점 차로 벌어지는 순간이었다. 정수빈의 홈런 이후 일부 롯데 팬들은 자리를 떴다.

공교롭게도 정확히 12년 전인 2010년 10월 3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4차전서도 정수빈은 비슷한 장면을 만들었다. 팀이 3-2로 앞선 9회초 1사 2, 3루 볼카운트 3-0서 임경완의 4구를 공략해 3점 아치를 그려냈다. 타구 방향, 타점, 이닝 등 올해와 비슷한 점이 많은 홈런이었다. 당시 첫 두 경기를 내준 두산은 정수빈의 활약에 힘입어 내리 세 경기를 잡고 극적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3일 사직 롯데전에서 9회초 3점포를 터뜨리고 덕아웃으로 돌아온 두산 정수빈

3일 사직 롯데전에서 9회초 3점포를 터뜨리고 덕아웃으로 돌아온 두산 정수빈 ⓒ 두산 베어스


너무 늦게 달아오른 정수빈의 방망이

리그를 대표하는 '가을 남자' 중 한 명이 바로 정수빈이다. 매년 9월 이후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해왔고 2015년에는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하기도 했다. 두산이 김태형 감독 이후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데 있어서 정수빈의 공이 컸다.

팀은 가을야구와 멀어졌지만 올해도 정수빈은 가을에 강하다. 9월 이후 성적이 28경기 109타수 39안타 타율 0.358 2홈런 15타점 OPS 0.864에 달한다. 여전히 두산 센터라인의 한 축을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팀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시즌이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2020시즌 종료 이후 두산과 6년 총액 56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한 정수빈의 성적은 해를 거듭할수록 하락세를 보였다. 올 시즌만 보더라도 8월까지의 타율이 2할 초반대에 머물렀다.

한창 팀 분위기가 침체돼 있을 때 개인 성적도 다소 부진했다. 반등에 성공했을 땐 이미 팀 순위가 9위까지 추락한 이후였다. 전반기의 아쉬움을 털어냈다고 해도 정수빈이 활짝 웃을 수 없는 이유다.

FA 이적, 은퇴 등으로 팀의 주축 멤버였던 선수들이 하나 둘 떠났다. 계약 기간이 4년이나 남아있는 정수빈이 후배들을 이끌어야 하는 위치에 있다. 팬들은 '가을에만' 잘하는 것이 아닌, '가을에도' 잘하는 정수빈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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