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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과 교육과정 시안 공청회 직전인 지난 28일 오후 2시쯤 특정종교단체 인사들로 보이는 이들이 행사장 앞에서 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도덕과 교육과정 시안 공청회 직전인 지난 28일 오후 2시쯤 특정종교단체 인사들로 보이는 이들이 행사장 앞에서 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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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29일 오후 1시]

교육부가 주최한 교육과정 공청회에서 마이크를 건네받은 이들이 "동성애는 변태인데 동성애자를 교과서에 왜 넣느냐", "왜 학교에서 성교육을 시키고 **이냐", "도덕과 교육과정에서 집단을 강조하는데, 이것은 사회민주주의에 입각한 교육이 아니냐"는 학교혐오와 이념공세 발언을 쏟아냈다. 발표자를 겨냥해 "저 사람 치워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행사를 진행한 교육부와 진행팀은 이 같은 혐오, 협박성 발언을 막지 않았다.

"동성애 옹호교육 NO" 팻말 들더니, 거친 목소리

지난 28일 오후2시부터 한국교원대에서 진행된 '도덕과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 공청회'는 시작 전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특정 종교단체 소속 인사들로 보이는 이들이 행사장 앞에서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힌 손 팻말을 들고 집단 시위에 나선 것이다. 

"동성애 옹호교육 NO"
"이념교육 젠더교육 NO"
"나쁜 인권교육 OUT"
"6.25 남침 똑똑히 알려라"


교육부는 오는 12월 새 교육과정 고시를 앞두고 교육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공청회를 열었다. 교육내용의 틀을 담는 교육과정은 교과서 제작의 지침이 되기도 한다. 

도덕과 교육과정 연구진은 교육과정 성취기준에서 '성평등의 의미를 이해한다'고 제안했는데, 이에 대해 일부 보수단체에서는 '성평등'을 '양성평등'으로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남성과 여성 등 '양성'만을 표기해야 하는데 '성평등'이라고 써서 '제3의 성과 동성애를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29일 <오마이뉴스>는 당시 공청회 동영상을 살펴봤다. 공청회가 시작되자 손 팻말 시위에 참여하거나 동조했던 인사들이 전체 150석 규모의 행사장 절반 이상을 차지해 자리에 앉았다. 이어 이 방문자들은 사회자에게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라고 소리쳤다.

이들은 연구진들이 발표를 시작하자 "지금 (교육과정이) 너무 심각하기 때문에 에이즈에 걸릴지 모르는 상황이다"라고 항의했다. 발표자를 겨냥하며 "치워요. 저사람 치워요"란 거친 목소리도 냈다.

이런 위협성 발언을 의식한 진행팀은 연구진의 발표를 서둘러 진행했다. 사회자는 "(연구진) 발표시간이 한 시간 정도 더 줄어들 것 같다"라고도 말했다.

이후 오후 4시 30분부터 1시간 20분에 걸쳐 방청석 질의가 진행됐다.

마이크를 건네받은 한 방문자는 "생태학적으로 봤을 때 (사람은) 남성과 여성만 있을 뿐"이라면서 "성평등이란 말이 중학교 교과서에 나올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양성평등이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수와 환호가 나오고, "성평등 반대한다. 반대한다"란 구호 소리도 나왔다.

혐오성 발언 이어 색깔론 발언도 나와

이어 마이크를 잡은 또 다른 방문자는 "나는 동성애자를 변태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제3의 성이 있을 수 있느냐"면서 "왜 학교에서 성교육을 시키고 **이냐. 그것은 가정에서 시켜야 한다. 나는 내 아이에게 순결을 가르친다"고 말했다.

이 방문자는 "왜 학교에서 성교육을 시키고 (이슬람) 종교교육을 시키고 혐오를 금지하고 **이냐"면서 "지금도 학교가 동성애를 가르치는데 에이즈 걸리면 누가 책임지나. 교육부는 각성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발언이 끝나자 행사장 안이 떠나갈 정도로 박수와 환호가 타져 나왔다.

또 다른 방문자도 "동성연애를 어떻게 관용하느냐"면서 "(교육과정 연구진과 교육부) 지들은 자녀 없느냐"고 고함을 쳤다. 다른 사람도 "양성평등이라고 써야 헌법에 부합하는 바른 가치관이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와~" 하는 응원 소리와 함께 박수가 나왔다.

색깔론도 제기됐다. 한 방문자는 마이크를 들고 "민주시민교육을 말하는데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교육인지 사회민주주의에 입각한 교육인지 궁금하다"면서 "(연구진이) 집단을 강조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이것은 사회민주주의에 입각한 교육이 아닌가"라고 따졌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부강한 나라가 되기까지는 위대한 대통령이 있었기 때문인데 초등학생들은 (그를) 범죄자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교육부 관계자들과 진행팀은 이들의 학교혐오 발언을 제지하지 않았다. 걱정하는 목소리를 낸 이는 청중으로 참석한 한 교원대 학생이었다.

이 학생은 발언권을 얻어 "이 자리에 시민으로서의 덕목이 존재하는지 의문"이라면서 "하고 싶은 것만 말하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것이 민주주의는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학생은 다음처럼 말했다.

"'성평등'이란 용어에 대해 얘기하시는데 '성평등'이라고 교과서에 수록하는 것을 '동성애 조장'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비약이다."
 

이날 공청회 토론자로 나온 한 학부모 대표는 발언을 시작하면서 "저는 고교생 아이를 둔 학부모인데, 학교 이름은 말씀드리지 않겠다. (말씀드리지 않는 이유는) 무섭다. 학교 이름을 얘기하면 우리 아이가 공격받을 수 있을 것 느낌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상윤 교육부차관이 1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과정 국민참여소통채널 의견 수렴 결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장상윤 교육부차관이 1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과정 국민참여소통채널 의견 수렴 결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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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청회 진행팀의 한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공청회 분위기가 공포 그 자체였다"면서 "이들이 최근 교육부가 운영한 교육과정 국민참여소통채널에 300개가 넘는 글을 몰아서 올린 분들과 관계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 동안 계속 이런 식으로 교육과정 개정을 진행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교육과정 게시판 '난장판' 됐을 때 공청회 '난장판' 예견됐지만..."

한 교원단체 대표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댓글부대처럼 보이는 이들이 교육과정 국민참여소통채널 게시판을 난장판으로 만들었을 때 이런 난장판 공청회는 예견됐던 것"이라고 교육부의 무책임함을 질타했다(관련기사 '민주주의→자유민주주의'...교육부, 역사교육과정 변경 무리수 http://omn.kr/20ro7).

<오마이뉴스>는 이날 공청회 방치행위에 대한 교육부의 공식 해명을 듣기 위해 전화를 걸고 문자도 남겼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교육부는 교육과정 시안 교과별 공청회를 이날부터 10월 8일까지 열 예정이다. 오는 30일에 열리는 사회과와 역사과 공청회에서도 충돌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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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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