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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청년으로 살면서 제조업에서 겪은 일들을 모아 <쇳밥일지>로 출간한 천현우 작가.
 지방 청년으로 살면서 제조업에서 겪은 일들을 모아 <쇳밥일지>로 출간한 천현우 작가.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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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①] 천현우 "칼럼 '지방 총각들' 구렸음을 인정한다, 하지만..."에서 이어집니다.
 
"야, 현우야. 우리 없으면 누가 다리 만들어주냐? 우리뿐만 아냐. 청소부, 간호사, 택배, 배달, 노가다, 이런 사람들 하루라도 일 안 하면 난리 나. 저기 서울대 나온 새끼들이 뭐 하는 줄 알어? 서류나 어렵게 꼬아놓고, 돈으로 돈 따먹기만 하고, 땅덩어리로 장난질이나 치지. 그런 새끼들보다 우리가 훨씬 대단한 거야. 기죽지 마." (<쇳밥일지> 중)
 
천현우(32) 작가는 스무살이던 2009년부터 12년간 마산과 창원에 있는 제조업 현장에서 하청 용접 노동자로 일했다. 그의 발언은 기존의 수도권, 4년제 대학생, 화이트칼라 일색이던 청년 담론에 균열을 내며 주목을 받았다. 그의 글들이 지난달 <쇳밥일지>라는 책으로 출간됐다. 첫 저서다.

그는 지난 3월부터 아예 업을 바꿔 서울의 미디어 플랫폼 '얼룩소(alookso)'에서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천 작가는 "현장 노동자 출신으로서 더 깊숙하고 맥락 있는 산재 기사를 쓰는 게 목표"라고 했다. 언젠가는 고향 마산으로 돌아가 지역에 기여하고 싶다고도 했다.

"숙련이 해체된 제조업 현실... 결과물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 '쇳밥일지' 저자 천현우 “지역·노동 문제 해결 초석 됐으면 좋겠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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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책 <쇳밥일지> 반응이 뜨겁다.

"어제(19일) 8000부 나간 게 후인세로 들어왔으니 아마 만부 정도 나간 것 같다. 길게 보고 '만부만 팔리면 좋겠다' 했는데 어쩌다 보니 한 달도 안 돼 달성했다."

- 독자 반응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거의 강박적으로 '이 책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썼다. 여러 반응 중 특별히 하나를 꼽긴 어렵지만, 그 의도는 성공한 것 같다. 심각한 현실이지만 즐겁게 전달됐으면 했다. 그래야 쉽게 읽히고, 논의가 시작되고, 진단이 들어가고, 여론이 모아지고, 해법이 나올 테니. 이 책이 그 초기단계, 초석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8월 31일에 이 책을 직접 추천해 화제가 됐다.

"그날 아주 기뻤다. 그 다음날부터는 '판매량 안 나오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이 앞섰다(웃음)."

- 책은 지역 하청 노동자로서 겪은 일들이 주를 이룬다. 최근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았던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을 보는 심정이 남달랐을 것 같다. 0.3평 감옥 투쟁을 했던 유최안 부지회장 역시 같은 용접공이었다.

"기본적으로 제조업, 중공업은 노동자를 갈아 넣어 이윤을 짜내는 구조다. 그런데 회사가 잘못되면 어김없이 노동자들부터 잘려 나간다. 노동자는 갈린 죄밖에 없는데. 게다가 이젠 '숙련'까지 해체되고 있다. 제조업과 중공업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유지될 수 있었던 건 기술이 늘수록 임금이 올라가는 '숙련' 체제 덕분이었다. 하지만 회사는 더 이상 숙련 값을 지불하려 하지 않는다. 하청으로 묶어두고 후려치는 거다. 

대우조선 사태도 마찬가지다. 유최안 부지회장도 숙련공이었지만 임금이 턱없이 낮았다. 내가 처음 일을 시작한 2009년, 주 63시간 일해서 월급을 170만 원 정도 받았다. 그런데 2021년 일을 그만둘 때 쯤 주 52시간 일해서 월급 220만 원 정도였다.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임금이 거의 안 오른 거다. 숙련이 완전히 붕괴되는데 노동자들이 어떻게 희망을 갖고 남아 있겠나.

대우조선 문제가 터진 건 오롯이 회사 책임이다. 배 장사는 원래 '철 장사'다. 발주 받을 때는 우르르 돼서 성수기를 맞지만 발주 빠지면 비수기가 찾아온다. 그게 반복된다. 당연히 회사로서는 비수기를 대비했어야 마땅하다. 대우조선 입장에서 플랜트사업 투자가 비수기 대비용이었던 측면은 있지만, 거기 갖다 부었던 돈들이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2015년에 회사가 휘청했다. 이번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의 요구가 뭐였나. 2015년 때 삭감됐던 임금 원상복구 해달라는 것 아니었나. 임금을 올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7년 전 깎인 임금까지만이라도 돌려달라는 거였다. 그 싸움을 이렇게 힘들게 했다. 그런데도 임금 회복이 다 안 됐다.

이러면 어떻게 될까? 노동자들은 회사와 산업을 떠날 수밖에 없다. 그 자리엔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오게 된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소통이 더디기 때문에 적응기가 더 많이 필요하다. 그러면 자연히 결과물의 퀄리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체 경쟁력이 떨어지는 거다. 사양 산업화 된다. 이 코스를 정확히 밟아가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 어떻게 해야 하나.

"뻔한 얘기겠지만, 비수기 때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보다 책임 있는 계획이 서야 한다. 성수기 때 어떡하면 노동자들 맘껏 착취할지, 비수기 땐 어떡하면 다 후려치고 해고시킬 지 골몰할 게 아니라, 비수기 땐 어떻게 먹고 살아야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할지 기업은 물론 국가, 산업 차원에서 전략이 필요하다. 그래야 독일처럼 경쟁력 있는 제조업을 유지할 수 있다. 대우조선은 지금까지 우리가 이것에 실패해왔다는 방증이다."

- 대우조선 측에서 파업을 주도한 하청 노동자들 일부에게 47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걸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노란봉투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노란봉투법을 얘기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비극이다. 사실 파업은 약한 집단 입장에선 비합리적인 행동이다. '이번에도 참자', '조금만 더 참자' 이렇게 한 번만 더 눈 질끈 감으면 수백억 대 손배 안 당하고 살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도 노동자들이 목숨까지 걸고 파업하는 이유가 뭔가. 진짜 지금 먹고 살 수 없는 수준이라는 거다. 회사가 그만큼 말도 안 되게 피를 빨았다는 거다.

그러고도 회사는 파업한 노동자들에게 몇 천 억의 손실을 입혔으니 몇 백 억의 책임을 물어내라고만 한다. 이 상황까지 내몬 자신들의 책임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대우조선이 유최안 부지회장을 비롯한 노조원들에게 몇 백 억대 소송을 걸었다는 게 무슨 뜻일까. 그냥 사회적으로 죽여버리겠다는 거다. '노조를 조직하든 뭐하든 앞에서 나대는 놈은 없애버릴 테니 어디 한 번 까불어봐'하고 협박하고 재갈 물리는 거다. 이런 횡포를 용인하는 게 맞나. 기업이 사람 하나 말살시키려 하는데 그걸 방관하는 게 정말 맞나."

"문제는 기업에 있지만... 정규직 노조도 변해야 한다"
 
<쇳밥일지>를 펴낸 천현우 작가.
 <쇳밥일지>를 펴낸 천현우 작가.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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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조선 사태 당시 원하청 노동자간 노노갈등이 불거졌다.

"정규직 노조가 잘했냐 못했냐를 따진다면 '못했다'가 맞을 거다. 어쨌든 자신들보다 약자에게 창을 겨눈 건 맞으니까. 하지만 좀 더 생각해보자. 그들은 왜 그랬을까. 자기들보다 더 힘든 하청이 있긴 하지만, 정규직들도 임금이 깎인 건 마찬가지였다. 가뜩이나 억울한데 하청 노동자들이 파업한다고 공장까지 못 돌리게 막아서니 답답했던 거다. 이렇게 회사는 양쪽이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도록 상황을 조성한다. 하지만 우리는 갈등을 부추긴 주체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로지 노동자들끼리 서로 싸운다고만 한다. 참 이상하지 않나."

- 책에 하청이라는 이유로 정규직 노조가 쓰는 휴게실에 출입하지 못했던 일화가 소개된 부분이 있다. "진짜 욕먹어야 할 주체는 재벌과 대기업이건만, 유달리 노조가 더 비난 받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보이지 않는 재벌의 횡포가 아메리카노 정도라면 눈앞에서 직접 체험하는 차별은 에스프레소 원액만큼 썼다"는 문장도 나온다.

"실제 현장에서 정규직 노조에 대한 하청 노동자들의 부정적인 감정은 그렇게 일어난다. 물론 진짜 문제는 회사에 있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차별은 힘이 세다. 정규직 노조도 이건 좀 더 고려해줬으면 한다. 노조는 대의를 위해 투쟁하는 게 맞지만, 만약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일부의 차별적 행위를 그대로 방관한다면 더 많은 연대를 끌어낼 수 없지 않겠나. 조직 차원에서 더 제대로 잡아주고 정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 책에 "누가 중소기업의 현실을 알아줄까? 기자? 정치가? 금속노조? 진보 지식인? 아니다"라는 부분도 있고, 동시에 "돈 잘 버는 정규직은 귀족 노조라고 욕하고 돈 못 버는 비정규직은 공부 못해서 그 꼴 났대요. 그런 인간들 입에 재갈을 물려주고 싶어요"라는 부분도 있다. 노조에 대한 양가적인 감정이 읽힌다.

"분명 노조가 언론에 의해 과도하게 얻어맞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들은 노조를 고깝게 보고, 언론은 그런 기업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지 않나. 하지만 노조에 대해 비판할 여지가 없다고 한다면 그것도 거짓말이라고 본다. 일부 정규직 노조는 하청이나 전체 조직에 대한 고려 없이 욕심을 부려왔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현대차의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이 토요타의 그것보다 두 배 더 높다는 통계도 있었다. 만약 노조가 조금 더 주변을 돌아보면서 왔다면 지금처럼 언론의 지나친 비판에 다같이 동조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 노조에 가입했던 적이 있나.

"없었다. 하청 노조가 있는 곳은 드물다."

"중대재해처벌법 후퇴하면 다시 또 많이 죽을 것"
 
"팔이 후들후들 떨리는 걸 억지로 참다가 그대로 수지를 바닥에 쏟았다. 재빨리 통을 기울였지만 섭씨 400도 온장고에서 갓 나온 따끈따끈한 수지가 발등에 떨어지는 걸 막을 순 없었다. 절로 비명이 나올 줄 알았는데 정말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쇳밥일지> 중에서)
 
- 직접 산재를 당한 경험이 있다. 최근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을 후퇴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장에서 단 한 번이라도 사람 죽는 걸 봤다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싶다. 10톤짜리 철판이 사람에게 떨어지는 사고를 눈 앞에서 목격한 적이 있다. 내가 살아있는 건 단지 그런 불행이 운 좋게 나를 빗겨갔기 때문이었다. 어렵게 통과된 중대재해처벌법은 강제로라도 안전망을 확충하라는 취지다. 법 시행 이후 그래도 중대재해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 법이 잘 자리잡아 가도록 하지는 못할망정 후퇴시켜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 후퇴하면 또 많이 죽을 거다."

- 이런 법이 생기면 실제 현장에 변화가 있나.

"아쉽게도 기업들은 법의 취지대로 안전관리자 인력을 늘리는 등 안전망 확충에 힘을 쏟는 게 아니라 비싼 변호사를 선임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 같다. 법망은 피해야겠고 그게 더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대기업들은 안전관리 인력을 늘릴 돈이라도 있지만, 실제 중대재해에 더 취약한 중소기업들은 그렇지도 못하다. 사각지대다.

같은 하청이라도 사내하청과 사외하청 상황도 완전히 다르다. 대기업은 자기 현장 내에서 사고 나는 것만 막으면 되니까 인프라를 늘리는데, 공장 내에 있는 사내하청은 그나마 그 덕을 본다. 반면 사외에서 대기업에 납품하는 하청 협력업체들은 그렇지 못하다. 여기는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을 해야 한다고 본다."

"현장 출신 경험 살려 더 깊숙한 산재 기사 쓰고파"
 
<쇳밥일지>를 펴낸 천현우 작가.
 <쇳밥일지>를 펴낸 천현우 작가.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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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일꾼이란 정체성으로 현장의 서사를 팔아 나 혼자 비겁하게 출세하는 건 아닐까. 진짜 현장 노동자들은 천현우를 기득권 앞에서 글 재롱 부리는 간신으로 생각하진 않을까. 아저씨의 고마운 덕담에 최근 들어 점점 무게를 불려 나가던 걱정의 무게가 훨씬 줄어들었다." (<쇳밥일지> 중에서)
 
- 이제는 직업을 바꾸고 3월부터 미디어 플랫폼 '얼룩소(alookso)'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장기적인 목표는 산재와 관련한 좀 더 깊숙한 기사를 쓰는 거다. 기존의 산재 기사들은 결국 외곽에서 본 시선 아닌가. 나는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기 때문에 좀 더 앞뒤 맥락을 추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산재 기사는 보통 가슴 아프고, 슬프고, 비극으로만 가득 차 있는데 그렇게 해서는 구조가 안 남는다고 본다. 그게 아니라 '현장이 실제 이렇기 때문에 산재가 일어난다', '실은 이런 게 있었다' 하는 논의까지 가고 싶다. 그런 기사를 쓰기 위해 아직은 배우는 단계다."

-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8월 국무총리실 산하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됐다. 지금도 계속 활동하고 있나.

"그렇다. 임기가 2년이라 아직 1년 가까이 남았다. 사실 관행상 당적이 있는 청년들은 정권이 바뀌면 알아서 자리를 물러나기도 하는데, 나는 당적이 없기 때문에 계속 활동하기로 했다. 좀 더 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어서다. 일단 청년을 그냥 청년으로 뭉뚱그려 바라볼 게 아니라 계급으로 나눠서 접근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결혼하자마자 아파트 물려받고 살 수 있는 청년들에게 30만원 지급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어떤 쪽에서는 그 30만원 때문에 삶이 지속되느냐 마느냐가 결정될 수도 있다. 효능감이 완전히 다른 거다. 청년을 소득분위 등으로 나눠서 지원하는 게 어떨지 구체적인 고민을 해보려 한다."

- 앞으로 정치를 할 계획도 있나.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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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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