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작년 봄 맷돌호박 모종 3주를 사다가 집 텃밭과 들녘 밭에 심었습니다. 아쉽게도 들에 심은 호박 모종 2주는 조금 자라다가 말라죽고 말았습니다. 반면 집 텃밭 호박 모종은 무럭무럭 자라나 호박 오십 덩이 남짓을 안겨 주었습니다. 작년에 딴 호박 중에는 늙은 호박들도 있었습니다. 늙은 호박은 속을 긁어내고 잘라서 호박죽을 끓여 먹었습니다. 

늙은 호박에서 얻은 씨앗들을 봉투에 담아 잘 보관해 두었습니다. 드디어 호박 심는 시기인 4월이 되자 씨앗을 텃밭에 여러 개 심었습니다. 과연 잘 발아할지 궁금했습니다. 요즘 종묘상에서 파는 농작물 모종을 키워 얻은 씨앗은 심어봐도 작황이 형편없이 적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밭에 옮겨 심은 호박 모종
▲ 호박 모종 밭에 옮겨 심은 호박 모종
ⓒ 정병진

관련사진보기


종묘상에서는 다시 모종을 사도록 일부러 그렇게 한다는 겁니다. 실제로 고추모를 보면 그러합니다. 고추모를 사다 심어서 수확한 뒤 거기서 난 씨앗을 이듬해 심으면 잘 나지 않거나 발아되더라도 풍성한 수확을 기대할 순 없습니다. 그러기에 농민들은 매년 종묘상에 가서 고추모를 사야만 합니다. 

하지만 제발 호박은 안 그러기를 바라며 텃밭에 씨앗을 심었습니다. 다행히 텃밭에 심은 맷돌호박씨들은 여러 개 싹이 났습니다. 텃밭에 한 주만 심어 잘 키워도 호박을 무수히 거둘 수 있습니다. 작년에 그런 경험을 하였기에 처음에는 텃밭에 두 세 주만 심을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남은 모종들이 아까워 동네 어르신에게 빌린 가까운 밭에 열 주 가량 심었습니다. 

호박 모종을 심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뭄이 심하였습니다. 특히 지난 오월에 제가 사는 지역 여수에는 한 달 내내 비가 서너 차례, 그것도 아주 조금 내렸을 뿐입니다. 그래서 밭에 심은 모종들이 말라죽지 않도록 하루가 멀다 하고 물을 주었습니다. 모종에 거름은 조금밖에 넣어 주지 않았습니다. 호박 농사가 잘 되리라고 크게 기대하진 않고서 그냥 제 힘으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맷돌호박꽃
▲ 호박꽃 맷돌호박꽃
ⓒ 정병진

관련사진보기

 
밭을 뒤덮은 호박넝쿨
▲ 호박넝쿨 밭을 뒤덮은 호박넝쿨
ⓒ 정병진

관련사진보기

 
유월부터 장마가 시작되자 호박 줄기들은 하루가 다르게 쭉쭉 뻗어나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사람이 떠다 주는 수돗물과 하늘에서 내린 빗물의 양분은 뚜렷한 차이가 있음을 실감하였습니다.  비만 내렸다 하면 하룻 사이 호박넝쿨은 족히 2~3m씩은 자라나는 거 같았습니다. 급기야 조금 지나자 호박넝쿨들은 밭 전체를 뒤덮다 시피하였습니다. 

더욱이 지난 6월 중순경부터는 곳곳에 호박이 달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세 번째 호박을 딸 때는 한꺼번에 너무 많은 호박이 나왔습니다. 무려 열 덩이 가량을 땄습니다. 그 많은 호박을 우리 집에서 다 먹을 순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동네 주민들에게 한 덩이씩 선물하였습니다. 그러고도 호박은 계속하여 나오는 중입니다.
 
밭에서 수확한 호박
▲ 수확한 호박 밭에서 수확한 호박
ⓒ 정병진

관련사진보기

 
오늘(6일) 수확한 늙은 호박. 지름이 37cm, 무게가 10kg에 달한다
▲ 늙은 호박 오늘(6일) 수확한 늙은 호박. 지름이 37cm, 무게가 10kg에 달한다
ⓒ 정병진

관련사진보기

 
오늘은 어린 호박 네 덩이와 늙은 호박 한 덩이를 땄습니다. 어린 호박들이 세 개쯤 더 있었지만 늙은 호박으로 키우고자 그냥 두었습니다. 오늘 수확한 늙은 호박은 지름이 37cm, 무게가 10kg에 달하였습니다. 지금껏 딴 호박 중에 가장 컸습니다. 아직 푸른빛이 남아 있지만 물가에 있는 호박이라 자칫하면 썩을까 봐 조금 일찍 땄습니다. 

옛 속담에 "호박이 넝쿨째로 굴러 들어왔다"라고 하였습니다. 그 말이 꼭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호박 농사는 농부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하늘의 햇볕, 바람, 비를 맞고 호박 제 스스로 잘도 자라나기 때문입니다. 모종이 어느 정도 자리 잡을 때까지만 보살펴 주면 됩니다. 혹시 초보 농사꾼 중에 밭작물에서 손쉽게 가장 풍성한 수확을 맛보려면 호박 농사를 한 번 지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에도 싣습니다


태그:#호박 농사, #늙은 호박, #텃밭 농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여수솔샘교회(solsam.zio.to)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