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순이삼촌' 커튼콜 장면. 230여명 출연진이 무대가득 선 모습만 봐도 가슴이 가득찬다.

오페라 '순이삼촌' 커튼콜 장면. 230여명 출연진이 무대가득 선 모습만 봐도 가슴이 가득찬다. ⓒ 박순영


오페라 <순이삼촌>이 서울에 성공적으로 상륙했다.

2020년 제주아트센터 초연, 2021년 연말 경기아트센터의 호평에 이어 9월 첫 주말인 9월 3일과 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 오페라 <순이삼촌>(극본, 예술총감독 강혜명, 작곡 최정훈)은 잊지 말아야 할 무고한 집단학살 역사인 제주4·3사건을 관객에게 오페라만의 감동으로 묵직하고도 뜨겁게 선사하였다. 

코로나 객석제한도 풀려 극장 3층까지 가득 채운 관객들은 우리 역사의 아프고 안타까운 장면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서울 공연으로 오페라 <순이삼촌>은 정상궤도에 올랐다. 작년 연말 경기아트센터에서의 <순이삼촌>보다 성악가들의 노래와 연기는 더욱 진해졌으며, 두 아이를 옴팡밭에서 잃고 나서 주인공 '순이삼촌(강혜명 분)'이 흐느끼는 광란의 아리아는 짧은 순간에도 관객을 공포의 슬픔에 끌어들이는 몰입감이 짙어졌다. 

"죽어도 벌써 죽었을 사람~"

큰아버지가 순이삼촌을 생각하며 부르는 나직하고 애수 어린 선율이 가슴을 적신다. 작품은 할아버지 제사에서 과거 4·3의 사건을 회고하는 형식이다. 극 초반부터 프롤로그 테너 정호윤과 큰아버지(베이스 함석헌), 고모부(테너 장성일), 길수(테너 양신국) 등 굵직한 남성 성악가들의 목소리로 정확한 가사의 전달과 절절히 가슴을 적실 수 있다는 면에서 한국 성악계는 정말 세계급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갑자기 부산하게 마을사람들이 소집되어 순식간에 총살 당하는 장면, 총탄도 아낄 겸 수류탄이 어떠냐 하니, 우리 군이 사격 경험이 없으니 이번 기회에 경험도 쌓을 겸 사격지시를 내리는 것이 어떠냐는 내레이션 등에서 무고한 양민학살에 대한, 우리의 어처구니 없는 역사에 대한 화에 울컥 눈물이 난다. 

원작자인 현기영의 내레이션도 회고적 느낌을 주며 공연의 실제감을 배가한다. 또한 "똑똑한 사람 다 죽고 우리같이 쓸모없는 사람만 남았다"고 노래하는 할머니 역 메조 소프라노 최승현의 노래도 가슴을 스친다.

후반부 어린 길수와 상수가 소고기 산적을 먹고 싶다 노래하는 장면의 동심, 마지막 제주도 전통 넋전춤(박연술)과 훠어 퍼포머스(문석범), 그리고 제주 4·3사건의 전체 기간인 1948년부터 1953년까지 죽은 사람들의 이름이 무대 가득 영상으로 올라가며 다 함께 부르는 노래는 공연이 끝나고도 귓가에 남는다. 

오페라 <순이삼촌>은 제주도 출신의 성악가 강혜명이 원작자와 유족위원회, 제주도의 지지와 설득의 과정을 통해 수년에 걸쳐 만들어졌다. 원작자 현기영이 자신의 어린시절 경험을 토대로 1978년작 소설 <순이삼촌>을 쓰고 고문을 당했던 때와는 시대가 많이 달라졌기에 공연화가 가능했다.

또한 오페라라는 공연예술의 힘으로 제주합창단과 교향악단으로 이뤄진 제주도립예술단(지휘 김홍식)이 활약하며 단순간에 모두를 공감시키며 제주 4·3사건을 알리고 있다. 

오페라 <순이삼촌>은 2024년 일본공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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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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