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전국에서 청와대를 관람하기 위해 올라온 관광버스들이 8월 27일 토요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도로에 줄지어 주차되어 있다.
 전국에서 청와대를 관람하기 위해 올라온 관광버스들이 8월 27일 토요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도로에 줄지어 주차되어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8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골목길에 주차금지 표지판이 놓여 있다.
 8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골목길에 주차금지 표지판이 놓여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유독 인도와 차도의 단차가 낮은 곳, 인도를 따라 3대의 차가 나란히 주차돼 있다. 노란색 실선이 그어져 있는 주차 금지 구역임에도 차들은 인도를 침범한 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지난 8월 27일 낮 12시, 한낮 종로구 청운·효자동 일대 풍경이다. 이곳에서만 30년째 살고 있다는 정아무개(63)씨는 "주말이면 통인시장이다, 청와대 구경이다 외지인들이 와서 이렇게 '개구리 주차'(보도 위에 차량 한쪽 바퀴를 올려두는 주차 방식)를 해 놓는다"고 말했다.

정씨는 10분 전, 집으로 들어가는 길목을 막고 있는 빨간 차의 차주에게 전화를 걸어 '차를 빼달라' 요청을 한 후에야 겨우 집 앞에 주차할 수 있었다. 그는 "이 사람은 다행히 근처에서 있어서 금방 차를 빼줄 수 있었지만, '시장 구경 중이다' '청와대 앞이다' 하면서 한참 후에야 오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전했다.

"청와대 개방, 좋지만 주차 문제는 정말 해결 돼야 해요. 주말이면 이 도로가 '개구리 주차'로 완전 꽉 찹니다. 오후 5시~6시쯤 되면 이 도로는 아예 차들이 왔다갔다 할 수가 없을 정도예요. 저 위에 이제야 주차장을 짓는다는데 하세월이죠."

연락처 없는 황당한 메모... '죄송, 대구에서 청와대 구경' 
 
효자동 주민의 집 앞에 불법주차를 한 후 '죄송합니다 대구에서 청와대 구경'이라 적힌 쪽지만 남겨둔 차주. 연락처도 남겨져있지 않았다고 한다.
 효자동 주민의 집 앞에 불법주차를 한 후 "죄송합니다 대구에서 청와대 구경"이라 적힌 쪽지만 남겨둔 차주. 연락처도 남겨져있지 않았다고 한다.
ⓒ 주민 제공

관련사진보기

 
60년 넘게 효자동에 살았다는 한 주민은 더 황당한 일도 겪었다. 그는 "'죄송합니다, 대구에서 청와대 구경'이라 적힌 스케치북만 차 앞 유리에 두고 전화번호조차 남기지 않은 청와대 관광객 때문에 몇 시간을 주차하지 못한 경험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 청와대 인근을 돌아본 결과 인도를 침범한 개구리 주차, 노란색 실선을 무시한 불법주차, 버스 정류소를 침범한 주차, 가게 앞 무단 주차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주차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청운·효자동 일대, 유독 텅 비어있는 주차장들이 있다. 청와대 사랑채 남측 주차장(효자동 150 일대)과 청와대 연무관 남측 추자장(효자동 89 일대)이다. 두 곳 모두 대통령실 경호처가 관리하고 있다.  

경호처 관리 주차장 2곳, 이용률 20-30% 수준 
   
8월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연무관 직원 전용 주차장에 주차한 차량이 적어 빈자리가 남아있다. 청와대 인근 주민협의체는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따라 직원들의 이용율이 감소했다며 청와대 부속시설 주차장을 지역 주민들에게 유료 개방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8월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연무관 직원 전용 주차장에 주차한 차량이 적어 빈자리가 남아있다. 청와대 인근 주민협의체는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따라 직원들의 이용율이 감소했다며 청와대 부속시설 주차장을 지역 주민들에게 유료 개방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같은 날 찾은 청와대 사랑채 남측 주차장은 85대 주차가능(지정주차 14대) 구역 중 17대만 주차돼 있었다. 연무관 남측 추자장 역시 51대를 수용할 수 있지만 15대만 주차돼 있었다. 각 주차장 모두 차단기가 설치돼 있었고 '관계자 외 주차금지'라 표기가 붙었다. 

효자동에서 5년째 살고 있다는 임아무개(34)씨는 "청와대 개방하고 나서 골목마다 불법주차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라며 "거주자 우선주차 구역에 막무가내로 주차를 해두고는 '청와대 관광하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고 한다. 그럼 나는 어디다 차를 대야 하냐"고 불만을 터트렸다.

그는 "여름에는 너무 더워서 조금 덜하긴 했는데, 청와대 막 개방하고 나서부터는 주차 문제가 정말 심각했다"라며 "대통령실이 이전한 후에 여기 바로 앞에(연무관 남측 주차장) 주차장이 이렇게 텅텅 비어있는데, 지역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열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무 대책 없이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고 청와대를 개방하며 발생한 피해를 우리 주민들이 고스란히 짊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8월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골목길 주택에 청와대 관람객들의 불법주차로 인한 주민 불편을 호소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8월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골목길 주택에 청와대 관람객들의 불법주차로 인한 주민 불편을 호소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인근 주민들은 현재 대통령실에 주차 문제 해결 등을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간 후 청와대 직원들이 주로 사용하던 사랑채·연무관(청와대 경호실 직원들이 이용하는 체력단련장) 주차장 이용률이 크게 줄어들었으니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인근 청운동·효자동·통인동·사직동 주민 100여 명이 모인 '청와대인근주민협의체'는 대통령실 비서실·경호처·경찰청·종로구청장 등에게 "청와대 직원 주차장을 주민이 이용하게 해달라"며 공문을 지난 8월 4일 보냈다. 하지만 답이 없는 상태다.

주민협의체는 "청와대 사랑채 남측과 청와대 연무관 남측 직원 전용 주차장 등은 대통령실 집무실이 이전함에 따라 직원 감소 등의 이유로 이용률이 현저히 감소했다"라며 "수십 년간 청와대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인접 주민들에 대한 피해 보상 차원에서 청와대 부속시설 주차장을 지연 주민에게 유료 개방하길 요청한다"라고 밝혔다. 

협의체가 지난 5월 10일부터 7월 31일까지 사랑채 남측주차장(85대 주차가능)의 이용률을 조사한 결과 주간 평균 15대, 야간 평균 5대가 주차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무관 남측주차장(51대 주차가능) 이용률 역시 주간 10대, 야간 3대로 조사됐다.

"인근 골목·도로 폐쇄해 청와대 시설물로 사용... 주민에게 돌려줘야"
 
8월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주차장에 주차한 차량이 적어 빈자리가 남아있다. 청와대 인근 주민협의체는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따라 직원들의 이용율이 감소했다며 청와대 부속시설 주차장을 지역 주민들에게 유료 개방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8월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주차장에 주차한 차량이 적어 빈자리가 남아있다. 청와대 인근 주민협의체는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따라 직원들의 이용율이 감소했다며 청와대 부속시설 주차장을 지역 주민들에게 유료 개방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이들은 "1970년대부터 70여 년 간 청와대 관련 시설물이 일방적으로 주거지역 내까지 확장되고 관리·통제 운영되면서 주민의 거주지와 주민이 이용하는 골목·도로 등이 폐쇄돼 청와대 시설물로 사용돼왔다"면서 "그동안 주민들의 이용을 막았던 폐쇄사유 즉 보안과 이용 목적(청와대 직원 주차)이 소멸됐으니 인접주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주민협의체와 뜻을 함께 하고 있는 김란미(58)씨는 "오래된 주택이 많아 거주지 인근 주차시설이 부족한데 청와대 직원 주차장은 텅텅 비어있다"라며 "관계 기관에 공문을 보내도 경찰청이며 경호처며 '우리는 잘 모르겠다'며 떠넘기기 급급하다"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를 국민에게'라는 말도 와 닿지 않는다. 개방으로 인한 주민들 불편은 전혀 생각도 않는 거 아니냐. 우리는 국민이 아니냐"라고 따져 물었다.
 
8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골목길에 주차금지 표지판이 놓여 있다.
 8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골목길에 주차금지 표지판이 놓여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8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골목길에 주차금지 표지판이 놓여 있다.
 8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골목길에 주차금지 표지판이 놓여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다른 곳에서 살다가 이 지역으로 옮겨온 지 4년째라는 김씨는 "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 배정도 당첨돼야 이용이 가능하다. 나도 이사 오고 1년 넘게 배정받지 못해 집에서 2km 떨어진 곳에 주차를 했다"며 "학창시절을 여기서 보냈고 살고 싶은 동네여서 다시 이곳으로 왔는데 (실제 와보니) 살기 너무 힘들다. 가장 기본적인 주차 문제로 이렇게 고통받을 줄 몰랐다"라고 토로했다.

이와 같은 주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대통령실과 경호처 등은 아직 관련 시설의 활용 방안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경호처 관계자는 "해당 주차장 이용과 관련해서는 청와대 활용 방안과 연계돼 있는 문제라, 활용 방안이 확정되면 관계기관과 함께 논의할 예정"이라며 "현재로서는 확정된 게 없다. 방안이 언제 최종 확정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전국에서 청와대를 관람하기 위해 올라온 관광버스들이 8월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도로에 줄지어 주차되어 있다.
 전국에서 청와대를 관람하기 위해 올라온 관광버스들이 8월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도로에 줄지어 주차되어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태그:#청와대, #주차, #청운효자동, #청와대 개방
댓글35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