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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양어선을 타고 먼 바다로 나간 아빠를 그리워한 마음을 담았어요."

부산 원도심의 골목길을 소재로 한 <거리를 지배하는 마법사> 전시에 참여한 이경아(40, 사진 맨 오른쪽) 작가는 작품 활동에 영향을 준 사연을 이렇게 고백했다.
 
좌측부터 부산중구문화원 채경혜 사무국장, 강영희 작가, 이경아 작가가 복병산 작은미술관에서 인터뷰 후 사진을 촬영했다.
 좌측부터 부산중구문화원 채경혜 사무국장, 강영희 작가, 이경아 작가가 복병산 작은미술관에서 인터뷰 후 사진을 촬영했다.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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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 열리는 중구 대청동에서 바라본 푸른 바다와 하늘이 돋보이는 이 그림은 배를 타고 멀리 나간 아버지를 그리워 했던 마음이 주제이다. 오래 전의 기억이지만, 배를 타고 나가면 자주 볼 수 없었던 아빠가 있는 바다를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작가의 눈에 들어온 동네를 주목했다고 말했다.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는 이씨는 소설이나 작가들이 글을 주면 삽화를 그리기도 하지만, 최근 5년간은 자신의 글과 그림에 집중했다.

"부산지역의 그림책을 만드는 작업을 해왔어요. 해변을 거닐면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책을 만들자는 취지로 '비치리딩(Beach Reading) 시리즈'라는 책을 만들었어요. 모임에서 어떤 작가는 소설을 쓰고, 누구는 그림을 그립니다. 저는 그림책 작가로, 제 이야기를 그리다보니까 제가 살던 마을에 눈길이 가더라고요."

적산가옥을 문화공간으로 바꾼 사연
 
복병산 작은미술관 전경
 복병산 작은미술관 전경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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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 열리는 대청동은 피난민이 살던 곳으로 도심이 생겨난 원심지 역할을 한 지역이다. 특히 최근에 문을 연 전시장(부산중구문화원)은 일제시대에 남겨진 가옥의 형태인 '적산가옥'을 그대로 보존했다.

일제시대 이후에 개인이 사용하다가 중구청에서 얼마 전에 구입했는데, 리모델링을 하면서 문화원의 운영을 깊게 고민했다고 한다. 지난해 11월에 문을 연 이후에는 2월까지 개관기념전을 열면서 이번 전시를 구상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개관기념전을 열 때는 테이블 같은 집기가 하나도 없었어요. 그때는 예산도 부족해 모든 것이 힘들었어요. 그래서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에게 여기에 있는 모든 방을 다 쓸 수 있게 허락했어요. 아무래도 일반주택을 활용한 곳이니까 미술에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이 '공예' 쪽이잖아요? 그래서 그들에게 우리 공간에 맞는 작업을 요청했습니다."

부산중구문화원의 채경혜 사무국장은 개관 이후 전시장을 찾은 동네 주민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뜨거웠다며, 당시의 기억을 이렇게 들려줬다.

"여기에 원래 높은 담벼락이 있었는데, 주민들이 이 집을 궁금해 하더라고요. 벽을 허무니까 도대체 안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했나봐요. 그리고 개관을 하면서 미술 작가들이 활동하니까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하지만 채 국장은 마냥 행복할 순 없었다. 어느 공공기관처럼 충분한 예산을 지원받을 수 없어서 고민이 많았단다. 그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작은미술관'이라는 공모를 보고 지원을 결심했다. 아마도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작은미술관'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면, 동네 사람들도 좋아할 것이라 믿었다.

특히, 문화원에 있는 11개의 방을 무작정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으로 쓰기보다는 전시공간으로 사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지원하는 '작은미술관'은 이곳을 조금더 안정적으로 전시기획을 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 3월에 공모를 열고 올해 처음으로 '작은미술관'에 선정된 부산중구문화원은 이후에도 여러가지 혜택을 받았다.

"복병산 작은미술관으로 기사가 나오니까 많은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오더라고요. 그리고 문화원에서 미술관 형태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생겼어요. 개관기념 전시에는 작가들이 좋은 의도로 참여했는데, 한 사람이 이 공간을 꾸미려면 적지않은 예산이 들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지원사업에 선정되니까 이제는 작가들에게 경비를 지원할 수 있어서 너무 뿌듯합니다." 

특히 이 전시장은 일반 주택으로 활용했던 기능을 살려 일반적인 전시장과는 전혀 다른 장점을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11개의 방이 손님을 접대하는 사랑방 형식인데 모든 방에서는 가운데 위치한 뜰을 볼 수 있게 설계된 것이다. 

부산 원도심의 거리와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시로
 
복병산 작은미술관은 일제시대 적산가옥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 채 동네 지역주민을 위해 미술공간으로 운영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복병산 작은미술관은 일제시대 적산가옥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 채 동네 지역주민을 위해 미술공간으로 운영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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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기획된 <거리를 지배하는 마법사> 전시는 지난 8월 16일에 시작해 10월 12일까지 약 두 달간 개최된다. 여기엔 전시의 주제인 부산 원도심의 골목길에 관한 내용으로 강영희, 곽태임, 나인주, 이경아, 전보미, 이종민, 최윤식 등 7명의 작가들이 참여한다.

판화가 강영희는 원도심 골목길 풍경을 전통적 오목판화기법으로 표현했으며, 곽태임은 꼴라그라프기법으로 원도심의 집들을 동화 같은 풍경으로, 나인주는 원도심 토박이들의 모습을 12지 동물로 표현한 드로잉과 원도심의 마을풍경을 세라믹과 나무로 표현한 부조를 액자와 설치형태로, 그림책 작가 이경아는 중구의 원도심을 동화처럼 표현한 드로잉과 북아트를, 전보미는 동광동인쇄골목길을 소멸기법으로 표현한 목판화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부산 중구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인쇄골목, 헌책방골목, 국제시장, 자갈치시장 등의 공간에 생명의 에너지가 꺼지지 않도록 시대를 연결하고 있는 사람들과 40계단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풍경들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특히 성동중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자 30년 가까이 작품 활동을 이어온 강영희(56, 사진 가운데) 작가는 1995년부터 판화작가로 활동하다가 중간에 건강 문제로 쉬기는 했지만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을 이어왔다. 그가 이번에 선보인 2001년에 제작한 대표작(작품명 '거리에서')는 그가 살았던 동네의 자연스러운 풍경을 담은 것이라 소개했다.

"당시에 살던 모습을 스케치하면서 동네에 꽂혀 작업을 해왔습니다. 지나가다 보면 화려하고 멋진 곳이 많지만 이상하게도 저는 이런 곳이 끌리더라고요. 우리가 보통 지나치는데 사소하고 보잘 것 없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 건축물로 나타나기도 하잖아요. 그럼 우리가 이렇게 힘들게 살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이 그림을 그리면서 저도 힘들었던 기억을 치유하고 이 그림을 보는 사람들도 같이 공감하면서 이겨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전시가 열리는 문화원 건물 자체가 일반 주택에서 출발한 것인데 창문 하나 없이 사방이 갇혀버린 화이트큐브와 다르게 이번 전시장의 특징을 설명해달라는 부탁에 이경아 작가는 이렇게 대답했다.

"여느 전시장과는 다르게 여기에서는 창에서 뜰을 볼 수 있고, 실제 골목길 같은 구조입니다. 그래서 이번 주제와 더 어울릴 거 같아요. 이번에 출품한 작품이 '골목산책'인데 오히려 방이 아니라 통로를 선택했습니다. 그것은 좁은 골목길을 걷는 것처럼 저의 이미지들을 산책하는 느낌으로 바라보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거든요."

덧붙이는 글 | <작은미술관 조성 및 운영지원>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예술위원회가 주관하고 국민체육진흥공단의 후원을 통해 대한민국 곳곳에 작지만 친밀한 미술 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부 황진수 부장은 “작은미술관은 웅장한 미술관을 새로이 짓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유휴 공공공간을 활용하여 작지만 의미 있도록 생활 속 미술 공간을 마련하여 언제 어디서나 그리고 누구나 쉽게 예술을 만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추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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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빼고 문화만 씁니다." 문화예술 전문 월간지<문화+서울>(문화플러스서울) 편집장을 지냈으며, 매주 금요일마다 한겨레신문에 예술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사람in예술' 코너에 글을 쓰고 있다. sortir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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