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의 주전 공격수 황의조의 거취를 둘러싸고 각종 소문이 무성하다. 그의 이적 여부에 따라 개인의 커리어는 물론이고 월드컵을 앞둔 대표팀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축구팬들 역시 흥미롭게 주시하고 있다.
 
2019년부터 프랑스리그 지롱댕 보르도에서 활약한 황의조는 유럽랭킹 5위의 빅리그로 꼽히는 리그1(리그앙)에서도 3년간 92경기 29득점 7도움의 우수한 활약을 펼쳤다. 이적 초기에는 윙포워드로 뛰며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으나 경쟁을 거쳐 실력으로 주포지션인 최전방 공격수 자리를 차지하며 점차 진가를 드러냈다. 최근 두 시즌 동안에는 명실상부 보르도의 핵심 공격수로 활약하며 2년 연속 리그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황의조는 현재 프랑스 리그1 아시아 선수 득점 관련 기록을 대부분 경신했다. 2020-2021시즌 리그1 36경기에 출전해 12골로 본인의 커리어하이이자 아시아 선수 단일시즌 최다득점 기록을 달성했다. 통산 득점과 공격포인트 기록 역시 역대 아시아 선수 1위다. 소속팀 보르도가 전력상 약체팀으로 동료들의 지원을 충분히 받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황의조의 고군분투는 더욱 돋보였다.
 
하지만 보르도가 지난 시즌 리그 최하위로 강등되면서 황의조의 이적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리그1을 통하여 유럽무대에서 검증을 마친 만큼 같은 프랑스 리그는 물론이고 다른 빅리그팀들도 황의조의 영입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리그의 올랭피크 마르세유, 낭트, 스타드 브레스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의 울버햄튼, 노팅엄 포레스트 등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선수 본인도 이적 의지가 강하다. 2022-2023시즌 리그2가 개막했지만 황의조는 팀이 치른 3경기 중 교체로만 2경기에 출전하여 도합 20여 분을 뛰는 데 그치며 이적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하지만 벌써 이적시장 개장 이후 두 달이 넘어 새로운 시즌이 개막했음에도 이적 성사 여부는 별다른 실체나 진전 없이 여전히 안갯속에 놓여있다.
 
관건은 이적 조건과 선수의 의지다. 유럽 축구 이적 정보 전문 사이트 '트랜스퍼마르크트'에 따르면 현재 황의의 시장 몸값은 약 700만 유로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재정이 어려운 보르도는 팀의 주축 선수인 황의조를 내주면서 그에 걸맞는 이적료를 챙기고 싶어 한다. 몇몇 구단들이 황의조의 영입을 위한 구체적인 제안을 했지만 보르도가 원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여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의조가 EPL 진출에 마음을 두고 있다는 보도도 변수다. 레퀴프 등 현지 언론들은 "황의조의 프리미어리그 진출에 우선순위를 두고 협상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EPL은 현재 세계 최고의 리그로 꼽히며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튼)같은 한국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다. 어느덧 30대에 접어든 황의조에게 이번 이적은 전성기의 기량을 유지하면서 EPL 진출을 노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기에 더 신중할 법도 하다.
 
더구나 황의조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후보팀 중 하나인 울버햄튼에는 이미 한국인 선수 황희찬이 있기 때문에 리그 적응에 있어서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울버햄튼이 최근 포르투갈 출신의 전천후 공격수 곤살로 게데스를 영입하면서 포지션이 겹치는 황의조의 영입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줄어들었다.
 
EPL에서 아시아 공격수의 성공사례가 드물다는 것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손흥민이 지난 시즌 23골을 터뜨리며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EPL 득점왕에 등극하기 전까지, EPL은 한국 공격수들의 무덤으로 꼽혔다. 이동국, 박주영, 지동원 등 많은 공격수들이 EPL에서 참담한 실패를 맛봤고, 손흥민 외에 두 자리수 득점을 올린 선수는 전무했다.
 
박지성, 이영표, 기성용 등은 미드필더나 수비수였고, 설기현이 최전방과 2선을 오가며 짧은 기간 활약한 정도다. 황희찬 역시 아직 자리를 잡았다고 하기는 어렵다. EPL은 프랑스리그보다도 훨씬 더 격렬한 경기 템포와 탄탄한 피지컬을 요구하고 있어서 특히 최전방 스트라이커들에게는 살아남기가 어려운 리그로 꼽힌다.
 
한편 황의조의 거취 문제가 장기화될수록 축구대표팀의 근심도 커질 수밖에 없다. 11월에 개막하는 카타르월드컵 본선에서 황의조는 대체불가한 부동의 주전 공격수로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황의조가 오랜 기간 경기에 출전하여 감각이 떨어지거나, 새로운 리그와 팀에서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슬럼프에 빠지기라도 한다면, 대표팀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큰 국제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소속팀을 바꾸거나 상위 리그도 도전한다는 것부터가 상당한 모험에 가깝다. 하물며 월드컵 본선이 4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주전 공격수가 리그 적응은 고사하고 아직 어디서 뛸지조차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은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당장 모든 현실적인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면, 선 임대후 완전이적 같은 옵션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일단 보르도에 잔류하여 2부리그(리그2)에서 경기감각을 유지하면서 월드컵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겨울이적시장에서 다시 거취를 논의하는 방법도 있다.

황의조에게는 더 이상 길게 지체할 시간이 없다. 빨리 이적문제를 결론짓고 경기감각을 끌어올리는 데만 집중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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