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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기흥구 상갈동 한 주택가 현관 입구. 집중호우를 막기 위해 천막을 임시로 쳐뒀다.
 용인시 기흥구 상갈동 한 주택가 현관 입구. 집중호우를 막기 위해 천막을 임시로 쳐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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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부를 비롯해 경기도권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지난 8일. 경기 용인시에도 새벽부터 이미 집중호우가 내리기 시작해 곳곳에 피해가 발생했다. 주택 침수는 물론이고 산사태도 있었다. 용인시 집계에 잡히지 않은 침수 피해 주택도 다수였다.

하수관은 '넘치고', 지하 계단은 '물차 흐르고'

지난 8일 용인시 주택가를 중심으로 돌며 침수 피해를 본 주민을 찾아 다녔다. 오전 9시를 조금 넘은 시간, 기흥구 신갈동 상미마을 인근 지하 1층 지상 2층 주택 주변은 젊은 부부가 집 주변을 오가며 살피고 있었다. 손에 우산이 있었지만 이미 몸은 다 젖은 상태였다.

이 부부가 살핀 곳은 지하 4개 방이다. 새벽에 지하 세입자의 덜컹대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는 집주인 윤미숙씨는 밖으로 나와 지하 방에 물이 발목까지 차 들어온 것을 보고 퍼내기 시작했다. 두 시간 넘도록 퍼 간신히 물길은 잡았지만 다시 비가 와 새벽 내내 대기 상황이었다.

출장 갔다 아침에야 도착한 남편까지 가세해 침수 원인을 찾지만 명확하지 하지 않다. 그나마 두 곳은 하수구 역류인 것으로 짐작돼 대처할 수 있었다. 그곳에는 외국에서 온 중년 남성과 고령의 남성이 각각 살고 있다.

이들 부부는 당장 다시 침수될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도움받을 방법은 몰랐다. 해당 구청과 용인시 등을 통해 도움을 받으라 조언했지만,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되겠냐는 답이 돌아왔다.

다시 40분 가량 걸어 찾은 곳은 상갈동. 큰길을 가운데 두고 경기도 박물관, 주민센터 등이 자리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100미터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주택밀집지역은 최근 들어 신규 빌라가 대거 들어섰지만 곳곳에 오래된 집이 있다.

지하방에 10년여째 거주한다는 허모(65)씨는 폭우를 피하려 현관문 앞에 비닐을 처뒀다. 비를 막기 위한 임시방편이다. 하지만 허씨의 거주지 역시 상습 침수 지역이다. 이번 비에도 여지없이 피해를 봤는데, 매번 도움을 주는 사람은 이웃이라고 했다.

허씨가 거주하는 곳에서 불과 50미터가량 떨어진 곳에는 건축공사가 한창이었다. 며칠 내린 비로 공사장은 빗물로 큰 웅덩이를 만들었지만, 주변 안전펜스 곳곳이 넘어져 있어 야간에는 상당히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폭우가 내린 8일 아침 기흥구 상갈동 한 반지하 주택가. 이날 새벽 1시경 계단을 통해 물이 들어와 거주민과 집 주인이 두시간 이상 물을 퍼냈다.
 폭우가 내린 8일 아침 기흥구 상갈동 한 반지하 주택가. 이날 새벽 1시경 계단을 통해 물이 들어와 거주민과 집 주인이 두시간 이상 물을 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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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취약지구 피해도 복구도 주민 몫

새벽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타고 들어온 빗물이 집안까지 들어와 폭우 수준의 비가 내리면 으레 물 퍼내기를 빠짐없이 해야 한다는 김모(68)씨는 긴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답답한 심정이라는 말을 남기고 집으로 들어갔다. 

구갈동 신갈동 등 처인구 김량장동 등 구도심 주택가를 돌며 확인한 결과, 재난 취약지구는 현황이 확연히 드러났다. 건축물 자체가 오래돼 빗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는 곳도 다수다. 사전에 비가림막이 설치되지 않아 비닐이나 천막으로 임시가림을 한 곳도 많다.

천막으로 대형 유리문을 임시로 막은 주택 인근에는 왕복 2차선 도로가 있지만 곳곳이 패여 있었으며 인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폭포 수준의 비는 제대로 빠지지 않아 도로에 고이거나 주변 주택가로 흘러 들어갔다.
 
구갈동 한 지하 방. 거주자가 방을 비운 사이 하수가 역류해 거주인은 당장 생활이 힘들만큼 악취와 물기에 불편을 겪어야 할 상황이다.
 구갈동 한 지하 방. 거주자가 방을 비운 사이 하수가 역류해 거주인은 당장 생활이 힘들만큼 악취와 물기에 불편을 겪어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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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가량 다니며 만난 지하 주택 거주자는 모두 7명. 이중 한국어로 소통이 거의 힘든 1명을 제외하면 모두 용인에서 길게는 20년 이상 생활한 이들이다. 연령대도 60대 이상이 가장 많다. 30대 박 모씨는 8일 폭우로 인해 새벽에 발생한 하수구 역류 피해도 오전 늦게 귀가하고서야 알았다. 집 안은 악취와 습기로 당분간 생활은 쉽지 않아 보였다.

신갈천 주변 상인들도 폭우 때마다 우려가 반복된다며 이에 대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폭우가 이어지자 평소 주민들이 산책과 운동을 하기 위해 찾던 신갈천 일대 대부분은 누런색 물살에 상당히 위험한 수준이었다. 천변으로 내려가는 길목은 '출입금지 라인'으로 막혀 있었지만 일부에는 이마저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뿐 아니라 상인들도 매번 반복되는 범람 위기에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신갈천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폭우로 신갈천 주변이 휩쓸리면 범람 걱정도 걱정이지만 한동안 유동인구가 적어 영업에도 큰 영향을 준다"라며 "침수피해가 많은 곳을 우선 복구하고 지원해야겠지만 매년 피해가 반복되는 곳은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줘야 한다"라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용인시를 통해 받은 피해 집계 현황에는 기자가 지난 8~9일 현장을 돌며 만난 이들 대부분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 역시 피해를 신고하거나 도움을 받을 방법을 모르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난 발생 때뿐 아니라 평소 예방 차원에서도 행정력은 닿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동천동 상습적 수해 피해 어쩌나

동천동 일대는 지난 8일 하루 동안 223㎜에 이르는 비가 내렸다. 이는 이날 용인에서는 가장 많은 비가 내린 곳이었다.

고기교 주변 상인들 뿐 아니라 고기근린공원 일대는 하천 범람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이에 이상일 시장뿐 아니라 김동연 경기도지사, 정춘숙 국회의원, 윤원균 용인시의회 의장 등이 현장을 방문해 재발 방지대책을 위한 의견을 나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동천동 동막천 상습 범람은 무분별한 개발과 반복되는 자연재해에도 늑장 조치가 부른 참사라고 지적했다.

고기동 계곡 일대는 지난해 경기도 청정계곡 복원 생활 SOC사업 공모에 선정돼 4억 원을 들여 방문객이 즐길 수 있는 쉼터 및 휴식공간을 설치했지만 정작 하천 범람과 관련한 사업은 구체화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고기동 계곡 일대에 무분별한 상가 입점과 함께 과도한 관광객 유입에 따른 자연 훼손이 피해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 있다. 난개발 후유증이란 비판이다.

현장을 찾은 이상일 시장은 "하천 범람과 토사유출 등으로 발생한 쓰레기를 신속하게 치우고, 파손된 도로를 속히 정비하라"면서 "내년 여름 폭우가 쏟아질 때 똑같은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하천과 주변의 구거 등을 정비하고, 고기교 인근의 도로망을 확충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기후 변화에 따른 반복되는 이상기후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하천 범람원인 파악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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