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선수가 3년 차라는 게 믿기지 않을 때가 있다. 플레이만 보면 베테랑의 여유가 느껴지기도 하고, 날이 갈수록 더 좋아진 타격 실력을 뽐낸다. 팬들 사이에서 '아기 짐승'으로 불리는 SSG 랜더스의 외야수 최지훈이 그 주인공이다.

16일 현재 SSG는 105경기 71승 3무 31패 승률 0.696으로 여전히 단독 선두 자리를 지키는 중이다. 2위 LG 트윈스와 승차는 무려 9.5경기 차로 SSG가 갑자기 연패에 빠지지 않는 이상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따낼 것이 유력해 보인다.

SSG의 원동력하면 '리그 최강 원투펀치' 김광현과 윌머 폰트 혹은 최정이나 한유섬과 같이 힘 있는 타자가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2020년 데뷔 이후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외야수 최지훈의 활약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주루, 수비 모두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는 SSG 외야수 최지훈

주루, 수비 모두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는 SSG 외야수 최지훈 ⓒ SSG 랜더스


랜더스필드의 외야를 지키는 최지훈

광주제일고와 동국대를 거쳐 2020년 신인드래프트서 2차 3라운드(전체 30순위)에 지명을 받은 최지훈은 첫해부터 1군서 풀타임 시즌을 뛰었다. 18개의 도루를 기록하면서 빠른 발을 자랑하는가 하면, 인상적인 수비로 눈도장을 찍었다.

지난해도 랜더스필드의 외야를 든든하게 지키면서 1054이닝을 소화한 최지훈은 더 넓은 수비 범위와 안정적인 포구로 전년도에 비해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1000이닝 이상 수비에 나선 9명의 외야수 가운데 가장 적은 실책(2개)을 기록했다.

비록 팀은 아쉽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으나 최지훈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팀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질 주전 외야수를 찾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짐승'이라는 별명을 가진 베테랑 외야수 김강민의 뒤를 이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면서 '아기 짐승'이라는 별명이 최지훈을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프로에서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한 올해도 최지훈의 수비는 SSG 팬들을 흐뭇하게 하고 있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919이닝)을 소화한 외야수이면서 실책은 단 한 개뿐이다. 타자들은 장타로 이어질 수 있는 타구를 최지훈이 건져낼 때면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매 경기 매 이닝 집중력을 발휘하는 최지훈의 유니폼은 늘 흙투성이다. 때로는 부상이 걱정될 만큼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지만 올 시즌 전 경기(105경기)에 출장하면서 건강하게 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이 기세라면 최지훈은 데뷔 이후 처음으로 3할 이상의 타율로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다.

이 기세라면 최지훈은 데뷔 이후 처음으로 3할 이상의 타율로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다. ⓒ SSG 랜더스


타격까지 늘었다... 최지훈은 계속 성장 중

아쉬움으로 꼽혔던 타격마저 완벽하게 보완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2할 중반대의 타율에 그쳤던 최지훈의 올 시즌 성적은 415타수 132안타(6홈런) 타율 0.318 41타점 22도루 72득점 OPS 0.814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타율 8위, 득점 2위, 도루 공동 3위, 최다안타 3위, OPS 공동 16위 등 홈런을 제외하면 각종 공격 지표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wRC+(조정 득점 생산력)는 130.5로 팀 내에서 최정(153.3), 한유섬(138.6), 추신수(131.1) 다음으로 높다. 리그 평균(100)보다 30% 높은 득점을 생산했다는 의미다.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의 경우 4.07로 리그 전체 5위를 마크하고 있다.

단순히 성적만 달라진 게 아니다. 기술적으로도 좋아졌다. 실투는 절대 놓치지 않고 제구가 되는 공을 공략해 안타를 만들기도 한다. 특히 14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나온 시즌 6호 홈런은 지켜보던 팬들을 놀라게 했다.

이날 팀 내에서 유일하게 3안타를 기록한 최지훈은 팀이 0-1로 지고 있던 4회초 상대 선발 곽빈의 2구째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솔로포를 쏘아올렸다. 곽빈의 체인지업이 덜 떨어지면서 가운데에 몰리긴 했지만 임팩트 이후 최지훈이 한 손을 놓았는데도 타구에 힘이 실렸다. 최지훈의 기술적인 스윙이 홈런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 한방으로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종전 2021년 5개)을 경신했다.

이 쯤 되면 최지훈은 리그를 대표하는 외야수 반열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 단기전 경험이 없는 최지훈이 남은 기간 동안 개인 성적과 우승반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면서 2022년을 자신의 해로 장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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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기록 출처 = 스탯티즈 홈페이지]
프로야구 SSG랜더스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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