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뮬러E 트랙으로 변신한 잠실 14일 서울 송파구 잠실올림픽주경기장 일대에서 열린 '2022 하나은행 서울 E-프리(E-Prix)' 16라운드 본경기에 참가한 드라이버들이 트랙을 질주하고 있다.

▲ 포뮬러E 트랙으로 변신한 잠실 14일 서울 송파구 잠실올림픽주경기장 일대에서 열린 '2022 하나은행 서울 E-프리(E-Prix)' 16라운드 본경기에 참가한 드라이버들이 트랙을 질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 도심을 누빈 전기 자동차들의 치열한 레이스가 막을 내렸다. 다만 보완해야 할 점을 뚜렷하게 남긴 대회였다.

13일과 14일 이틀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일대서 열린 '2022 하나은행 서울 E-Prix(E-프리)'가 마무리됐다. FIA(국제자동차연맹)가 주관하는 포뮬러E 월드 챔피언십 출범 이후 통산 100번째 대회였던 만큼 전 세계 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아직은 낯선 포뮬러E, 표면적으로는 성과 거둔 대회

포뮬러E 챔피언십은 2014년 9월 베이징에서 시작된 대회다. 꾸준히 F1 대회를 열었던 FIA가 환경오염과 관련한 고민을 안고 있었고, 그렇게 탄생하게 된 대회가 바로 전기차로 레이스를 치르는 포뮬러E 대회다. 서울 대회 이외의 여러 도시서도 도심에서 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특히 이번 대회는 2021-2022시즌의 대미를 장식하는 무대(15~16라운드)로, 시즌 챔피언이 결정됐다. 시즌 랭킹 선두를 달리던 메르세데스-EQ팀 소속의 스토펠 반도른(30·벨기에)이 재규어 TCS팀서 활약 중인 미치 에반스(28·뉴질랜드)의 추격을 뿌리치고 정상에 등극했다. 시상대서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선 반도른은 국내 팬들의 축하를 받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대회 첫날이었던 13일 오전에 비가 내리면서 노면이 다소 미끄러웠고 이 때문에 15라운드 경기 초반 무려 8대가 추돌하는 아찔한 사고가 일어났다. 다행히 부상을 입은 선수가 없었고 이튿날에는 모든 선수가 날씨 걱정 없이 레이스를 끝낼 수 있었다.

다른 것보다도 홍보가 아쉬웠다

경기 내적인 측면에서는 무난한 대회였다. 경주를 위한 전용 서킷이 아닌 도심의 도로를 활용한 경기이다보니 코스의 폭이 넓어지거나 좁아지는 상황에 대한 팀 혹은 선수의 적응력과 전략 싸움이 치열했다. 2010~2013년 전남 영암에서 펼쳐진 F1 코리아 그랑프리와는 또 다른 재미를 줬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대회 외적인 측면, 다시 말해서 운영 면에서는 곱씹어봐야 할 부분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우선 홍보가 원활하게 되지 못한 점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모터스포츠가 마니아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어 대중적인 스포츠라고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물론 대회와 연계해 지난 10일부터 '서울페스타 2022'를 개최, 콘서트와 여러 행사로 관심을 끌어모으기는 했다. 문제는 그게 끝이었다는 것이다. 포뮬러E를 즐기는 마니아층이 아닌 이상 국내서 포뮬러E 대회가 열린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2020년 5월에 열렸어야 할 대회가 코로나19의 여파로 연기됐고 예정된 날짜보다 2년 늦게 한국에서 선보이는 등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 대회였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선수나 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더라도 포뮬러E 경기 내에서 어택 모드와 팬 부스트 같은 일종의 '아이템'이 재미를 더해주는 등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요소가 많다. 그러나 단 이틀 동안 치러지는 대회서 대중과 포뮬러E의 간극을 좁히기에는 쉽지 않았다.

'직관' 부담 큰 대회, 접근성이 떨어졌다

포뮬러 E 코리아에 따르면, 이번 대회 누적 관중은 4만 9500명이었다. 단순히 숫자만 놓고 보면 국내에서 처음 개최된 포뮬러E 대회였기 때문에 흥행에 성공했다고 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확신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코스의 일부이자 관람객이 경기를 즐길 수 있는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은 최대 6만 명 이상 수용이 가능하다. 이번 대회의 경우 누적 관중이 5만 명을 넘지 못해 13일과 14일 모두 꽉 들어찬 경기장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홍보에서의 아쉬움과 더불어 결정적으로 영향을 준 것은 티켓 가격이다. 가장 저렴했던 3층 좌석이 무려 9만 9000원에 달했다. 1층과 2층 좌석은 19만 9000원, 로열 핑크석의 경우 50만 원을 지불해야 했다. 국제 대회라는 점을 감안해도 만만치 않은 가격에 지갑을 여는 게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중계화면에 비춰진 잠실종합운동장에는 빈 자리가 꽤 많았다.

또한 7월 중순부터 서울 E-프리로 인해 잠실종합운동장 주차장이 전면 폐쇄돼 야구장 및 체육관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목소리도 컸다. 한창 KBO리그 시즌이 진행 중인 잠실야구장은 7월 22일 후반기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야구팬들의 주차가 불가능해 인근 탄천주차장을 이용해야 했다. 지난주에 내린 폭우로 현재는 이마저도 어렵다. 사실상 대중교통으로만 야구장에 갈 수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내년에도 서울 E-프리가 개최된다. 올해보다 개최 시기를 앞당겨 5월에 레이스 치러지고 장소 역시 잠실종합운동장이 아닌 광화문광장 일대로 변경될 전망이다. 올해 대회서 나타난 미숙한 운영을 개선하고 대회 장소 변경에 따른 대비 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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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뮬러E 전기자동차 잠실종합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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