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나 윌리엄스가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내셔널뱅크 오픈에서 팬들에게 인사를 전하며 눈물을 짓고 있다

세리나 윌리엄스가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내셔널뱅크 오픈에서 팬들에게 인사를 전하며 눈물을 짓고 있다 ⓒ WTA 공식 트위터

 
'테니스 여제' 세리나 윌리엄스(41·미국)가 코트와의 작별을 시작했다.

윌리엄스는 10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내셔널뱅크 오픈 단식 2회전에서 패했다.

이날 탈락 후 이례적으로 코트 인터뷰에 나선 윌리엄스는 "많은 감정이 밀려온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팬들의 박수에 눈물을 흘린 윌리엄스는 "내가 원래 작별 인사를 잘 못 한다"라고 양해를 구하며 "굿바이, 토론토"라고 캐나다에서의 마지막 대회를 마쳤다.

윌리엄스는 전날 유명 패션잡지 <보그> 기고문에서 "나는 은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현대적인 단어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라면서 "지금의 나를 설명하는 가장 좋은 단어는 진화일 것이다. 나는 테니스에서 벗어나 다른 중요한 것들을 향해 진화하고 있다"라고 사실상 은퇴를 선언했다.

승리를 넘어 테니스를 바꿔놓은 윌리엄스 
  
 세리나 윌리엄스가 은퇴를 시사한 패션잡지 <보그> 커버

세리나 윌리엄스가 은퇴를 시사한 패션잡지 <보그> 커버 ⓒ 보그

 
또한 별도의 성명을 통해서도 "누구나 살다 보면 인생의 전환을 결심해야 할 때가 온다"라며 "테니스를 사랑하지만 이제 카운트다운이 시작됐고, 이제 내 자녀의 어머니이자 또 다른 활기 넘치는 나를 찾아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AP통신, BBC방송 등 주요 외신은 "윌리엄스가 오는 29일 열리는 메이저대회 US오픈을 마지막으로 은퇴하겠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빈민촌에서 태어난 윌리엄스는 언니 비너스 윌리엄스와 함께 테니스를 시작했다. 윌리엄스 자매는 아버지의 혹독한 훈련 아래 테니스 스타의 꿈을 키웠고, 이들의 남다른 성장 과정은 올해 3월 개봉한 영화 <킹 리차드>로 그려졌다.

남다른 훈련으로 단련된 윌리엄스는 프로 무대에 데뷔하자 곧바로 주목을 받았고, 18세였던 1999년 US오픈 여자 단식을 제패하며 첫 메이저 대회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후 23차례나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며 살아있는 전설로 떠올랐다. 

기량은 물론이고 강인한 힘과 체력을 앞세운 윌리엄스는 단순히 우승을 넘어 기술과 스피드 위주였던 여자부 경기의 흐름을 파워 테니스로 바꿔놓았다.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내셔널뱅크 오픈에서 팬들이 세리나 윌리엄스의 은퇴를 아쉬워하고 있다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내셔널뱅크 오픈에서 팬들이 세리나 윌리엄스의 은퇴를 아쉬워하고 있다 ⓒ WTA 공식 트위터

 
메이저대회 윔블던의 공식 소셜미디어는 윌리엄스의 은퇴 시사에 '누군가는 경기를 하지만, 누군가는 경기를 바꿔놓는다'(Some play the game. Others change it)라며 윌리엄스의 업적을 추켜세웠다. 

차세대 여자 테니스 스타로 꼽히는 흑인 선수 코코 고프(18·미국)도 "어렸을 때 윌리엄스의 경기를 보며 자랐고, 그는 내가 테니스를 시작하게 된 이유였다"라며 "당시만 해도 흑인 테니스 선수가 별로 없었는데, 윌리엄스가 경기를 지배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윌리엄스가 꽃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여성이라는, 그것도 흑인이라는 이유로 온갖 성과 인종차별에 시달렸다. 그리고 윌리엄스는 차별에 정면으로 맞섰다.

윌리엄스는 인종차별에 항의하며 대회 참가를 거부했고, 여자 선수도 남자 선수와 같은 상금을 받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출산 당시 앓았던 폐색전(혈전이 폐혈관을 막는 질환)에 도움이 된다며 2018년 프랑스오픈에서 몸에 딱 달라붙는 '캣슈트'를 입고 나와 화제가 됐다.

하지만 여성의 성적 매력을 부각한다는 논란이 일었고, 대회 측은 전통과 규율을 앞세워 캣슈트 착용을 금지했다. 그러자 윌리엄스는 다음 대회에서 화려하고 여성스러운 발레복 스타일의 옷을 입고 등장했다. 여자 선수는 꼭 이런 옷만 입어야 하느냐는 무언의 항의였다(관련 기사 : 성차별 욕 먹는 테니스... 뿔난 여선수, '발레복' 입고 경기).

흑인, 그리고 여성... 차별에 온몸으로 맞선 '전사' 
 
 세리나 윌리엄스의 은퇴 시사를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세리나 윌리엄스의 은퇴 시사를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 AP

 
윌리엄스는 스포츠 선수와 어머니라는 역할의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2017년 첫 딸을 출산했고, 이제 새로운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는 윌리엄스는 <보그>에 "테니스와 가족 중 하나를 선택하고 싶지 않았다"라며 "내가 만약 남자였다면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기에 매우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최고의 선수이자 최고의 엄마가 되고 싶었지만, 이 사회는 여성이 모든 것을 가질 수 없게 한다"라며 "현실의 워킹맘들은 직장과 가정에서 다 성공하고 싶어서 애쓰다가 결국 지쳐서 쓰러진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나의 테니스 경력과 우리 가족을 돌보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가족을 택할 것"이라고 은퇴 결심의 배경을 밝혔다.

올림픽에서 4차례나 금메달을 획득한 미국의 여자 육상 스타 새냐 리차드 로스도 "윌리엄스의 말처럼 여자 선수는 남자가 하지 않는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라며 "그럼에도 윌리엄스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논란을 이끄는 리더가 되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유리천장을 깨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AP통신은 "윌리엄스는 스포츠를 넘어 여러 분야의 여성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라며 "많은 여성이 그의 말에 공감했다"라고 전했다.

US오픈을 총괄하는 스테이시 알라스터는 "윌리엄스는 수많은 장벽을 허물고 모범적인 사람으로 우뚝 섰다"라며 "윌리엄스는 남녀를 막론하고 다음 세대의 모든 스포츠 선수에게 영감을 주고 유산을 남겼으며, 이는 어떤 감사의 표현으로도 충분하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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