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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40만 원(관리비 포함, 1유로 1400원 기준)'

이 금액으로 독일에서 산다면 어떤 주거환경에서 살 수 있을까?

반지하 주택으로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독일에 반지하 주택은 없다. 독일에서의 지하공간은 식료품 보관 및 세탁실로 활용될 뿐이다.

주거와 관련하여 독일에서 누렸던 혜택이 있다면 바로 주거의 안정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재계약과 월세 인상에 대한 불안감 없이 유학 시절을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2008년까지 월세 인상 없이 월 40만 원 정도로 가족 4인이 7년간 생활하였다. 그렇다면 이런 개개인이 느끼는 안정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가장 큰 요인은 국가가 세입자 편에 선다는 점이다. 독일은 자가주택보다 임대주택 거주 가구가 더 많은 편이다. 참고로 독일의 자가점유율은 51.7%(2016 유로스타트 통계)로, EU 국가 중 가장 낮다. 이것은 자가 보유보다 임대주택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많음을 시사한다. 실례로 임대차 계약 시 계약기간의 제한이 없다. 즉, 계약 기간의 무기 계약 체결로 임차인을 보호한다.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을 해지하는 것 또한 법으로 철저히 금하고 있다. 임대료 상승에 대한 규제 또한 강력하다. 2015년부터 적용되고 있는 '임대료 인상 제한 정책'에 따르면, 임차인 교체 사유 발생으로 월세를 인상할 경우 지역의 표준임대료보다 10%를 초과할 수 없다. 이런 제도와 정책으로 집을 주거가 아닌 투기로 활용하고자 하는 싹을 국가가 나서서 자르고 있다.

주택 수급 안정에 기여하는 요인을 한 가지 덧붙이자면 균형적인 지역발전을 들 수 있다. 독일은 지역마다 특색있는 산업군이 존재하며 공공기관에서부터 기업까지 각 주(州)별로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특히, 중소기업이 시장의 독자적인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독일에서는 중소기업의 70%가 소도시 또는 지방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이 점이 특정 지역으로의 인구 쏠림현상과 이로 인한 월세 가격 인상을 막는 또 다른 안전장치인 셈이다.

이런 선순환은 교육적 요인과도 무관하지 않다. 독일은 대학교 간 수준 차이가 없다. 교수 1인당 학생 비율, 교원당 논문 수, 비치된 도서 등을 포함한 교육 서비스의 공급 면에서 학교 간 별 차이가 없다는 게 독일 사람들이 갖는 일반적인 생각이다. 이러한 대학의 평준화는 지역인재의 유출을 막아 특정 지역으로의 인구 쏠림현상을 막는다. 학생들이 굳이 방값을 따로 지불하면서 타지로 나갈 이유가 없는 셈이다.

학생들은 대학을 졸업하면 먼저 고향에서 일자리를 찾는다. 의대를 졸업하면 해당 주(州)의 주립병원과 지방 도시 병원에서 일한다. 정치학을 공부한 뒤에는 해당 주의 의회에서 정치인으로 성장해 나간다. 교수가 될 사람은 '하빌리'(교수자격 과정)를 마친 후 나중에 모교에 돌아와 자리를 잡는 게 보통이다. 지역인재가 이렇게 해당 지역으로 흡수되기 때문에 정치, 교육, 의료, 문화 수준이 지역마다 고르게 발전하게 되고, 이것은 안정적인 주택 수급이라는 선순환적 발전으로 이어진다.

주거 환경의 안정성을 가능케 하는 마지막 요인은 본겔트(Wohngeld, 주거보조금)이다. 이것은 서민들의 주거생활 안정을 위해 월세의 일부를 국가가 보조해 주는 제도이다. 금액은 소득과 월세, 그리고 자녀 수 등을 고려하여 책정되며 임차인의 약 1/4 정도가 수급대상이다.

이런 법률적 규제와 제도적 장치로 주거권이 안정적으로 보장되어 독일 서민들이 집 없는 설움으로 눈물짓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가난한 서민들의 눈물뿐만 아니라 반지하로 내몰려 발생하는 비극을 막는 제도와 정책이 속히 수립되길 간절히 기원해 본다.

태그:#반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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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키일대학(Christian-Albrechts-Universitat zu Kiel)에서 경제학 디플롬 학위(Diplom,석사) 취득 후 시골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21년, 독일 교육과 생활의 경험을 담은, 독일 부모는 조급함이 없다(이비락,2021)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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