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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서 집중호우로 목숨을 잃은 가족 3명의 빈소가 10일 여의도 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지난 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서 집중호우로 목숨을 잃은 가족 3명의 빈소가 10일 여의도 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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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검정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장례식장을 나서는 두 아이에게 상복을 입은 누군가가 인사를 건넸다. 함께 장례식장을 찾은 두 엄마가 아이들의 등을 가만히 쓸었다. 두 모녀는 내내 침통한 표정을 하다가 자리를 떠났다. 빈소에는 세 사람의 영정이 걸려 있었다. 

영정 속에는 조문을 다녀간 아이들의 또래, 13살 어린이의 얼굴이 있었다. 아이는 그 나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인형을 들고 웃고 있었다. 발달장애를 가진 이모(48)는 영정 속에서 캡모자를 거꾸로 쓴 채 'V'자를 그리고 있었다. 두 사람의 영정 사이, 아이의 어머니인 A씨(47)의 영정이 놓였다. 

[2022년 8월 8일]
 
8일 밤 폭우로 인해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빌라 반지하에 살던 모녀(47, 13)와 발달장애인(48) 세 식구가 숨졌다. 9일 반지하 집 앞에 널브러져있던 토끼 인형.
 8일 밤 폭우로 인해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빌라 반지하에 살던 모녀(47, 13)와 발달장애인(48) 세 식구가 숨졌다. 9일 반지하 집 앞에 널브러져있던 토끼 인형.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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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죽음이었다. 서울 시내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던 8일 밤,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세 사람은 이웃들의 구조 시도에도 불구하고 결국 익사한 채 발견됐다. 

일단 상주는 A씨가 총무부장으로 활동했던 노동조합의 지부장이 맡기로 했다. 병원에 간 사이 일가족이 화를 당한 A씨의 어머니(74)가 충격에 입원했고, 남은 가족들은 외국에 있는 터라 노조의 조합원들이 장례를 돕기로 했기 때문이다. 

"양쪽 유리창 중 한쪽을 뜯어 손을 집어 넣었을 때... 그 시점엔 천장까지 물이 차올라 있었다고..."

상주 차림을 한 김성원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부루벨코리아지부장은 10일 서울 여의도 모 병원 장례식장 한편에 마련된 공간에서 취재진과 만나 당시 상황을 전했다. 119, 112 등에 긴급 구조를 요청했던 고인은 동료에게도 전화로 도움을 요청했다. 김 지부장은 "(동료가) 구조를 요청하는 전화를 받고 현장을 찾아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가보니 경찰이 와 있었고 소방대는 아직 오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A가 이사를 가지 못한 건, (장애를 가진) 언니의 생활 반경이 그쪽에 다 잡혀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언니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고, 가장으로서 항상 책임을 져야했기에... 딸은 A에게 (오히려) '엄마같은 존재'라고 했다. 어른스럽고 든든한 딸이라고 이야기하곤 했다."

"경제적인 건 (동료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나이가 있으시니 아프신 것을 걱정했고, 언니도 항상 신경썼다. 같은 시간에 (언니와) 통화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늘 본인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했는데, 가족에게도 같았다. 늘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동료들이 기억한 A씨는 가족들에 대한 책임감과 애정이 강한 가장이었다. 함께 노조활동을 해온 김수현 부루벨코리아 사무국장은 A씨의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오열하기 시작했다. "제가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인데, 부장님과 함께 하면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많이 웃었다"고 했다.

[2020년 11월 27일] 국회

"이렇게 수많은 정책과 수천억 원에 달하는 혈세를 썼는데도 면세 고용인원은 왜 3분의 1로 줄어든 것인가." <노동과세계> 2020년 11월 27일 

지금으로부터 2년 전 가을 날, 고인은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적이 있다. 코로나19 이후 자신처럼 불안정한 고용 환경에 처한 면세 하청업체 동료들을 위해 조합원들과 기자회견에 나섰다. 면세업계의 고용유지를 위해 정부가 예산을 지원해도 인원 감축이 줄지 않는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서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서 집중호우로 목숨을 잃은 가족 3명의 빈소가 차려진 10일 여의도 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고인이 총무부장으로 활동했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부루벨코리아지부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에 앞서 고인을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서 집중호우로 목숨을 잃은 가족 3명의 빈소가 차려진 10일 여의도 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고인이 총무부장으로 활동했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부루벨코리아지부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에 앞서 고인을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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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호우로 목숨 잃은 반지하 가족, 애도하는 동료 조합원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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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싫다고 거절하는 법이 없었다. 항상 손을 잡아주는 친구였다."

2019년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한 고인은, 다른 사업장에서 구조조정과 권고사직 칼바람이 불 때 든든한 상담자 역할을 도맡았다. 최자현 삼경무역지부 지부장은 "우리 지부가 노조를 만들 수 있게 한 게 A였다. 설립부터 모든 것을 A가 옆에서 해줬다"면서 "(그때) 제가 느낀 노조는, 어려울 때 손잡아주는 것이었다"라고 회고했다. 

김성원 지부장은 고인이 "자신의 일을 정말 사랑했던 사람이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이 직업을 하는 모든 사람이 잘 살고 행복하길 바랐다"면서 "유통산업 저임금 문제를 바꿔내려고 노력했고, 특히 신입으로 들어오는 분들의 임금을 어떻게하면 올릴 수 있을지 이야기도 많이 했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22년 8월 10일] 장례식장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서 집중호우로 목숨을 잃은 가족 3명의 빈소가 차려진 10일 여의도 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조문객이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며 보낸 근조화환이 세워져 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서 집중호우로 목숨을 잃은 가족 3명의 빈소가 차려진 10일 여의도 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조문객이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며 보낸 근조화환이 세워져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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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화를 당한 그날과 달리, 10일 장례식장 바깥은 유달리 화창했다. 김국현 서비스연맹 교육선전부장은 "하늘이 맑아 마음이 좋지 않다"고 했다. 

빈소는 오후 내내 붐볐다. 50여 개의 조화 중에는 '백화점면세점노조' 지부들에서 보낸 조화가 가장 많이 줄지어 있었고, 가족이 살던 곳에서 멀지 않은 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도 조화를 보냈다. 정치인들의 조화도 이따금 서 있었다. 발달장애인 동생과 함께 사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조문을 왔다. 

김성원 지부장은 "사고는 서울 한복판이었지만 구조 손길은 결국 제 때 닿지 못했다. 재난 방지 시스템도, 재난 대응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지금 여전히 많은 국민이 위험에 처해 있다"면서 "더이상 그 누구에게도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하고 긴급히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빈소로 돌아가기 위해 엘레베이터에 오른 김수현 사무국장이 오열하며 무너져 내렸다. 빈소 안 아이의 영정 바로 아래 화환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OO아, 사랑하고 미안해."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서 집중호우로 목숨을 잃은 가족 3명의 빈소가 차려진 10일 여의도 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고인이 총무부장으로 활동했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부루벨코리아지부 조합원이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서 집중호우로 목숨을 잃은 가족 3명의 빈소가 차려진 10일 여의도 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고인이 총무부장으로 활동했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부루벨코리아지부 조합원이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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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서 집중호우로 목숨을 잃은 가족 3명의 빈소가 차려진 10일 여의도 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고인이 총무부장으로 활동했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부루벨코리아지부 조합원이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서 집중호우로 목숨을 잃은 가족 3명의 빈소가 차려진 10일 여의도 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고인이 총무부장으로 활동했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부루벨코리아지부 조합원이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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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계단으로 들이닥친 물... 세 여성은 문을 열 수 없었다 http://omn.kr/2078z
"폭우에 사망한 엄마, 면세점 노동자들의 울타리였는데..." http://omn.kr/20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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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 사건팀. 가서, 듣고, 생각하며 쓰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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