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밤에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

8일 밤에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 ⓒ JTBC

 
이미 6회말 충암고등학교에게 역전을 헌납한 최강 몬스터즈가 창단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25분이 걸린 6회말이 겨우 끝나면서 한숨을 돌리는 듯했지만, 분위기를 탄 충암고는 더 이상 점수를 줄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7회초에도 마운드에 오른 선수는 '고교 특급 에이스' 좌완투수 윤영철이었다.

몬스터즈의 진짜 위기는 7회말부터였다. 첫 타자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낸 이대은이 이튿날에 예정돼 있던 3차전을 대비하기 위해 교체됐다. 마운드를 이어받은 투수는 무려 35일 만에 실전 등판에 나선 심수창이었다.
 
 8일 밤에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

8일 밤에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 ⓒ JTBC


속수무책으로 당한 몬스터즈  

충암고는 몬스터즈 포수 이홍구가 입스로 송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인 점을 이용했다. 1사에서 김민석이 안타를 치자 그때부터 충암고 선수들이 정신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주자로 나간 임상혁이 연속 도루에 성공하면서 몬스터즈를 압박했고, 이후 두 명의 타자가 더 나가면서 1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내야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본인이 막을 수 있다고 자신한 심수창이지만,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만큼 부담감이 극도에 달했다. 몬스터즈가 자랑하는 '에이스' 유희관은 3차전에서 선발투수로 나서야 했기 때문에 남아있는 투수가 없어 팀이 이기든 지든 마지막까지 마운드를 지켜야 했다.

경기 초반부터 집중력이 흔들린 야수들도 심수창을 돕지 못했다. 1사 만루서 이국일이 친 타구가 3루수 서동욱의 글러브를 맞고 튕겨나갔고, 공을 주우러 갔던 유격수 류현인마저 악송구를 범하면서 루상에 있던 주자가 싹 다 홈으로 들어왔다. 타자주자 이국일은 3루까지 진루하며 사실상 승기를 굳혔다.

8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라와 탈삼진 2개를 추가한 윤영철에 꽁꽁 묶여 몬스터즈의 방망이가 침묵으로 일관한 반면 충암고는 내친김에 8회말에 콜드게임으로 끝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규정상 10점 차 이상으로 벌어지면 9회까지 가지 않아도 경기가 마무리될 수 있었다.

이충헌의 2타점 적시타로 승리를 자축한 11-4까지 달아난 충암고는 1타점 적시타와 몸에 맞는 볼로 2점을 더 보탰다. 그리고 이어진 2사 만루서 박채울과 승부하던 심수창이 던진 공이 포수 뒤로 빠져 3루주자 이태연이 득점에 성공, 그대로 경기가 마무리됐다. 몬스터즈 창단 이후 첫 콜드게임 패배였다.
 
 8일 밤에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

8일 밤에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 ⓒ JTBC


'최강야구' 이름에 걸맞지 않은 충격의 패배  

마운드에서 내려온 이후 숨을 헐떡인 심수창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행운이 따르지 않은 장면이 있었음에도 심수창은 자신 때문에 콜드게임으로 졌다고 생각했다. 그는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내가 팀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다른 8명(수비하러 나간 야수)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경기가 끝나고 나서 말을 잇지 못한 이승엽 감독은 "아마추어에게 모범이 되는 경기를, 귀감이 되는 경기력을 보여주고자 했는데 패배가 용납되지 않을 정도로 창피하다. 갈수록 패배하는 텀이 줄어든다는 건 매우 부정적인 메시지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원래대로라면 경기 이후 퇴근을 해야 했지만, 귀가 대신 야간 연습을 택했다. 심지어 이승엽 감독도 그라운드에 나와서 타격 및 1루 수비를 연습했다. 경기 도중에 벌어질 수 있는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이 감독은 "더 어려운 상황이 오면 나라도 나가야겠다는 생각이다"며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여기에 특단의 조치까지 내렸다. '입스' 증세로 불안에 떨던 이홍구에게 1루 수비를 맡기는 대신 과거 포수 마스크를 쓴 적이 있는 이택근에게 주전 포수를 맡기기로 한 것이다. 대학리그 일정으로 이틀 연속 경기에 나서지 못한 윤준호의 빈 자리를 메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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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밤에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 ⓒ JTBC


지원군의 가세, 연패 막아야 하는 몬스터즈
  
창단 이후 첫 2연전이라 선수들의 부담감이 큰 것을 모를 리가 없는 제작진 역시 이를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2004년 현대 유니콘스에서 데뷔해 신인왕을 수상하는 등 지난해까지 1군에서 16시즌을 뛴 '베테랑 좌완투수' 오주원이 급하게 합류했다. 은퇴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실전감각에 있어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몬스터즈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출근해 3차전을 맞이했으나 선발 유희관 공략법을 찾은 충암고의 기세가 매서웠다. 1회초에는 본인이 직접 영리한 번트 수비를 선보이며 위기를 탈출한 반면 2회초 2사 이후 서동욱이 연이어 장타성 타구를 잡지 못하며 허무하게 선취점을 헌납했다. 2회초를 마치고 돌아온 유희관은 글러브를 내팽개치고 문을 걷어차는 등 분노를 참지 못했다.

그러나 4회초 김동헌과 박채울의 연속 2루타로 추가 실점을 기록한 유희관의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미 전날 투수 소모가 많았던 만큼 유희관과 오주원, 두 명의 좌완 투수가 남은 이닝을 최대한 길게 끌고 가야 한다. 프로그램이 시작된 이래로 3판 2선승제로 치러지는 시리즈를 한 번도 내준 적이 없는 몬스터즈가 반격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최강야구 JTBC 프로야구 KBO리그 심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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