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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여름휴가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약식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여름휴가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약식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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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파이팅!"

지난 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이날 휴가를 마치고 출근하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휴가 복귀 소감과 인적쇄신 여부 등 여러 질문에 답하던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뜻밖의 외침이 나왔습니다. 한 방송사 기자가 "대통령님, 파이팅!"이라고 외친 겁니다.

윤 대통령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하하, 고맙습니다"라고 화답했습니다. 이 장면을 담은 대통령실 영상과 기사가 퍼져나가면서, 해당 기자에 대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취재기자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대통령을 응원하는 것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입니다.

기자인 제 의견도 같습니다. 출근길 문답은 공적인 자리입니다. 대통령에게 힘내라는 응원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면, 출근길 문답 자리가 아니라 대통령 팬카페에서 했어야 마땅합니다.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해당 기자는 자신의 책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습니다.

"대통령 파이팅" 외친 기자, 기자로서 책무 망각한 해프닝

유현재 서강대 교수는 "대통령에 대한 문답이 이뤄지는 자리에서 응원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언론 중립성을 깨는 중대한 행위"라며 "누가 봐도 부적절한 행동이었고, 해당 기자가 제대로 된 취재 교육을 받았는지도 의심스럽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적 자리와 공적 자리를 구분하지 못하고, 취재원에게 '화이팅'을 외치는 기자는 존중받기 어렵습니다. 해당 기자의 일탈적 행위에 대해 더 논할 가치는 없습니다. 직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일부 기자가 만든 단순한 해프닝 정도로 보는 것이 옳습니다.

그런데 제가 주목한 지점은 대통령이 기자 질문을 대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기자의 응원에는 분명히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낮은 국정 지지율, 각종 정책의 졸속 추진 논란 등으로 고심이 많은 출근길에서 그런 응원이 내심 반가웠을 겁니다. 굳었던 대통령의 표정도 그때, 잠시나마 밝아졌습니다.

'화이팅'에 미소짓던 대통령, 불편한 질문에는 침묵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반갑지 않은 질문'은 여전히 회피했습니다. 출근길 문답을 마무리하고 집무실로 들어가는 대통령에게 기자의 추가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내부총질' (문자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실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국민들이 궁금해하고 또 알아야 할 사안이었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답하지 않고 그대로 집무실로 향했습니다. 자신을 응원하는 기자의 사적인 말에는 환하게 미소를 짓는 반면, 정작 자신에게 불편한 공적인 질문을 던지는 기자에게는 입을 닫았던 겁니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출근길 문답은 지속됐지만, 정작 중요한 질문에는 답을 들었던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출근길 문답은 윤 대통령이 스스로 내세운 대국민 소통 중대 행보였습니다. 짜여진 각본도 없이 기자들의 질문에 즉답을 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파격적이고 신선한 행보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출근길 문답을 이렇게 지속적으로 하는 대통령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이기도 합니다.

국민들도 출근길 문답에 대한 평가는 좋게 합니다. 지난 7월 넥스트리서치가 SBS 의뢰로 한 여론 조사를 보면, 출근길 문답에 대한 지지도는 50%(50.2%)를 넘었습니다. 대통령 지지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출근길 문답'에 대한 지지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던 건데, 그만큼 대통령의 소통 행보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많았다는 방증입니다.

지지 받는 출근길 문답... 하지만 답변 태도는 논란
  
첫 여름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출근길 문답을 하고 있다.
 첫 여름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출근길 문답을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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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출근길 문답을 하는 대통령의 태도는 늘 논란이었습니다. 국정이나 인사와 관련된 문제에 대한 기자들의 공격적인 질문에 "다른 정부는 잘했느냐"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제대로 답변을 하지 않으면서 또다른 논란을 만들었습니다.

8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 운영이라는 것이 언론과 함께 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출근길 문답을 둘러싼 논란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몇초가 지나지 않아 문자메시지와 관련한 불편한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집무실로 향하는 모습에서 진정성은 찾아보기는 어려웠습니다.

공자는 "대중의 소리를 막는 것은 강을 막는 것보다 어렵다"고 했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은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것과 일치합니다. 기자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넘어간다고 해서 국민들의 소리를 막을 수 없습니다.

국민들은 불편한 질문에 입을 닫은 채, '대통령 파이팅'에만 미소짓고 반응하는 대통령을 원하지 않습니다. 어려운 질문에도 성실히 답을 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려는 노력을 하는 대통령을 바랍니다. 출근길 문답은 그렇게 노력하는 대통령의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가 돼야 합니다. 추락하는 국정지지도의 해법도 거기에 있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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