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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 광주시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지부 천재홍 지부장.
 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 광주시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지부 천재홍 지부장.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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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는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의 이동권 증진을 위해 시예산을 투여해 광주광역시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아래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원센터는 휠체어 이용인에게 리프트가 설치된 특별교통차량을 제공하며, 비(非)휠체어 이용인에게는 임차택시를 지원한다.

그러나, 지난 2019년부터 장애등급제가 단계적으로 폐지되자 비휠체어 이용인의 이동 지원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에 광주시에서는 비휠체어 이용인에게도 특별교통차량을 제공하는 '교차 배정'이 만연하기 시작했고, 이는 그대로 교통약자들의 차량 대기시간 장기화 문제로 이어졌다.

지난 1일, 지원센터가 '바우처택시'를 도입했다. 바우처택시란 휠체어에 탑승하지 않은 장애인의 이동을 지원하는 교통수단이다. 지원센터 측은 "앞으로 특별교통수단은 휠체어 이용인만, 임차택시 및 바우처택시는 비휠체어 이용인에게만 배차해 대기시간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관련 기사: 광주광역시 장애인 위한 '바우처택시' 도입... 일부 우려도 http://omn.kr/202t1).

8일, 이번 바우처택시 도입과 관련해서 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 광주시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지부 천재홍 지부장을 인터뷰했다.

-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민주노총 광주시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지부에서 지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천재홍입니다. 저는 현재 지원센터에서 일명 '특장차'로 불리는 특별교통차량을 운전하고 있습니다."

-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입사 직후 센터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센터는 운전원을 1년 단위로 평가한 후 2년이 넘은 후에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습니다. 그런데 계약 기준이 '70점' 이상을 유지하는 것이었는데, 일하는 동안 몇 콜을 했는지 그동안 수익금을 얼마나 벌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했습니다.

저희 운전원들은 저희의 의지와 선택과는 무관하게 배차 받은 대로 운행했기 때문에 상당히 불합리한 제도였습니다. 지각을 한 번이라도 할 경우에는 업무지시 위반으로 마이너스 10점을 부여받았는데, 지각하면 감점한다는 내용이 취업규칙에도, 단체협약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기준 자체가 모호했던 것입니다. 결국 해당 규정들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폐지됐습니다.

저는 이 과정을 통해 노동조합에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저희 노동조합 조합원은 35명입니다. 지원센터에는 원장, 사무처장을 포함해 총 156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특장차 운전자는 저를 포함해 123명입니다."

- 이번에 지원센터에서 바우처택시를 도입했습니다.

"상당히 뒤늦은 도입이었습니다. 지난 2019년부터 장애등급제가 단계적으로 폐지되면서 이미 비휠체어 이용인의 이동 수요가 급증할 것이 예상됐던 상황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다른 특·광역시에서 광주보다 먼저 비휠체어 이용인을 위한 이동 수단으로써 바우처택시를 도입했습니다. 바우처택시는 임차택시에 비해 고정 비용이 적게 들어갑니다. 임차택시를 마련하고 운전원을 고용할 예산으로 여러 대의 바우처택시를 도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우처택시가 도입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바우처택시의 경우에는 센터 측에서 콜을 마음대로 넣을 수 없습니다. 기사님들이 수락을 눌러야 배차되는 구조입니다. 일반 택시일을 하시는 분들이 선별적으로 비휠체어 이용 장애인을 탑승시키는 게 바우처택시입니다. 이렇게 되면 비장애인 손님을 태울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비휠체어 이용인을 탑승시킬 필요가 없게 됩니다. 주로 손님이 없는 시간대에 탑승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바우처택시들이 손님을 태우지 않는 시간대를 파악해서 더 많은 임차택시를 운용해야 하는데, 그렇지는 못한 상황입니다.

서비스 문제도 생길 수 있습니다. 바우처택시를 운행하시는 분들은 저희처럼 장애인 관련 교육을 받지는 않으신 분들입니다. 비휠체어 이용인분들 중에는 자폐증이나 정신장애를 갖고 계시는 분도 계시기 때문에, 민원이나 충돌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려되는 지점들이 있는 상황입니다."
 
광주시의 2022년 월별 전용차량/임차택시 자동, 지정 배치 현황
 광주시의 2022년 월별 전용차량/임차택시 자동, 지정 배치 현황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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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량 대기시간 문제도 심각하다고 들었습니다.

"지난해에 지원센터 관제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서 대전에 가서 관제 시스템 관련 상황을 확인한 적이 있습니다. '자동 배차'의 경우, 콜이 울리면 기계가 알아서 배차합니다. 광주는 전체 이동 수요자가 10명이라고 하면, 이중 3명만 휠체어 이용인이고 나머지 7명은 비휠체어 이용인입니다.

그런데, 센터가 보유한 특장차는 116대이고, 임차택시는 90여 대인 상황입니다. 수요가 3:7임에도 차량 비율에는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이 때문에 '자동 배차'가 아닌 '지정 배차'를 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됩니다. 지원센터 배차 시스템은 '분리 배차'를 할 때에만 컴퓨터를 통한 자동 배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특장차에는 휠체어 이용인만 태우고, 임차택시에는 비휠체어 이용인만 태울 때에만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고 있습니다. 차량 보유 구조가 수요에 맞지 않아서 지정 배차를 하고 있습니다. 전체 수요의 70%를 차지하는 비휠체어 이용인을 90여 대의 임차택시가 감당하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특장차에도 비휠체어 이용인을 탑승시키는 겁니다. 이 경우 시스템을 통하지 않고, 사람이 직접 배차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3억 원가량을 들여 도입한 자동 배차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특장차의 경우 50%가량이 지정 배차되고 있습니다. 상담원이 부득이하게 비휠체어 이용인을 특장차에 태우고 있습니다."

- 분리 배차가 이루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도 분리 배차를 하긴 하는데, 19시가 넘어가면 수요가 2:8까지 벌어집니다. 그런데 비휠체어 이용인분들이 특장차에 탑승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30분 이상 대기한 상황이어야 합니다. 이 경우에만 특장차를 배차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특정 시점에는 특장차는 비어있고, 비휠체어 이용인분들은 계속 대기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지원센터의 차량 보유 구조를 특장차보다 임차택시를 더 많이 보유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바우처택시 역시 일반 시민분들의 이용이 활발한 시간대에는 비휠체어 이용인분들의 탑승이 제한될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와 별개로 앞으로 바우처택시가 어떻게 운용되는지, 대기시간 문제가 조금이라도 개선되는지, 계속해서 지켜볼 생각입니다. 당초 지원센터 측은 5월 중순에 150대에서 200대가량의 바우처택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으나 도입 시기를 미루고, 도입 대수 역시 예상보다 훨씬 줄어든 100대로 줄었습니다.

분리 배차가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예산을 늘려 임차택시나 바우처택시를 더 늘리는 것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 같고, 배차 시스템도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시스템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제대로 고민하고 계획할 필요가 있을 거 같습니다."
 
광주광역시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가 입주해 있는 광주광역시 교통문화회관.
 광주광역시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가 입주해 있는 광주광역시 교통문화회관.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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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가 보유한 리프트가 장착된 특별교통수단.
 광주광역시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가 보유한 리프트가 장착된 특별교통수단.
ⓒ 천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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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요?

"저는 제가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희 차량이 아니면 이동이 불가능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병원이나 직장에 갈 때, 이동이 되어야 생활이 되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에서 역할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현재 광주시에서 예산을 투여해 교통약자들의 이동권 증진을 위한 공익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지원센터는 이 같은 공익사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함에 있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 같은 문제들의 근본적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센터가 기관 고유의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광주시를 포함한 책임 있는 주체들이 제대로 된 관리·감독을 시작으로,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지원센터가 공익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으로써, 공공성을 우선적으로 반영하는 기관으로 운영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태그:#광주광역시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민주노총 광주시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지부, #장애인 이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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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언론상을 수상한 것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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