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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이 취임 후 발표한 시정 50대 과제와 정치·정책적 행보를 지역 시민단체와 각 영역 전문가가 평가하고, 대구시 발전과 시민의 삶에 필요한 과제들을 제언합니다.  [편집자말]
7월 1일 오전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화합의광장에서 열린 홍준표 대구시장 취임식
 7월 1일 오전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화합의광장에서 열린 홍준표 대구시장 취임식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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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이 취임한 지 40여 일 경과하고 있다. 40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평가한다는 것이 섣부르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이 짧은 기간 홍 시장은 이미 보여줄 것은 다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편이라 할 말이 너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4년 임기의 시장이 10년, 20년도 아니고 50년 대구 미래를 거창하게 표방하는데다, 시정철학 또한 너무나도 선명하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상당한 논의와 절차가 필요한 과제들도 거침없이 밀어붙이는 스타일까지 웬만한 건 다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이런 행보가 앞으로 4년 간 계속된다면 대구시민에게 불행한 일이고, 여권의 유력한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중앙정치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다소 이르지만 홍 시장의 시정을 평가하고 변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시정의 기업화'가 불러올 시민의 불행

얼마 전 오세훈 서울시장이 '약자와의 동행'을 슬로건으로 제시했을 때 진정성이 있는 건가 하면서도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왜냐하면 홍준표 시장과 크게 비견됐기 때문이다.

지난 6월 27일 홍준표 시장직 인수위원회는 첫 공식 발표에서 '돈만 들고 오면 모든 행정 절차는 대구시가 처리한다'는 것이 홍 시장의 철학이라며 '기업에는 자유를, 시민에게는 기회를 통한 활력'을 제공하기 위해 경제부시장 직속 '원스톱기업투자센터'를 설치, 규제를 혁파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AI·빅데이터·블록체인 등은 '규제자유특구'를 지정하겠다는 등 시정혁신과제를 제시했다.

이어 발표한 시정 50대 과제도 ▲대구통합 신공항 건설, 공항산단 조성 ▲공항 후적지 두바이 방식 개발 ▲동대구로 벤처밸리 건설, 대구산단의 첨단화·재구조화 ▲로벌 첨단 문화 콘텐츠 도시 ▲금호강 르네상스 ▲맑은 물 하이웨이 ▲미래형 광역도시 건설 등으로 모두 개발성장 관련 내용이다.

홍 시장이 취임 즉시 단행한 시 조직개편 내용도 이 방향에 맞춰져 있다. 민간전문가를 기용하겠다며 추진하고 있는 개방형직위 확대도 혁신성장실장, 미래ICT국장, AI블록체인과장, 빅데이터과장 등으로 모두 성장 부서다.

추후 구체화 과정을 더 살펴봐야겠지만 ▲199개 위원회를 51개로 통폐합 ▲18개 공기업, 출자·출연기관을 10개로 통폐합 ▲각종 사업 구조조정, 보조금·위탁금·출연금 감축으로 지방채 비율 감축(19.4%→ 17.2%) 등도 이 방향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발전기금, 남북협력기금 등이 사라지고, 환경과 노동, 시민사회 분야의 시민참여 기구와 예산이 축소될 전망이다.

시장중심 성장지상주의를 극단적으로 추구하고, 파격적 수준의 부지 제공, 규제 철폐, 세제 감면 등 기업의 영리행위를 무제한으로 허용하며, 시정의 조직, 인사, 예산 모두 기업형으로 운용하겠다는 것이다.

홍 시장이 말하는 '체인지 대구', '파워풀 대구'의 미래는 한마디로 ('기업하기 좋은도시'가 아니라) '기업도시 대구'이며, '시정의 기업화'다. 그리하여 홍 시장의 시정에 없는 것은 노동, 사회적 경제와 사회적 책임, 복지, 환경, 거버넌스이고, 임기 후에는 대기업과 약탈적 외국 자본이 활개 칠 것이다. 대구 시민의 불행이 예고되고 있다.
 
제왕적 리더십의 위험한 미래


얼마 전 '새로운공공병원설립대구시민행동' 대표들과 함께 제2 대구의료원 설립 문제를 논하기 위해 대구시 정책총괄단장을 만난 일이 있었다. "수개월의 연구용역을 거치고, 시민 67%가 동의했으며 같은 당의전임 시장이 약속한 일을 일방적으로 중단해도 되느냐. 공론화과정을 추진하기 위해 예산까지 편성해 두었고, 공공보건의료심위원회도 있으니 공론장에서 논의해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압도적 시민의 지지로 당선됐으니 시장이 결정하고 시장이 책임진다. 위원회에서 논의할 사항이 아니다'는 요지였다. 대화 참가자 모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홍 시장과 같은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크게 놀랄 일도 아니다. 홍 시장은 이미 여러 번 권위주의 시대에나 있을 법한 언행을 반복해 왔다. 후보 때는 이미 결정된 대구시청사 이전을 재검토하겠다고 했다가 주워담기 급급했다. 제2 대구의료원 설립 재검토 문제도 마찬가지다. 식수원 문제 해결을 위해 합의에 다다랐던 구미 해평취수원 공동이용 문제를 뒤로하고 뜬금없이 안동댐 물을 끌어오겠다고 한 것도 그렇다.

취임 후에는 오랫동안 대구의 대표축제로 자리 잡은 '컬러풀축제'를 아무런 논의도 없이- 명칭의 격도 없지만- 하루아침에 '파워풀축제'로 바꾸었고, 언론이 자신을 비판한다고 일방적으로 절독을 선언했으며, '상위법과 충돌한다, 전문성과 독립성을 높여야 할 기관도 있다' 등의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공공기관 통폐합을 막무가내로 추진한 것 등 열거하기에 지면이 부족할 정도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 있을 위원회 통폐합 때는 공론화위원회 등 그나마 시민참여와 거버넌스를 위해 설치한 위원회들이 모두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대구시민은 수십년 일당독점 정치체제에서 소수의견 묵살은 다반사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토론과 참여라는 민주주의 정치문화를 제대로 체험하지 못해왔다. 그리하여 대구를 떠나는 사람 중에는 일자리 문제도 있지만 꽉 막힌 정치문화, 답답한 사회문화를 견디기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도 최근 10여 년 비록 제한적이지만 주민참여예산제, 공론화기구, 각종 위원회 등을 통해 의견을 말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하며 민주주의를 훈련해 가고 있다.

그러나 홍 시장이 계속 이런 식의 제왕적 행정을 일삼는다면 대구는 어떤 도시가 될 것인지 참으로 갑갑하다. 정치 성향과 사고방식이 비슷하고 권위주의가 체질화된 사람들끼리 정치와 행정, 경제를 독점하고, 소수의견, 비판적 목소리는 무시되는 도시, 시대에 뒤처지는 퇴행적 도시가 되지 않을지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홍준표 대구시장직 인수위 측에서 발표한 대구 미래 50년 정책 제안 조감도. 제안 내용들이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돼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직 인수위 측에서 발표한 대구 미래 50년 정책 제안 조감도. 제안 내용들이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돼 있다.
ⓒ 홍준표 시장 인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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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놀음에 대구시민은 볼모로 잡힐 것인가

앞서 열거한 홍 시장의 주요 정책들은 대부분 임기 내에, 아니 연임을 해도 실현되기 어려운 거대공약들이 즐비하고, 대부분은 국비로 하겠다는 것이다. 임기 4년 지방자치단체장의 공약이 아닌 것이다. 대구시와 시민의 뜻을 모으기 위한 민주적 행정, 토론을 통한 알차고 실현 가능한 정책 기획은 애당초 염두에 없는 것 같다.

반면 홍 시장은 청와대와 중앙당, 정부와 국회 등 중앙정치 무대에서 벌어지는 이슈들에 대해서는 하루가 멀다시피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홍 시장은 몸은 대구에, 마음은 서울에 가 있다'고 말하는 이유다.

홍 시장이 대구 시정을 잘해서 대구의 문제들이 해결돼 시민의 삶이 나아지고, 그로 인해 시민과 국민의 지지를 받아 중앙정치에서 더 많은 활약을 하게 된다면 이는 서로에게 좋은 일이다. 누가 뭐라 할 것인가.

그러나 지금 홍 시장에게는 서울이 먼저고, 대구와 시민은 서울을 향한 발판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으니 대구시민으로서는 화날 일이다. 그 화는 언제 어떻게든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아무리 대구가 한국 보수의 심장이라 해도 말이다. 보수의 심장에서도 박근혜 탄핵 여론은 전국과 다르지 않았고, 윤석열 대통령을 뽑았어도 언제든 지지를 철회할 수 있는 대구시민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대구의 미래, 시민의 삶을 위해 홍 시장에게 당부한다.

첫째, 시정철학을 바꾸어야 한다.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대기업·외국자본 위주의 성장 일변도 정책은 일자리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고, 환경은 더 나빠지고, 사회 양극화를 더 심화시키는 등 이미 실패한 정책으로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정부의 역할은 기업 활동을 보장하고 촉진하는 것도 있지만 경제의 공정한 발전과 분배, 자본의 폭주를 제어하고 사회적 책임을 지우는 것이야 말로 본연의 사명이라는 점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둘째, 시민을 존중하고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당선됐으니 권한을 행사하고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또 모두를 만족시킬 수도 없다. 하지만 다수가 수긍하는 정책과 방식으로 해야 한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20세기의 시민이 아니다. 국민을 무시하고 제왕적으로 군림한 리더의 말로가 어땠는지도 돌아 봐야 할 것이다.

셋째,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사람이 정치적 야망을 갖는 것을 뭐라 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시장인 이상 대구 시정을 잘 이끌고 나서 평가받을 일이다. 대구시장 홍준표의 정치와 시정의 중심에 '대구, 시민'이 자리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허망한 꿈이 산산이 부서지는 말로를 맞이할 것이다.

태그:#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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