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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개발이나 시설을 만들면 사람들이 올거라는 청사진은 사라진지 오래지만 행정은 변하지 않았다. 전국에 만들어진 출렁다리 건설경쟁이 대표적이다.

행안부 집계된 자료에 따르면, 2000년 13개뿐이던 출렁다리가 2021년 말 208곳으로 늘어났다. 길이경쟁도 치열하다. 16년 207m 충남 천장호가 제일 길었는데 지난해 충남 탑정호 출렁다리는 570m로 이 기록을 깼다. 

이런 경쟁은 지역의 관광활성화라는 명목으로 이루어진다. 지금은 대전 보문산이 그렇다.

보문산은 민선시장들의 공약에 매번 언급된다. 정당 가리지 않고 모두 관광이라는 이름의 개발계획을 발표하고 공약에 넣는다. 민선 8기 이장우 시장 역시 전임시장에서 결정되어 추진되던 보문산 목조전망대(48.5m)사업을 중단하고, 새로운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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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문산 전망대 조성 위치에서 바라본 대전시 전경 .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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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목조전망대를 두고 지역의 환경단체는 보문산민관협의체의 의사결정을 지키지 않았다며 반대했다. 고층타워를 건설하지 않기로 했고, 연결수단에 대한 합의가 없었는데 서둘러 예산과 계획을 진행한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민선 8기 이장우 시장은 현재 사업을 중단하고 150m 고층타워와 보문산민관협의체에서 합이도 되지 않은 케이블카등 대규모 개발계획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보문산 중턱에 150m약 60층 높이의 대규모 타워가 건설될지도 모를 일이다. 사업이 진행된다면 250억 원의 시민의 혈세가 타워건설에 투입되게 된다.

이렇게 타워가 건설되면 외지 관광객이 몰려드는 관광명소로 보문산이 거듭날 수 있을까? 랜드마크가 있으면 사람들이 올 것이라는 착각일 뿐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예산만 해도 250억 원에 달한다. 고층 전망대로만 끝나는 것도 아니다. 케이블카와 모노레일을 설치해 대전을 외지 관광객이 몰려드는 새로운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보문산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인 담비와 하늘다람쥐는 이런 위협에서 벗어날 수 없다. 녹지훼손, 소음과 위협 등은 야생동물들에는 치명적이다. 특히 번식기에는 예민해지는 동물이 번식에 실패할 수도 있다. 

150m의 높이를 설정한 것은 전국에 불고 있는 출렁다리 길이경쟁과 다르지 않다. 지역을 상징할 수 있는 랜드마크가 되려면 길거나 높거나 크거나 이게 전부인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이런 경쟁은 오히려 독착성을 잃어버리고 규모에만 집착하게 될 뿐이다. 지역의 특성과 독착성, 그리고 다양한 가치를 담을 수 있는 게 중요하다.

대전의 랜드마크는 이미 있지만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엑스포 탑이 그렇고, 갑천에 엑스포다리 남문광장, 한밭수목원이 그렇다. 신세계싸이언스콤플랙스는 대전에서 가장 높은 건물(140m)이다. 이런 규모와 크기에 입각하면 신세계싸이언스콤플랙스는 랜드마크이다.

대전의 경우 독창적이며 지역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랜드마크를 충분히 찾을 수 있다. 자연물인 3대 하천이 랜드마크가 될 수 있으며, 대전역의 환경을 개선해 역 자체가 랜드마크가 될 수도 있다. 심지어는 보문산 자체가 랜드마크이다.

심지어 보문산 안에도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조형물이 많다. 을유해방기념비나 전승기념비 등등 많은 이야기가 있다. 다양하고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독창적인 랜드마크는 다양한 상상의 과정에서 나온다. 크거나 웅장하거나 화려한 것만이 랜드마크가 아니라는 것이다. 심지어는 작고 오래된 가게나 역사를 담은 작은 조형물이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

시대는 이미 이렇게 바뀌고 있다. 풍부한 상상력이 이야기를 만들고 문화를 바꾼다. 단순한 큰 규모의 구조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겠다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규모에 대한 집착은 반듯이 밀려날 수 밖에 없다. 규모가 밀리면 랜드마크로서의 가치도 없어진다. 앞서 언급한 출렁다리가 대표적이다. 건설초에 많은 사람들이 찾지만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거나 시간이 지나면 찾을 이유가 없어진다.

오히려 자연을 잘 보전한 곳이나 이를 활용한 곳은 변화 없이 유지된다. 스토리와 직역적 특성이나 독창성이 유지된 곳은 꾸준한 방문 이유를 제공한다. 작은 책방이 전국적으로 회자되기도 한다. 그 책방을 찾을 이유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높이와 규모로 점철되는 개발계획으로 마무리되지 않기를 바란다. 새롭게 만들어진 타워가 버려진 시멘트 구모물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현재 조성된 보문대처럼 단순한 건축물이 되지 않아야 한다. 보문산 전망대조성을 다시 검토하기로 했기에 제대로 된 보문산의 이야기를 담은 계획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높이와 규모가 아닌 상상력이 발휘된 의미 있는 계획이 필요하다. 기존의 방식을 고집한다면 예산낭비가 도리 것이며, 250억짜리 쓰레기를 하나 다시 만드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태그:#보문산, #민관협의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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