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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기념관 건립반대 문인 1인 시위' 마지막 날인 4일 오후 서울시청앞에서 문인들이 모여 김지하의 시에 곡을 붙인 <타는 목마름으로>를 부르고 있다.
 "박정희 기념관 건립반대 문인 1인 시위" 마지막 날인 4일 오후 서울시청앞에서 문인들이 모여 김지하의 시에 곡을 붙인 <타는 목마름으로>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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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운동에도 참여하였다. 2000년 1월, 30여 사회단체 대표들이 모여 '민족자주와 독도주권 수호를 위한 연대회의' 결성 준비 모임에 이어 9월 수운회관에서 300여 명의 주비위원들이 모인 가운데 '한민족 독도찾기운동본부 준비위원회'가 구성되었다. 여기서 그는 상임대표로 추대되고 독도방문단의 현장방문, 서울 장충단공원 집회 등을 주도했다. 

이 무렵 박정희 추종자들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그의 기념관을 짓는다고 대대적인 공사를 벌였다. 그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다. 개인적인 악연을 넘어 일본군 장교 출신으로 헌정을 파괴하면서 인권유린을 다반사로 자행한 독재자의 기념관 건립을, 그것도 국가가 2백억 원을 지출하고 서울시가 건설 부지를 제공한다는 것이어서 이것을 반대한 것이다. 그는 2001년 5월 4일 민족문학작가회의(현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의 주관으로 서울시청 앞에서 '박정희 기념관 건립반대 1인시위'에 참가했다. 

그는 한 특강에서 "박정희를 용서했느냐"는 질문에 답한다. 

그러나 하여튼 다 풀었습니다. 박정희 씨에게 내가 제일 용서하지 못했던 것은 어머니, 아버지를 불러다가 세 번, 네 번씩 전기고문을 해서 아버지가 반병신이 되었어요. 그래서 그 뒤에 일을 못하셨는데 그것을 제일 용서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사상, 이런 것보다도 박정희는 내가 눈을 감기 전에는 반드시 쓰러뜨리겠다고 맹세를 한 바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으로써 용서가 된 거죠. 그것으로써 끝났습니다. (주석 5)
김지하 시인이 4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박정희 기념관 건립반대' 문인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지하 시인이 4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박정희 기념관 건립반대" 문인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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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경기도 문화재단 후원으로 '세계 생명문화포럼 - 경기'의 공동추진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이듬해 이를 경기도에서 개최하였다. 

저술활동도 멈추지 않았다. 아내와 전국의 명산대찰을 순례하면서 쓴 시와, 새카맣게 잊어버렸던 시편을 찾아 시집 <화개(花開)>로 묶었다. 서문 "새파란 별 뜨듯, 붉은 꽃봉오리 살풋 열리듯"에서 말한다.

그동안, 약 5~6년간 나의 시업(詩業)이 너무 적막하였다. 가깝고 먼 벗들이 때론 걱정해서, 혹은 비아냥으로 그 적막을 지적하거나, 아니면 비꼬았었다. 그러나 작년부터 한두 달 간격으로 전국의 여러 명산대찰을 찾아 몸과 마음을 쉬던 중 홀연 좋은 시상(詩想)이 다가오기도 하고 기막힌 시어가 떠오르기도 하였으니 이런 걱정 저런 비아냥은 모두 다 부질없다. (주석 6)

시집의 제목이 된 <화개>는 '한 송이 꽃이 피니 세계가 모두 일어선다(一花開世界起)'는 <벽암록>의 뜻을 취했다고 시인은 밝혔다. 

시집의 제목으로 뽑힌 <화개>의 전문이다.

      화 개

 부연이 알매 보고
 어서 오십시오 하거라
 천지가 견곤더러
 너는 가라 말아라
 아침에 해 돋고
 저녁에 달 돋는다

 내 몸 안에 캄캄한 허공
 새파란 별 뜨듯
 붉은 꽃봉오리 살풋 열리듯
 아아
 '화개(花開)' (주석 7)


주석
5> <2002년 5월, 경희대 중앙도서관 독서토론 특강>, <화두>, 332쪽. 
6> <화개>, 서문, 실천문학사, 2002.
7> 앞의 책, 180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인 김지하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태그:#김지하, #시인김지하평전, #김지하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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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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