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의 신부> 김정민 감독 인터뷰 이미지

ⓒ Netflix

 
"시청자들이 '사이다'(탄산음료처럼 시원한 전개를 가리키는 말)를 바라고 있다는 것 알고 있었다. 국내에 비슷한 콘텐츠들이 복수를 시원하게 하고 끝내는 장르가 많기도 하고. 그러나 저는 현실감 있는 복수를 보여주고 싶었다. 극에 사람들이 몰입하게 하려면, '사이다'만을 위해 현실감 없는 복수를 그릴 수는 없었다."

지난 1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의 신부>는 넷플릭스가 최초로 시도한 'K-막장 드라마'라는 평가를 얻고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에게 익숙한 '막장' 드라마들의 결말과는 조금 다른 길을 선택했다. 김정민 감독의 연출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블랙의 신부>는 넷플릭스 글로벌 스트리밍 차트 TV부문 6위, 한국 차트 2위에 오르며 그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20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김정민 감독은 "(높은 순위에) 감사한 마음이고 재밌게 봐주셔서 놀랐다. 해외 시청자들에게는 결혼정보회사, 한국 결혼 문화 등 소재가 새로워서 흥미롭게 봐주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블랙의 신부>는 사랑이 아닌 조건을 거래하는 상위 1%들의 결혼정보회사에서 벌어지는 복수와 욕망의 스캔들을 그린다. 극 중에서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가던 서혜승(김희선 분)은 남편의 외도로 인해 삶의 전부를 잃게 된다. 그러나 내연 관계의 여성에게도 버림 받은 남편은 결국 죽음을 선택하고, 서혜승은 남편을 그렇게 만든 진유희(정유진 분)에게 복수하기 위해 결혼정보회사에 뛰어든다. 진유희가 결혼정보회사 렉스의 최고 등급인 '블랙' 이형주(이현욱 분)를 노리고 있기 때문. 

김정민 감독은 <블랙의 신부>를 연출하면서 욕망이 얽히고 설킨 캐릭터들의 매력을 극대화 하는 데 가장 신경썼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던 게 캐릭터였고, 그 매력을 잘 분배하는 것이었다. 김희선씨에게 서혜승이라는 역할을 제안했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 서혜승은 (진유희에게) 복수를 하려고 하는 캐릭터이지만 작품 안에서 반드시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아야하는 존재였다. 김희선씨가 연기하는 캐릭터에게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진정성을 느껴야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의 신부> 김정민 감독 인터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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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김 감독은 특히 극 중에서 서혜승과 대립하는 악역 캐릭터 진유희에 신경을 가장 많이 썼다고 했다. 그는 "진유희는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캐릭터이지만 밉상으로 보여주기 보다는, 매력적으로 보이게 접근하고 싶었다. 사람들이 악역 진유희를 보고 욕을 하더라도 그 매력에 빠져들 수 있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출하면서도 내면의 아픔이 있는 진유희에게 연민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고.

"정유진씨가 워낙 악역 진유희의 매력을 잘 살렸다. 저 역시 연출하면서 가장 마음에 남는 캐릭터는 진유희였던 것 같다. 현장에서 정유진씨에게도 항상 이야기했던 게 진유희는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욕을 많이 들을 캐릭터이고 욕을 많이 먹는 게 캐릭터를 잘 소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작품 안에서 연출자로서 봤을 때는 제일 마음이 동요되는 인물이기도 했다. 그가 가진 결핍이 있었고 진유희를 신분 상승을 위한 캐릭터라고만 볼 수는 없다. 아버지에 대한 결핍으로 인해 신분상승의 욕망도 있었지만 아버지에 대한 복수가 그의 욕망이기도 했다. 그래서 진유희가 가장 마음에 남았던 것 같다." 

불륜과 복수, 상류층의 스캔들, 출생의 비밀 등 <블랙의 신부>가 그리는 소재들은 국내 시청자들에게는 꽤 익숙한 '막장' 드라마를 떠올리게 한다. 김정민 감독 역시 "국내 팬들의 이러한 반응을 예상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원초적이고 단순한 이야기로도 캐릭터에 빠져들 수 있게끔 만들어야 했다. '막장'이라고 표현하실 수도 있고 결말이 예측가능하다고 느끼실 수도 있지만, 해외 시청자들도 보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그 부분도 고려해야 했다. 해외 팬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다가가길 바랐다"고 해명했다.

그중에서도 결혼정보회사는 <블랙의 신부>의 가장 중요한 축이다. 전 세계에서 오직 한국에만 존재하는 결혼정보회사는 해외 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김정민 감독은 상류층들의 결혼정보회사를 표현하기 위해 실제로 관계자들과 여러 번 만나면서 자문을 구했다고 고백했다.

"결혼정보회사라는 소재가 이색적인 만큼 (관계자들과) 미팅도 하고 인터뷰도 하면서 자료조사를 많이 했다. 결혼정보회사는 우리가 (일상에서) 익숙하게 듣고 있지만, 내부 시스템이나 등급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시리즈에서는 등급이라고 부르는데 실제로 그 분들(관계자들)은 '밸류(Value)'라고 부르더라. 시리즈에 나온 이벤트성 만남이나, 최고 등급같은 것도 다 실제로 있는 걸 가져온 것이다. 연출할 때는 사무실같은 풍경이지만 비밀스러운 느낌을 최대한 보여주려고 했다. 현대식 한옥을 선택한 것도 해외 시청자들에게 동양의 미를 보여주기 위한 이유도 있었지만, 한옥이 주는 비밀스러움이 있지 않나. 결혼정보회사 렉스의 대표인 최유선(차지연 분) 캐릭터와 결이 잘 맞을 것이라 생각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의 신부> 김정민 감독 인터뷰 이미지

ⓒ Netflix

 
그러나 <블랙의 신부>는 자극적인 소재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선정적이지 않게 표현한 작품이기도 하다. 김정민 감독 역시 이러한 반응에 대해 알고 있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스토리는 원초적이고 자극적인 요소가 있어도 수위나 선정적인 장면은 (별로 없어서) 좀 더 강한 임팩트가 있어야 하지 않냐고 말씀하신 분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복수와 치정은 인간의 삶에 당연한 주제라고 생각한다. 국내 시청자들에게는 익숙하겠지만 연출이 과했다면 해외 시청자들에게는 오히려 인위적이라고 느껴질 것 같았다. 배우들에게도 최대한 현실적으로, 힘을 뺀 연기를 부탁했다. 자극적인 연출보다는 이야기와 캐릭터의 재미, 그리고 속도감 있는 전개로 보여드리려 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리즈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배우 박지훈이 깜짝 등장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팬들은 시즌2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고 해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정민 감독은 "아직 시즌2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시즌2를 위한 장면이라기보다는 열린 결말을 보여주려고 했다.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연출의도는 인간에 대한 욕망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인간의 욕망은 채워도 채워도 영원히 다 채워질 수 없고, 새로운 욕망이 어쩔 수 없이 시작된다. 그걸 (박지훈 캐릭터를 통해)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 욕망이 현재의 젊은 사람들을 향한 욕망으로도 표현될 수 있지 않을까 했다."
블랙의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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