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송일영 건축사의 <제주도 올래와 정낭>
▲ 제주도 올래와 정낭 송일영 건축사의 <제주도 올래와 정낭>
ⓒ 고창남

관련사진보기


제주에서 건축사로 활동하고 있는 송일영의 <제주도 올래와 정낭>이라는 제목의 책을 읽었다. 이 책은 건축사 송일영이 30년 가까이 올래와 정낭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마다 않고 발품을 팔면서 자료를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제주도 출신이라면 '올래(또는 올레)'와 '정낭'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제주인의 생활 속에서 익숙해져 있으면서도 올래는 산업화, 현대화의 영향으로 사라져가는 제주도만의 고유한 생활양식이자 문화이기도 하다.

저자는 출간목적을 "올래와 정낭의 보전을 위한 동기를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저자는 "'올래'와 '정낭'은 제주도 마을 주민들의 삶이 영위되는 가옥공간의 하나로, 마당을 빠져나와 세상으로 나가는 최초의 공간이기도 하며, 외부인이 집을 찾을 때, 맨 처음 만나는 도입공간"이라고 설명한다. 

인터넷에서 '올레'를 검색해보면 '길에서 집까지 연결된 아주 좁은 골목 비슷한 길'이라고 나온다. 

"올레는 주거 형태의 특징적인 구조로 볼 수 있으며, 큰 길에서 집까지 이르는 골목을 의미하는 제주어이다. 제주의 거친 바람으로부터 가옥을 보호하기 위해서 집 주변으로 돌담을 쌓았다. 하지만 돌담의 입구로 불어 오는 바람을 막지를 못하기 때문에 입구에서부터 좁은 골목을 만들었다. 돌담은 제주에 많은 현무암을 쌓아 만들었다." (위키백과)

그러나, 저자는 다음과 같이 힘주어 말한다. "올래는 본래 길이 아니다"라고. 그러면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이어간다.

"그럼, 올래가 길이 아니면 무엇이냐고 물어오면 당연히 '올래는 내 땅이다'라고 대답한다. 건축법적인 용어로 도로가 아니고 대지(垈地)이다. 나는 '올레길'과 관련된 세미나에서 여러 번에 걸쳐 '올래는 길이 아니다'라고 방청석 발언을 해보았는데 결과적으로는 나만 '뚜럼'(제주어로 '바보')이 된 적이 있었다." (미디어제주 송일영 칼럼, 2020.12.28)

저자는 이어서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미사여구로 올래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얘기하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올래의 참 뜻을 알린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이 책은 '올래가 왜 길이 아닌가'를 저자가 그동안 발품 팔며 모아 온 자료사진들과 함께 고대문헌의 고증, 여러 민속학자의 증언 등을 바탕으로 차분히 풀어낸다. 저자는 또한 올레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조성물인 '정낭'에 대해서도 밝혀낸다. 제주도 토박이 건축가의 전문가적인 시선이 찾아낸 올래와 정낭의 이야기는 우리가 그동안 무심코 지났던 제주의 주거 문화와 삶의 양식에 대해 뒤돌아보게 한다.

필자 또한 제주 출신이기에 한 번쯤은 '올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그 이야기를 송일영 건축사가 대신 해주어서 속이 후련하기도 하다. 사실, 2007년 9월 개설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몰고 온 사단법인 '제주올레'의 '제주 올레길' 덕분에 '올래'가 많이 알려지고 천만 명이 넘은 관광객이 오고가고 있지만, 송일영 건축사 외에는 올래의 참뜻을 알린 사람은 없었다.

'올래는 길이 아니다'라는 주장에는 필자도 공감한다. 하지만 올래가 '길'이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 '올래' 사진과 '길' 사진을 함께 찍어서 독자들에게 보여주면, 독자들이 '올래는 길이 아님'을 쉽게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군데군데 제주어로 된 낱말들이 나오는데 어떤 것은 괄호 안에 표준어를 넣어서 육지사람도 쉽게 알아보는데 어떤 것은 제주어 그대로 되어 있어서 이해하기 어렵다. 

이 책의 저자는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건축사로서, 어린시절 바닷고기를 낚아서 외할머니께 드리려고 가서 본, 올래담 아래 하얗게 핀 마농꽃('흰꽃나도샤프란'의 제주어)과 정낭을 생생하게 기억하면서 글을 썼다. 저자가 티베트에서 본 정낭이 제주도의 정낭과 닮아서 이를 계기로 '올래'와 '정낭'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을 쓰면서도 저자는 이 글이 미흡하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그동안 제주를 지켜왔던 선인들이 만들어 놓은 유산을 어떤 식으로든 보전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올래'와 '정낭'에 대한 일을 말하기로 했다"고 한다. 저자는 "많은 지적과 질책이 기다릴 것을 알기에 겁이 많이 나는 것이 사실이다. 질책과 지적이 연구의 동력이 될 수만 있다면 다시 한번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면서 겸손한 연구자로서의 자세를 보인다.

제주도 토박이답게 군데군데 제주도 사투리와 전통 생활풍습을 사진과 함께 곁들여서 소개하기도 하고 어떤 곳에서는 제주도의 속담이나 제주민요, 시 등도 등장하여 보는 이들의 흥미를 돋운다.

덧붙이는 글 | <시민포커스>에도 같은 내용으로 송고.


제주도 올래와 정낭

송일영 (지은이), 각(2022)


태그:#제주도 , #올래와 정낭, #송일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는 철도청 및 국가철도공단, UNESCAP 등에서 약 34년 공직생활을 하면서 틈틈히 시간 나는대로 제 주변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써온 고창남이라 힙니다. 2022년 12월 정년퇴직후 시간이 남게 되니까 좀더 글 쓸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좀더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