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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는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입니다.[편집자말]
지난 6월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아침 윤 대통령은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서해 공무원 사건 자료 공개와 관련해 "국민이 의문을 가지고 계시고 있으면 정부가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는 게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지난 6월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아침 윤 대통령은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서해 공무원 사건 자료 공개와 관련해 "국민이 의문을 가지고 계시고 있으면 정부가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는 게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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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논란이 생기면 실체적 진실이 뭘까 궁금해한다. 논란의 발화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믿게끔 하는 '억측'에서 시작된다.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고 그럴싸하게 포장된 억측은 특정 신념이나 주장을 공유하는 커뮤니티를 통해 삽시간에 퍼져나가면서 진실인 양 여겨진다. 마치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인 메아리 방에서 억측이 진실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억측을 진실로 믿도록 하기 위해 공격자는 상대방이 스스로 약한 고리로 인식하는, 일종의 트라우마를 찾는다. 공격자, 보수진영이 보기에 진보진영의 약한 고리는 '북한'이었다. 보수진영이 '북한 바라기'라는 허수아비를 만들어내 공격을 가할 때마다 진보진영은 움츠러들었고, 보수진영은 최대한의 정치적 이득을 얻어냈다.

학습효과 탓인지 윤석열 정부도 취임하자마자 '북한 바라기', 더 솔직히는 '문재인 정부의 김정은 바라기'라는 허수아비를 만들어내 때리기 시작했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관련 일련의 결정들을 김정은 위원장의 눈치나 보고 김정은 위원장의 요구를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정부로 치환해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부터 진실은 무의미해졌다.

판단 뒤집을 증거나 근거 없었다
 
지난 6월 16일 윤형진 국방부 국방정책실 정책기획과장이 16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인천해양경찰서에서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최종 수사 결과와 관련해 추가 설명을 하고 있다.
 지난 6월 16일 윤형진 국방부 국방정책실 정책기획과장이 16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인천해양경찰서에서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최종 수사 결과와 관련해 추가 설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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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을 보자. 지난 6월 16일 국방부와 해양경찰청(해경)이 스스로 나서서 2년 전 발표 결과를 뒤집었다. '당시 판단은 경솔했다. 지금에 와서 살펴보니 월북이라고 판단할 아무런 증거도 없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근데 판단을 뒤집을 증거나 근거는 없었다.

발표에 앞서 5월 24일과 26일 국가안보실에서 두 차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실무조정회의와 상임위원회가 개최됐다. 서해 피살 공무원 유족의 정보공개청구 건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했지만, 2년 전 판단을 뒤집을 논의를 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NSC 회의를 기점으로 '문재인 정부의 김정은 바라기'라는 허수아비가 만들어졌고, 특정 언론이 보도하고, 대통령이 출근길 문답을 통해 언급하고, 정부 부처가 움직이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연일 허수아비 때리기가 이뤄졌다. 부족한 부분은 국민의힘 TF의 공격으로 메워졌다. 이어 고발 조치가 이뤄지고 최종적으로는 검찰이 움직이는 방식으로 허수아비 때리기가 진행됐다.

허수아비 때리기의 최종 목표는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 쟁점화를 통해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함인 듯 보인다. 이는 합동참모본부(합참)가 당시 정보판단을 뒤집기 위해 정보를 재분석하지 않았고, 당시 판단이 유효하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혔던 부분이나, 해경이나 국방부가 청와대로부터 서해 공무원 실종을 월북으로 판단하라는 그 어떠한 지침도 받지 않았다고 밝힌 부분에서도 확인된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결국 SI(Special Intelligence, 특수정보) 첩보를 공개해야 하는데 그게 규정상 불가능하고, 미국 측 자산이나 한미가 공동으로 관리하는 자산에 의해 수집된 첩보는 '미측의 동의 없이는' 원천적으로 대외 공개가 불가능하다. 윤석열 정부도 이를 모를 리 없을 터 결국 비논리적인 허수아비 때리기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실 홍보수석의 수사 가이드라인
 
지난 1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최영범 홍보수석이 탈북어민 북송과 관련한 대통령실의 입장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최영범 홍보수석이 탈북어민 북송과 관련한 대통령실의 입장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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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북한 어민 북송문제는 어떠한가.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 도저히 논란이 될 것처럼 보이지 않았던 것이 북한 어민 북송사건이었다. 당시만 해도 여야가 16명의 동료 선원을 죽인 살인마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냐고 할 정도로 정치적 이견이 없었던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도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먼저 특정 언론이 나서서 '전 정부가 귀순 의향서를 작성한 북한 어민 2명을 강제로 북한으로 송환하는 반인륜적 행위'를 저질렀다고 보도하고, 대통령 입을 통해 법과 원칙이 강조되었으며, 통일부가 송환 당시 영상을 언론에 공개해 동조 여론을 조성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쳤다.

더 나아가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당시 북송에 ▲ 조사 과정의 조기 종료 ▲ 탈북 어민의 귀순 여부 ▲ 법 적용 등 3가지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일종의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공격의 근원에는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과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의 북송 결정이 '김정은 바라기'라는 허수아비가 존재했다.

전 정부의 북송 근거가 됐던 귀순 진정성이 없다는 사실과 16명을 살해하고 도주 중인 흉악 살인범이었다는 사실은 '김정은 위원장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초청을 위해 북송했다'는 김정은 바라기식 주장 앞에 허무하게 무너져 내린다.

새롭게 추가된 혐의나 사실이 밝혀진 게 없는데도 전 정부의 판단은 뒤집혔다. 이번 사태로 전직 국가정보원장들과 국방부 장관, 합참 정보본부장이 국정원과 서해 공무원 유족에 의해 고발됐다. 조만간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 이들은 포토라인에 서게 될 것이다.

국민 지지 받을 수 없다
 
지난 5월 25일 강인선 대변인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오픈 라운지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안보회의(NSC) 회의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지난 5월 25일 강인선 대변인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오픈 라운지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안보회의(NSC) 회의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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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윤석열 정부의 허수아비 때리기가 여기서 멈출 것 같지 않다. 전선이 지난 3월에 있었던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월선한 북한 선박 송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더 나아가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 행위인 남북 정상회담 성사 과정도 살펴본다고 한다. 이러다 문재인 정부 5년간의 대북 관련 정책이나 행위에 대해 모두 공격할 태세다.

하지만 종국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허수아비 때리기는 실패하게 될 것이다. 허수아비 때리기는 실체가 아닌 환상에 근거해 상대방을 공격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과 동해 북한어민 북송과 관련해 입장을 번복할 만한 상황 변화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단지 자신이 짐작하고 생각하는 환상, 즉 '문재인 정부의 김정은 바라기'라는 허수아비를 만들어내고 공격하고 있을 뿐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대북 관련 모든 결정은 합리적 결정이 아닌 김정은 바라기에 의해 이뤄진 잘못된 결정이 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정치적 이익이 중요하더라도 허수아비를 만들어내고 때리는 행위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허수아비를 구분할 줄 아는 우리 국민의 지성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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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부승찬은 국방부 전 대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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