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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5일 여성환경연대 생리대 유해성분 규명 및 역학조사 촉구 기자회견
 2017년 9월 5일 여성환경연대 생리대 유해성분 규명 및 역학조사 촉구 기자회견
ⓒ 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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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은 평균 40년간 매달 일주일 동안 월경을 하며, 평생 약 1만 개의 생리대를 사용한다. 월경용품은 월경 기간에 반드시 있어야 할 필수품으로, 그중 일회용 생리대는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고 편리해 가장 많은 여성이 사용하는 월경용품이다. 

광고에서 생리대는 '깨끗한' 것으로 묘사된다. 새하얗게 묘사되는 생리대는 마치 건강하고 안전할 것 같은 안심을 주곤 한다. 그렇다면 생리대는 정말 우리 몸에도 안전할까?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면 월경통이 심해진다는 말은 진실일까? 

'생리대 파동' 이후, 완전히 달라진 생리대 선택 기준

2017년 생리대 파동 이후, 여성들의 생리대 선택 기준이 변했다. 2018년 월경용품 브랜드 콜만은 온라인으로 10~50대 여성 1274명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생리대 파동 전과 후에 생리대 구매 기준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생리대 파동 전에는 생리대 구매 시 착용감(42.54%)을 최우선으로 고려했지만, 생리대 파동 이후에는 생리대 구성 성분을 알 수 있는 커버 소재(49.76%)와 화학흡수체 사용 여부를 알 수 있는 흡수체(46.08%)가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착용감'을 고려하는 비율은 눈에 띄게 줄었다.

이러한 통계는 생리대 파동 이후 여성들이 생리대를 구매할 때 불안감을 느껴 소재와 성분을 확인하는 등 안전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생리대 구매시 가장 먼저 고려하는 요소 생리대 파동 전, 후 비교 (2018년 콜만 자체 설문조사 데이터)
 생리대 구매시 가장 먼저 고려하는 요소 생리대 파동 전, 후 비교 (2018년 콜만 자체 설문조사 데이터)
ⓒ 콜만(Co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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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 부작용의 진실, 그것이 알고 싶다

2017년 수많은 여성이 월경량 변화, 월경통 증가 등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며 느꼈던 부작용에 대해 말했다. 생리대 파동을 통해 비슷한 경험을 공유한 여성들은 월경이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적인 의제라는 것을 드러냈다. 여성들이 안전하지 않은 생리대에 불안감을 느낀다는 목소리가 계속 되자, 환경부는 2018~2021년 두 차례에 걸쳐 생리대 건강영향조사를 진행했다.

4년간 진행된 조사 끝에 '일회용 생리대 사용이 외음부의 가려움증·통증 등 생리 관련 증상 발생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과가 확인됐다(2021년 11월 11일 [한겨레] "가려움·통증, 생리대 탓일 수 있다"… 정부 조사결과 6개월 전 나왔다). 그동안 여성들이 월경 기간 동안 겪었던 증상에 일회용 생리대가 영향을 미쳐왔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하지만 작년 4월 이미 결과가 나왔음에도 환경부는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며 제대로 된 결과 발표를 미루고 있다. 납득할 수 있는 별다른 설명 없이 발표를 미루는 것은 '원하는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 아니냐'는 의문도 함께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생리대를 담당하고 있는 식약처는 생리대 파동 당시 국내에서 유통되는 생리대, 팬티 라이너 666개에 들어있는 유해 물질을 조사한 적이 있다. SBS 뉴스에 따르면 2017년 9월 28일 식약처는 '최악의 경우로 하루에 7.5개씩 매달 7일간 평생 사용해도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생리대를 사용한 수많은 여성이 몸소 부작용을 경험한 상황에서 이러한 결과는 오히려 여성들의 불안감을 높이고, 식약처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 또한, 2018년 환경부의 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예비조사에서는 식약처의 발표와는 반대로, ▲월경통 증가 ▲월경량 변화 ▲외음부 통증(또는 가려움증) 등 부작용 사례로 접수되었던 증상들이 생리대 사용과 연관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건강영향조사 결과를 숨기고 미루는 정부에 대한 의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생리대 안전성은 여성의 건강권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의 명확한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시민들은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여성환경연대가 진행 중인 서명운동에 참여한 한 시민은 '인간이라면 응당 가지고 있는 권리를 5년 동안 침해당하고 있습니다. 월경을 위해 사용하는 시판 일회용 생리대가 내 건강을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합니다. 여성들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의 손상을 언제까지 방관하려는 겁니까?'라며 당장 결과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또 다른 시민은 '출생률을 말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하는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2022년 5월 26일 여성환경연대가 월경의 날을 맞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 : 여성환경연대)
 2022년 5월 26일 여성환경연대가 월경의 날을 맞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 : 여성환경연대)
ⓒ 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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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겨레 기사에 따르면, 여성의 질은 보통 피부보다 흡수성이 높고 생리대가 닿는 외음부는 유해 물질에 특히 더 취약하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현한 서울대 보건대학원 최경호 교수는 여성의 외음부가 "속옷으로 가려져 있고 물기도 많고 점막구조도 달라서 물질에 따라서는 10배 이상 유해 물질이 흡수가 잘 된다는 보고가 있다"며 "(생리대 같은 생식기에 닿는 물질은) 일반적으로 피부에 쓰는 물질들보다 훨씬 더 정밀하고 안전하게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생리대에 있는 유해 물질이 여성의 몸에 흡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무엇보다 제품의 안전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생리대 안전성은 여성의 건강권 문제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건강권'은 '국민이 가진 기본권의 하나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최적의 환경을 누릴 수 있는 권리. 또는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요인으로부터 보호 요청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요인으로부터 여성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의무다. 여성들은 내 몸에 영향을 미치는 생리대가 안전한지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 

그렇다면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온갖 핑계를 대며 1년이 넘도록 결과를 발표하지 않는 정부에게 계속 관심을 가지고 요구해야 한다. 많은 시민이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낸다면 분명히 정부도 무시하고 있지만은 못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서명운동] 정부는 '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결과 발표하라 

여성환경연대는 현재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결과를 투명하게 발표할 것을 요구하며,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서명운동 참여는 하단에 첨부된 링크를 통해 가능하다. 시민들의 서명과 의견을 모아 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서명운동 참여하기 https://bit.ly/movement0630


태그:#생리대 건강영향조사, #여성환경연대, #생리대 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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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창립한 여성환경연대는 에코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모든 생명이 더불어 평화롭게 사는 녹색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생태적 대안을 찾아 실천하는 환경단체 입니다. 환경 파괴가 여성의 몸과 삶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여 여성건강운동, 대안생활운동, 교육운동, 풀뿌리운동 등을 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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