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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볕 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장마까지 겹치며 높아진 습도에 몸을 조금만 바삐 움직여도 금세 땀에 젖는다. 평년보다 이른 더위에, 기상청은 향후 3주는 평년보다 기온이 높을 것으로 전망해 폭염으로 인한 고통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쪽방과 같은 더위나 추위에 취약한 주거에 사는 이들에게 있어 폭염은 더욱 다루기 힘든 고통으로 다가온다.
  
매해 5월이면 서울시는 '여름철 노숙인·쪽방주민 특별보호대책'을 발표한다. 이 대책의 핵심은 쪽방상담소나 노숙인시설 등에 에어컨을 놓고 '무더위 쉼터'를 열거나, 야외 무더위 쉼터를 설치해 더위를 피하게 하는 것이다. 올해 역시 서울시는 5월 26일, 같은 대책을 발표해 노숙인 시설 10개소, 쪽방 지역은 14개소에 무더위 쉼터를 설치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 쉼터는 전체 쪽방 주민의 6%밖에 품지 못하는 규모, 감염병 전파에 취약한 집합 시설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자신의 주거지를 떠나 혹서기를 보내도록 권한다는 점이 가장 문제다. 무더위 쉼터를 택할 경우 시원할 수는 있겠지만, 자기 생활이 깃든 '방'은 통째로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기존 폭염 대책은 쪽방 주민을 마치 '계절적 이재민'으로 간주하는 것과도 같았다. 이런 정책이 현장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약자 동행' 주장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그가 내놓은 폭염 대책의 한계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을 찾아 '약자와 동행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모습.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을 찾아 "약자와 동행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모습.
ⓒ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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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일, 취임식 뒤 첫 행보로 서울 '창신동 쪽방촌'을 찾았다. 오 시장은 취임 이틀 전에도 '돈의동 쪽방촌'을 찾았던 터라, 일주일 새 두 차례나 쪽방촌을 방문하는 이례적인 일정이었다. 아마도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자신의 서울시 정책 브랜드를 강조하고 드러내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오 시장은 이 자리에서 '노숙인·쪽방 주민을 위한 3대 지원방안'을 발표했는데, 그 중 하나가 쪽방 주민 폭염 대책이었다. "쪽방 주민들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시 예산과 민간후원을 활용해 에어컨 150대 설치와 추가 전기요금을 지원(7~8월 중 추가요금, 가구당 5만 원 한도)"하고, "여름철 침구 3종 세트도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150대라는 물량은 서울지역 쪽방 건물의 절반도 채 안 되는 것으로, 나머지는 폭염 대책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에어컨이 설치될 건물도 각 실(방)별 설치가 아닌 건물별/층별 설치로, 냉방 효과를 크게 기대하긴 어렵다. 오 시장 스스로도 6월 29일 돈의동 쪽방촌을 방문해 에어컨이 설치된 것을 보고는 "크게 시원하지는 않겠는데 (...) 에어컨 하나로 한 8개 방을 같이 쓰다 보니 턱없이 용량이 부족할 것 같다"라고 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틀 뒤 아무런 개선 없이 똑같은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 살인적 폭염을 다루는 데 적합한 장치가 에어컨이라 하더라도, 여기에만 의존한 폭염 대책은 분명 한계가 있다. 서울지역 쪽방 건물 중 '목조' 건물은 43.2%(2021년 서울시 실태조사)에 달한다. 건물이 노후화해 발생하는 안전 문제와 건물주들의 저항, 내부 전력의 문제 등을 함께 고려할 때 에어컨 설치 대책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거 대책 빠진 폭염 대책은 임시방편
 
남대문로5가 쪽방 복도에 설치된 벽걸이 에어컨. 쪽방 12개가 이 에어컨 하나에 의지하고 있다.
 남대문로5가 쪽방 복도에 설치된 벽걸이 에어컨. 쪽방 12개가 이 에어컨 하나에 의지하고 있다.
ⓒ 홈리스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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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조설비가 없는 쪽방의 특성상, 복도에 놓인 에어컨 바람을 쐬기 위해서는 방문을 계속 열어 놓아야 한다. 이럴 경우 안전과 사생활 침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남대문 쪽방 주민인 홍아무개씨는 "그럼 맨날 방문을 열고 살란 말이냐. 사람들이 오며 가며 들여다 볼텐데 어떻게 열어 놓고 살 수 있냐"고 했다. 옆에 있던 주민 박아무개씨는 며칠 전 새벽, 방문을 열고 자던 중 도둑이 들어 도둑 발목을 붙잡았다는 일화를 얘기하기도 했다. 더구나 쪽방촌 여성 주민들에게 '방문 열고 생활하라'는 건, 사생활은 물론 자기 안전을 포기하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모든 쪽방에 작은 에어컨을 달면 문제가 해결될까? 앞서 말했듯, 목조 등 쪽방의 취약한 구조와 낡아 손상된 건물의 상태가 이를 버텨내기 어렵다. 게다가 쪽방의 32.9%는 아예 창문이 없다(2020년 서울시 실태조사). 건물주들에 대한 보상과 대대적 조치를 통해 모든 쪽방에 에어컨을 놓는다 해도 쪽방 주민의 삶은 크게 달라지기 어렵다. 최근 쪽방 주민 이아무개씨는, 최근 손바닥만 한 화상을 입었다고 내게 말했다. 방 안에서 휴대용 버너로 끓인 찌개 냄비를 옮기다 실수로 허벅지에 떨어뜨렸고, 그 일로 꼼짝없이 한 달을 비좁은 방에 갇혀 지내야 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쪽방 주민 김아무개씨의 사례는 에어컨 설치가 만능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그는 지난달 관리자에게 요청해 맞은 편으로 방을 옮겼다. 음식을 만들 때 나온 수증기가 방을 못 빠져나가 방 안에 곰팡이가 피고 천정 벽지마저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방을 옮겨 다행이라는 말에, 그는 '옮긴 방도 곧 다시 그렇게 될 것'이라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밥 해먹을 수 있는 별도의 부엌이 생기지 않는 한 이 두 사람이 겪은 문제는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과거 관리자가 살던 내실로 옮겨 넓고 밖으로 난 큰 창문이 있는 동자동 쪽방에서 살게된 이아무개씨을 만났다. 그에게 넓은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좀 견딜만하지 않느냐 물었다. 그러나 창틀 밖 벌어진 틈으로 비둘기들이 들어와서 깃털과 배설물은 물론 얼마 전에는 알도 두 개 낳았다고, 그래서 창문을 닫고 산다고 했다. 에어컨은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언제까지 단발성 대책만 낼건가... 쪽방촌 공공주택 등 근본책 고민해야
 
서울역 인근 한 쪽방 주민의 방. 살림에 필요한 물품들을 수납하기에 한 평에 불과한 방은 너무 좁다. 창이 있지만 물건들로 막혀 열 수가 없다.
 서울역 인근 한 쪽방 주민의 방. 살림에 필요한 물품들을 수납하기에 한 평에 불과한 방은 너무 좁다. 창이 있지만 물건들로 막혀 열 수가 없다.
ⓒ 홈리스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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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성, 프로그램식 폭염 대책으로는 쪽방 주민들의 주거 고통을 해소할 수 없다. 낡은 데다 구조적으로도 취약한 쪽방 건물은 개보수한다 해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2012년~2014년까지 영등포 쪽방촌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했고, 2016년부터 쪽방을 임차해 개보수한 후 재임대하는 '저렴 쪽방' 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쪽방의 주거환경 개선 효과는 미미하게 나타났고, 결국 이 사업은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으며 마감되었다.

대안은 있다. 쪽방을 헐고 그 자리에 임대주택을 지어 주민들이 재정착하도록 돕는 '선(先)이주 선(善)순환' 방식의 대안이 그것이다. 2020년 1월 20일, 영등포 쪽방을 시작으로 해 정부-지자체 합동으로 이 방식이 제시되었고 주민들에게서 환영받고 있다. 근거 법령과 주체에 따라 방식은 공공주택사업(영등포 쪽방, 동자동 쪽방), 도시정비형 재개발(남대문로5가 쪽방-양동 지구, 창신동 쪽방)로 나뉘나, 둘다 현 쪽방 위치에 공공주택을 짓고, 쪽방 주민이 다시 살게 한다는 것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런 개발은, 기존 쪽방을 전면 철거하고 원 쪽방 주민을 강제퇴거 시켰던 폭력적인 개발 역사와 단절한다는 점에서도 과거로부터의 전환이라고 할 만하다.

문제는 건물주들의 저항이다. 동자동 쪽방 공공주택사업은 건물주들 반대로 발표 이후 첫 단계인 공공주택 지구지정조차 못하고 있다. 그동안 양동 쪽방 주민들은 계획발표 당시 472명이던 숫자가 작년 1월 230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창신동 쪽방 역시 계획이 발표되기 시작한 2020년 388명이던 주민이 2021년 말 235명으로 40% 가량 줄었다. 공공임대주택 등 세입자 대책을 '비용'으로만 인식하는 건물주들에 의해 쪽방 주민들이 퇴거 당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쪽방 건물주들은 공공주택사업을 반대하거나, 주민들을 내쫓는 방식으로 '선 이주 선 순환' 쪽방 개발을 가로막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서울시나 자치구의 대응책은 아무것도 없다.
  
폭염 대책 넘어 주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7월 12일,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지역 쪽방 주민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오세훈 시장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7월 12일,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지역 쪽방 주민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오세훈 시장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 2022홈리스주거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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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대책만으로는 쪽방 주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쪽방'이라는 한계적 주거 자체를 바꾸는 정책이 필요하다. 쪽방 지역에 대한 공공임대주택 건설과 주민 재정착을 위한 공공주택사업, 도시정비형 재재발 사업의 흔들림 없는 추진은 폭염 대책을 포함한 쪽방 대책의 토대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쪽방 주민들이 한결같이 내왔던, 굳이 오세훈 시장이 쪽방에 방문하지 않더라도 들을 수 있었던 쪽방 주민들의 요구이자 목소리다.

지난 13일, 서울 동자동·양동·돈의동 등지의 쪽방 주민들과 단체활동가들은 서울시청 앞 기자회견을 열고 "'약자와의 대화' 없는 '약자와의 동행'은 허구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쪽방 주민 등 홈리스 당사자와 면담하고 대화하라!"며 오 시장 면담을 요청했다. 또한 오는 20일까지 답변을 줄 것을 요구했다.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오세훈 시장의 정책 기조가 과연 진실인지는, 곧 확인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동현씨는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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