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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행사가 마을 행사였던 시절이 있었다. 봄과 가을에 가는 소풍(지금은 현장학습)에는 돗자리와 김밥 도시락을 준비한 엄마들이 같이 했고, 가을대운동회 때는 엄마는 물론, 같이 살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함께 했다. 운영진과 선생님들이 있던 본부석 천막에 할아버지, 할머니를 위한 자리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요즘엔 많이 달라졌다. 행사에 같이 할 엄마들 중 상당수가 직장에 출근하기도 하고 조부모와 같이 사는 가정도 많이 줄었다. 여러 이유로 학부모가 참여할 수 없는 행사들이 늘었고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출입마저 매우 제한적이다.

강물이(큰아이)와 마이산(작은아이)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첫 번째 운동회에만 학부모로서 참가할 수 있었다. 지금은 운동회란 명칭을 사용하지도 않고 부스체험 형식으로 바뀌었다. 현장학습은 학년별로 또는 반별로 버스로 이동하기에 학부모의 동행은 꿈도 꿀 수 없다.

강물이와 마이산이 중학교에 입학한 첫해(2021년)에 아이들 학교(군산제일중학교)에서는 독서캠프를 했었다. 무려 1박 2일로. 아이들의 호응은 무척이나 뜨거웠다. 코로나19로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행사는 전무했었기에 학교에서의 1박 2일은 그 주제가 무엇이든 환영받았다.

올해(2022년 7월)에 심야논담회(북캠프)는 밤 11시까지만 하는 당일치기 행사이지만 학부모도 함께 할 수 있었다. 아이들과 같이 했던 학교활동이 얼마만인지 나는 아이들 못지않게 며칠 전부터 설레었다. 작년보다 규모가 더 커져서 아이들 6모둠, 선생님 1모둠, 학부모 1모둠은 제일중학교 도담관에 모였다. 아이들과 선생님이 읽은 책은 <순례주택>, 학부모가 읽은 책은 <내 이름은 자가주>였다. 각 모둠은 열띤 토론을 했고 그 내용을 모둠의 대표가 무대에 올라 발표했다.
 
집에서 보던 아이들이 부쩍 크게 느껴졌고, 모든 아이들이 자랑스러웠습니다.
▲ 토론한 내용을 발표하는 아이들 집에서 보던 아이들이 부쩍 크게 느껴졌고, 모든 아이들이 자랑스러웠습니다.
ⓒ 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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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들은 중학교 2학년 15살이다. 집에서 보던 아이들을 바깥에서 보면 더 커 보인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동그랗게 모여앉아 토론하는 아이들, 무대에 올라 발표하는 아이들은 더 이상 어린 아이들이 아니었다. 책 <순례주택>을 10대의 시각으로 새롭게 볼 수 있었고 그들의 생각이 내가 느꼈던 것보다 훨씬 깊다는 걸 깨달았다. 매일 보는 아이들이 순식간에 자라버린 것 같았다.

책<순례주택>에는 자신의 식구들을 1군과 2군으로 구분하는 한 소녀와 그 소녀를 성장시킨 순례씨가 등장한다. 순례씨가 건물주인 순례주택에 1군들이 이사와 함께 살면서 일어나는 일들과 그 일들 속에서 성장하는 이야기다. 아이들은 같은 10대의 주인공들에 동화되어 책을 읽고 그들의 입장에서 토론했다.

어른들은 옳고 그름의 기준이 이미 머릿속에 있다. 비교할 때 이 기준이 작동하는데 내 경우에는 이 책을 읽을 때도 그랬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달랐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가 그들에겐 없었다. '내가 이 입장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이다' 또 '부모의 무조건적인 지지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란 생각도 있었다. 내가 아이들에게 쏟는 무한 애정이 그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아이들 발표를 감탄하면서 바라보는 나는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모둠 대표로 선정되어 무대에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무대에 올라 앞을 바라보는 순간 나를 모르는 아이들이 환호성과 함께 박수를 보내주었다. 태어나서 그렇게 따뜻한 박수는 처음 받아보았다.

책<내 이름은 자가주>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가정을 이루고 소중한 아이를 선물 받고 그 아이가 자라는 과정이 담겨있다. 아이가 자라는 과정이 너무도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고 그 과정을 바라보는 부모의 시선도 매우 사실적이다. 엄마 모둠은 1000% 공감하면서 열띤 토론을 했고 나는 그 내용을 객관적으로 아이들에게 잘 전달하고 싶었다.

"부모에게 아이는 정말 소중한 선물입니다. 그렇기에 자꾸 잔소리를 하게 되지요. 하지만 엄마들도 엄마가 처음이에요. 여러분이 십 대이듯 엄마 나이도 같이 십 대에요. 여러분이 성장하는 몸과 마음이 낯설듯 엄마들도 역시 그러합니다. 이런 엄마들을 이해해주세요. 그리고 엄마들이 가장 바라는 점은 여러분이 여러분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거예요. 물론 100%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가 더 많지만 그래도 표현해주세요."

너무 떨면서 발표해서 정확하게는 기억 못하지만 저렇게 말하려고 연습했었다.
 
담담하게 발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마음을 덜덜 떨면서 발표했던 순간
▲ 엄마모둠 발표 담담하게 발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마음을 덜덜 떨면서 발표했던 순간
ⓒ 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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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선생님들은 오후 4시 30분부터, 학부모들은 오후 6시부터 밤 11시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발표하고 듣는 경험은 정말이지 새롭고 무척이나 소중했다. "게임 그만하자, 휴대전화 내려놔, 엄마랑 이야기 좀 하자" 이런 말들이 없는 평일 저녁. 일 년에 단 하루라서 가능했겠지만 엄마모둠에서는 이런 행사는 가을에도 열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무대발표를 끝냈는데 소감 발표를 또 하라고 했다. 역시 떨리는 마음을 부여안고 무대에 올랐다. 처음보다 더 큰 박수를 보내주는 아이들. 나는 눈물이 날 만큼 고마웠다.

"이 행사에 엄마들을 초대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여러분 모두 인생의 순례자로 멋지게 사세요."

행사가 마무리되면서 모둠별로 또 전체가 다 모여 사진을 찍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오늘 행사에 참가한 아이들은 이제 각자의 인생에서 여행자가 아닌 순례자의 태도로 살아갈 것이다. 엄마들 역시 우리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보듬어 줄 에너지를 얻었다. 책으로 하나가 된 아이들, 선생님들, 학부모들이 모두 멋있었고 언제든 또 같은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책으로 하나 되었던 그날 밤, 영영 잊지 못할 밤이었습니다.
▲ 심야논담회 단체사진 책으로 하나 되었던 그날 밤, 영영 잊지 못할 밤이었습니다.
ⓒ 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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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브런치(brunch.co.kr/@sesilia11)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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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아들을 키우며 꿈을 이루고 싶은 엄마입니다.아이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다같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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