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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문화미래리포트(Munhwa Future Report) 2022'에 참석, 축사를 하기 위해 연단으로 향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문화미래리포트(Munhwa Future Report) 2022"에 참석, 축사를 하기 위해 연단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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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 만에 '에코챔버(echo chamber, 같은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리는 공간)'에 갇혀 우왕좌왕하고 있다. 대통령과 정당 지지율 모두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국정운영 능력을 의심받고 있다. 

경기침체에 더해 국내 정치 상황마저 안갯속이다. 국민은 '이건 아닌데'라며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는 '내로남불'을 외치며 신호의 의미를 파악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공사를 구분 못하는 편중 인사에다 잡음이 계속되는 김건희 여사 문제, 자중지란에 빠진 여당 내홍이 더해진 결과다. 문재인 정부에 실망해 윤석열 정부를 선택한 국민들은 빠르게 등을 돌리고 있다. 정확한 진단과 함께 국정운영 방향을 수정하지 않는 한 민심 이반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처음으로 30%대로 떨어졌다. 지난 8일 발표 결과, 긍정평가는 37%, 부정 평가는 49%였다. 전주에 비해 긍정은 6%p 하락한 반면 부정은 7%p 상승했다. 문제는 하락세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6월 첫째 주 긍정 평가 53%와 비교하면 한 달 만에 무려 16%p나 빠졌다.

다른 여론조사도 비슷한 추이다. 11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따르면 긍정 평가는 34.5%, 부정 평가는 60.8%로 집계됐다. 일주 전에 비해 긍정 평가는 떨어졌고 부정 평가는 올랐다. 같은 날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잘한다'는 37.0%인 반면 '못한다'는 57.0%였다. 긍정과 부정 간 격차는 전주 5.8%p에서 20.0%p로 벌어졌다. (관련기사: 윤 대통령 부정평가 60% 육박... 20%p 이상 벌어진 데드크로스 http://omn.kr/1zr16)

공사 혼동, 자기합리화, 오만한 태도의 결과

어쩌다 출범한 지 두 달 된 정권이 지지율 급락에 직면했을까. 공과 사를 혼동한 부실 인사에서 가장 큰 이유를 찾는다. 비판여론을 외면한 자기합리화도 또 다른 이유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 능력과 전문성을 위주로 한 인사 방침을 피력했다. 그러나 결과만 놓고 보면 자신과 가까운 인사에 국한된 선택적 인사였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유례없는 '검찰 편중' 인사는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검찰 내 '윤석열 사단'을 대통령실과 정부 요직에 배치함으로써 '검찰 공화국' 논란을 자초했다. 우수하다는 이유만으로 학교 선후배 및 지인들을 중용함으로써 민심과 멀어졌다. 또 비판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핵심을 비껴나갔다.

무엇보다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하거나 지지부진한 결단으로 시간을 끌었다. 윤 대통령은 만취운전 이력으로 논란에 휩싸인 박순애 교육부장관을 끝내 임명했다. 과거 제자 성희롱 사실을 인정한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10일 자진 사퇴했다. 이로써 장관급 낙마는 4명으로 늘었다.

인사 비판에 대한 대통령 대응은 논란을 가중시켰다. 윤 대통령은 "과거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도배를 했다"며 검찰 편중 인사를 합리화 했다. 박순애 교육부장관과 김승희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전 정권 인사들과 비교해보라"며 '내로남불'로 대응했다. 또 박순애 장관을 임명하면서 "언론과 야당 공격을 받느라 고생이 많았다"라고 했는데 문재인 전 대통령이 "청문회에서 혼난 분들이 일도 잘한다"고 두둔했던 발언과 비교되면서 '내로남불'을 연상케 했다. 앞에서 언급한 갤럽 조사에서 부정평가를 한 응답자들은 '인사'를 가장 큰 원인(25%)으로 꼽았다.

지지율 하락에 대해 윤 대통령은 "선거 때부터도 지지율은 유념치 않았다. 의미가 없다"고 말해 오만한 인상을 남겼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잡음도 지지율 하락에 일조했다. '조용한 내조'를 약속했던 것과 달리 김 여사 주변에는 공사구분이 애매한 일이 계속되고 있다.

취임 초기 대통령실을 방문해 찍은 사진을 팬클럽 '건희사랑'에 노출하고, 자신이 참석하는 공식 행사에 지인을 동행시켜 논란을 촉발했다. 최근 NATO 정상회담에는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 부인 신아무개씨를 데려가 빈축을 샀다. 신씨를 전용기에 태우고, 대통령실 예산으로 숙소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선 실세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대통령을 처음해보는 것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가르쳐 달라"는 윤 대통령 발언 또한 적절하지 못했다.

자중지란에 빠진 여당 내홍도 윤석열 정부에 부담을 지우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떠오른 '윤핵관'과 이준석 대표 간 대결은 당을 극심한 혼란에 빠트렸다. 이준석 대표는 보수정당 사상 첫 30대 원외대표로 당선됐지만 정당 사상 당대표 권한정지 6개월이라는 첫 사례를 동시에 기록했다. 여론은 사냥(선거)이 끝난 뒤 윤 대통령과 핵관들이 이준석을 '토사구팽(兎死狗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준석 대표가 물러난 뒤 '윤핵관' 인사들이 당권을 거머쥔다면 내홍은 격화되고 추가 지지율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대표를 떠받쳐온 2030세대 이탈은 가속화할 게 분명하다.

이러다 나라가 수렁으로 빠진다
 
대통령실이 3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순방 사진을 추가 공개했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오후(현지시간) 바라하스 국제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는 윤 대통령 부부의 모습.
 대통령실이 3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순방 사진을 추가 공개했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오후(현지시간) 바라하스 국제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는 윤 대통령 부부의 모습.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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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경제위기 극복에 주력해도 모자랄 판이다. 이런 와중에 편중 인사와 대통령 부인 악재, 여당 내홍으로 국정동력을 상실한다면 문제다. 윤석열 정부는 정권교체에 담긴 뜻을 헤아려 측근‧코드 인사를 자제하고 김건희 여사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제2부속실을 설치해 역할을 부여하고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

정권 출범 이후 대통령과 기자들이 주고받는 '도어스테핑(약식회견)'은 국민과 거리를 좁혔다는 점에서 참신한 시도다. 한편에서는 소통은커녕 혼선을 촉발하고 자기합리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우려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골퍼들 사이에 드라이버는 쇼, 퍼터는 돈이라는 말이 있다. 시원한 드라이버샷이 겉보기에는 멋질지 모르지만 내실은 퍼터에 있다는 말이다. 국가운영을 책임진 대통령이라면 드라이버가 아니라 퍼터를 잘 다뤄야 한다. 전시행정대신 국정을 세심하게 살피는 게 급선무다.

벌써부터 야권 지지층 뿐 아니라, 보수 언론에서도 탄핵 이야기가 언급되는 판국이다. 그런 일이 있어서도 안 되지만 또다시 탄핵정국이 벌어진다면 대한민국은 재기 불능상태에 빠진다. 한때 잘 나다가 수렁으로 굴러 떨어진 라틴아메리카 상황은 지구반대편에서 벌어진 남의 나라 일만 아니다. 독선과 무능, 내로남불 거품을 걷어내지 않는다면 우리도 현실화할 수 있다. 출범 두 달 째다. 느슨한 거문고 줄을 다시 죄는 '해현경장(解弦更張)' 경구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 위에서 언급한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여론조사업체 홈페이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전 국회 부대변인)입니다. 이 글은 <한스경제>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에코챔버, #내로남불, #검찰공화국, #건희사랑, #토사구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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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 여행, 한일 근대사, 중남미, 중동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중남미를 여러차례 다녀왔고 관련 서적도 꾸준히 읽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 중심의 편향된 중동 문제에는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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