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는 국대다

국대는 국대다 ⓒ MBN

  대한민국을 빛낸 스포츠 레전드들의 활약상을 재조명하며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던 <국대는 국대다>가 시즌1의 대장정을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7월 9일 방송된 MBN <국대는 국대다>에서는 '아시아의 호랑이' 김택수와 '탁구 황제' 유승민, 두 탁구 레전드의 사제 대결이 펼쳐졌다.
 
유승민과 김택수는 본대결을 앞두고 각기 50일간의 특별훈련에 돌입했다. 마땅한 코치와 연습상대가 없어서 홀로 후배들과 훈련을 진행해왔던 유승민을 위하여, 놀랍게도 주세혁 현 남자탁구 국가대표팀이 스페셜 감독으로 합류했다. 주 감독은 사적으로는 후배이지만, 공적으로는 탁구협회 회장인 유승민을 대하기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유승민은 "제가 탁구판을 이상하게 만들어놨다."며 민망한 웃음을 지었다.
 
유승민은 주세혁 감독에 이어 현역 탁구 국가대표이자 2018년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김동현을 초빙하여 연습을 진행했다. 유승민을 염탐하러 온 김택수는 "이건 회장님 어드밴티지"라며 격하게 이의를 제기하여 웃음을 자아냈다. 점점 예전의 기량을 찾아가는 유승민에게 현역인 김동현도 버거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유승민은 "다시 한번 선수로 기억될수 있는 저에게는 소중한 시간이다. 유승민의 플레이를 각인시켜주고싶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김택수는 현정화에 이어 또다른 탁구계 레전드인 안재형을 스페셜 페이스메이커로 초빙했다. 안재형은 탄력과 파워에서 김택수가 유승민에 비하여 열세라고 냉철하게 분석하며, 섬세한 잔기술과 완급조절로 승부할 것을 조언했다. 두 레전드는 진짜 국제대회를 준비하는 것처럼 진지하게 몰입했다.
 
휴식시간에 안재형은 <국대는 국대다>에서 그동안 출연했던 레전드들을 보면서 감정이입이 됐다며 "'나도 저런 순간이 있었지, 저렇게 한번 더 할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회상했다.
 
김택수는 "처음에는 제자 유승민과의 대결을 이벤트 경기로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리얼'로 가니까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는데 결국 여기까지 왔다."며 묘한 기분을 고백하면서도 "그 어느 게임보다 이기고 싶다. 왜냐하면 이 게임이 마지막이니까"라고 레전드다운 승부욕을 드러냈다. 김택수는 "나이를 먹을수록 가슴이 떨리는 일이 많지않다. 그런데 라켓을 잡았는데 가슴이 떨렸다. 탁구를 너무너무 사랑하는 것 같다."는 진심을 고백했다.
 
결전의 날이 밝았다. 경기장에는 김택수-유승민의 가족과 지인들을 비롯하여 많은 관중들이 객석을 가득 메웠다. 김택수는 자신의 은퇴 경기를 유승민과 함께했던 인연을 소개했다. 정작 유승민은 아직 은퇴경기를 못한 상태였다. 김택수는 "오늘 유승민의 은퇴 경기에서 탁구협회 전무가 회장을 눌러보고 싶다."며 도발했다. 유승민은 "쉬운 승부가 되든, 타이트한 승부가 되든, 결과는 제가 이길 것"이라며 여유있게 받아쳤다.
 
경기규칙은 세트당 11점씩 5게임으로 진행되고 5전 3선승제로 승부를 가린다. 김기택 해설위원은 두 선수가 모두 오른손 펜홀더로서 파워드라이브가 강력한 스타일이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아테네올림픽 당시 사제기간으로 서로의 스타일과 장단점을 너무 잘아는만큼, 치열한 수싸움을 최대의 관전포인트로 꼽았다.
 
김택수의 서브로 경기기 시작됐다. 김택수는 강력한 파워드라이브에 이은 스매시 연결 공격으로 선취점을 뽑아낸 것을 시작으로 초반 3-0까지 앞서나가며 기선을 제압했다. 반격에 나선 유승민은 긴 팔을 이용한 드라이브와 장기인 회전력 높은 서비스를 앞세워 김택수의 범실을 유도해내며 추격에 나서서 4-4 동점을 이끌어냈다.
 
1게임 경기는 김택수가 근소하게 앞서나가면 유승민이 곧바로 따라붙는 구도로 전게됐다. 캐스터 배성재는 "첫 게임부터 이 정도의 랠리라면 패한 선수는 데미지가 크겠다."고 전망했다.
 
김택수가 10-8로 앞서나가며 매치포인트를 눈앞에 두는 듯 했으나 유승민이 주특기 포핸드 드라이브를 앞세운 반격으로 10-10 듀스가 됐다. 하지만 팽팽한 랠리 끝에 유승민의 스매시가 두 번 연속 네트에 걸리면서 1세트는 김택수의 승리로 끝났다.
 
김기택 위원은 "김택수의 드라이브가 현역 시절 못지않다."고 극찬하며 "반면 유승민은 잔실수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승민은 "내 몸이 무겁다."고 아쉬움을 드러내며 "무조건 득점해야하는 공인데 실점을 해버리니 내 자신이 답답하다."며 컨디션 난조를 고백했다.
 
2게임 역시 초반부터 동점과 역전을 거듭하며 팽팽한 경기 양상을 나타냈다. 어느 정도 경기감각을 회복한 유승민이 공세에 나섰으나, 김택수도 특유의 수비능력과 노련미로 범실을 유도해내며 쉽게 밀리지않았다. 두 선수는 2세트에서 무려 9번이나 동점을 주고받은 끝에 또다시 10-10 듀스를 기록했다. 김택수가 먼저 매치포인트의 기회를 잡았으나 유승민이 속공과 강력한 대각선 드라이브로 김택수의 수비를 무너뜨리며 3연속 득점으로 극적인 역전에 성공했다.
 
3게임 들어 노장인 김택수의 체력이 변수로 떠올랐다. 두 게임 연속 듀스 접전을 치르며 김택수의 움직임이 무뎌졌다는 것을 간파한 유승민은 코트를 넓게 활용하며 빈 공간을 공략하는 작전으로 김택수의 체력소모를 유도하며 3-0까지 앞서나갔다.
 
하지만 김택수는 특유의 단단한 수비력으로 쉽게 무너지지 않아고 끈질긴 랠리를 펼쳤고, 유승민의 범실 유도에 이은 역습으로 결국 역전에 성공했다. 오히려 경기가 진행될수록 유승민의 체력이 더 급격하게 떨어지며 몸이 공을 따라가지못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당황한 유승민은 서브 실수까지 저질렀다.
 
김택수는 포핸드 방향으로 절묘하게 꽃아넣은 서비스로 유승민의 범실을 유도해내며 또다시 10-7로 매치포인트 고지를 선점했다. 유승민이 2연속 득점으로 뒤늦게 추격하여 또 한번의 듀스를 노렸지만, 김택수가 유승민의 스매시를 방어해내며 아웃을 유도해내며 11-9로 세 번째 게임을 다시 가져갔다.
 
기세를 탄 김택수는 4게임에서도 먼저 리드를 잡으며 주도권을 이어갔다. 4게임은 특이하게 서비스권을 가진 선수가 아무도 득점을 하지못하는 기묘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마음이 바쁜 유승민은 무리한 공격을 시도하다가 공이 위로 뜨기 시작했다. 유승민의 움직임을 간파해낸 김택수가 환상적인 맞드라이브로 응수하며 차곡차곡 점수차를 벌린 끝에 10-6으로 4게임 연속 매치포인트를 선점했다.
 
유승민이 한점을 따라붙었으나, 이어진 서비스에서 방심한 찰나를 놓치지않고 김택수가 날렵한 공격으로 유승민의 허를 찌르며 마지막 득점을 성공시켰다. 4게임 점수는 11-7, 게임 스코어 3-1로 경기는 김택수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김택수는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고, 패널들과 관객들은 모두 최선을 다한 두 레전드의 명승부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유승민은 "김택수 감독님과 함께해서 더 큰 의미가 있었다. 재미있고 즐거웠고 행복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택수는 "50일동안 준비하면서 제 인생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내 인생에 굉장히 멋진 스토리 하나가 생겼다."며 행복감을 드러냈다. 방송은 탁구 편을 끝으로 시즌1을 마감하고 재정비를 거쳐 새로운 시즌으로의 귀환을 예고서했다.
 
 MBN <국대는 국대다> 한 장면.

MBN <국대는 국대다> 한 장면. ⓒ MBN


<국대는 국대다>는 각 분야의 은퇴한 스포츠 '레전드'를 소환해, 같은 은퇴 선수 혹은 현역 스포츠 국가대표와 맞대결을 벌이는 초유의 스포츠 리얼리티 예능을 표방했다. 현정화, 유승민, 김택수(이상 탁구), 이만기(씨름), 팀 남현희(펜싱), 박종팔(권투), 심권호, 정지현(이상 레슬링), 문대성(태권도), 이원희(유도), 하태권(배드민턴) 등 총 9번의 대결동안 13명의 스포츠 레전드들이 <국대는 국대다>를 거쳤다.
 
아이디어는 기발했지만 은퇴한 지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년이 된 선수들과 젊은 현역들과의 대결이 과연 가능하겠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실제 국제대회 결승전 못지않은 멋진 명승부로 불식시켰다. 레전드들의 역대 전적은 4승 5패(은퇴 선수끼리의 대결은 연장자 기준)로 거의 5할에 가까운 승률을 기록했다.

부상으로 경기를 중단한 문대성을 제외하면 모두 정상적으로 끝까지 경기를 마치는 투혼을 발휘했고, 실제 현역 못지않은 경기력으로 건재를 과시한 레전드들도 다수였다. 심지어 유도의 이원희는 유일하게 <국대는 국대다>를 통하여 현역 복귀를 선언하여 또다른 화제를 모았다.

'인생 마지막 승부'라는 모토 하에 경기 준비부터 혹독한 과정을 이겨내는 전설들의 모습은, 대한민국 스포츠 레전드가 왜 레전드인지, 그들이 어떻게 그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진정성'으로 큰 감동을 자아냈다. 승패의 결과를 떠나서 다시 현역의 마음을 돌아가 경기를 준비하고 가슴속 열정을 불태우는 모습은, 나이가 들어도 얼마든지 할수 있다는 도전정신을 일깨우며 시청자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겼다.
 
세월이 지나 잊혀졌던 '한국 스포츠의 역사적 순간들과 레전드의 가치'가 재조명받는 기회가 되었다는 것도 큰 의미가 있었다. 이만기, 현정화, 박종팔, 심권호 등 은퇴한지 20-30년이 지난 전설들의 활약상은 요즘 팬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옛날 이야기처럼 들릴수 있다. 하지만 열악한 상황에서 해당 종목의 개척자이자 선구자 역할을 해준 레전드의 존재가 있었기에 지금의 한국 스포츠의 영광도 가능했다. 중장년 팬들에게는 추억의 향수를 일깨울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스포츠에서 있어서 등대와 같은 '롤모델'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들이 은퇴한 이후에도 한국스포츠사에 남긴 업적들이 정당하게 평가받고 존중받는 풍토가 정착되어야한다는 것을, 방송을 통하여 다시 한번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국대는국대다 유승민 김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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