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트 일곱 번째 게임, 두 팔 벌리며 비행기 세리머니를 펼친 노박 조코비치

5세트 일곱 번째 게임, 두 팔 벌리며 비행기 세리머니를 펼친 노박 조코비치 ⓒ 윔블던 챔피언십(wimbledon.com)

 
두 번째 세트까지 36분만에 2-6으로 내주며 세트 스코어 0-2로 끌려갔으니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힘이 모자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노박 조코비치의 뒷심은 놀라웠다.

파이널 세트까지 이어진 8강 토너먼트가 3시간 35분이나 걸렸지만 노박 조코비치는 잔디 위에 엎드려 비행기 세리머니를 펼치면서 센터 코트 만원 관중들에게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순간을 선물했다.

세계 남자 프로테니스 단식 랭킹 3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가 우리 시각으로 5일(화) 오후 9시 35분 영국 윔블던에 있는 올잉글랜드 론 테니스&크로케 클럽 센터 코트에서 벌어진 2022 윔블던 테니스 챔피언십 남자단식 야니크 시너(13위, 이탈리아)와의 8강 토너먼트 3-2(5-7, 2-6, 6-3, 6-2, 6-2) 역전 드라마를 쓰고서 준결승에 올랐다.

'조코비치'의 믿기 힘든 백핸드 크로스 앵글샷

1라운드(128강)에서 한국 남자테니스의 희망 권순우를 3-1로 물리친 뒤 비교적 순항하던 조코비치가 8강에서 비로소 까다로운 상대를 만났다. 40일이 지나면 만 21살이 되는 이탈리아의 유망주 야니크 시너가 첫 세트(57분), 두 번째 세트(36분)를 먼저 따낸 것이다. 두 번째 세트 세 번째 게임에서 조코비치의 백핸드 스트로크가 크게 흔들리며 야니크 시너에게 자기 서브 게임을 빼앗긴 순간이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벼랑 끝에 내몰린 노박 조코비치는 3세트부터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중요한 갈림길은 야니크 시너가 서브를 넣은 3세트 네 번째 게임에서 생겼다. 그렇게 어렵지 않아 보인 시너의 포핸드 스트로크가 너무 길게 떨어지는 바람에 조코비치의 러브 게임으로 기울어진 것이다.

그리고 3세트 아홉 번째 게임 30:0으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조코비치는 까다로운 백핸드 크로스 로브 샷을 정확하게 반대쪽 코트 구석에 떨어뜨리며 3개의 세트 포인트 기회를 만들어내고는 가쁜 숨을 몰아쉴 수 있었다. 여기서 역전승의 흐름을 휘어잡은 조코비치는 나머지 두 세트를 비교적 쉽게 풀어나갔다.

4세트 여덟 번째 게임이 듀스로 찍힐 때 아찔한 장면도 나왔다. 네트 앞으로 달려온 조코비치가 역회전 발리샷을 떨어뜨리는 순간 야니크 시너가 포기하지 않고 달려왔지만 노란 공은 두 번째 바운드가 되었다. 시너는 가속도를 제어하지 못하고 왼쪽 발목이 뒤틀리며 쓰러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고, 이를 걱정하는 조코비치가 네트를 뛰어넘어 다가와 일으켜주어야 했다. 

야니크 시너는 다행스럽게도 부상이 심하지 않아 파이널 세트까지 뛰었지만 반전 기회를 휘어잡은 조코비치의 능수능란한 스트로크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조코비치가 게임 스코어 4-2로 앞서고 있던 5세트 일곱 번째 게임이 압권이었다. 야니크 시너의 비교적 짧은 포핸드가 자기 왼쪽 끝으로 빠져나가는 순간 조코비치는 두 발의 폭을 최대한 넓히며 그 공을 기막히게 받아넘겼다. 

조코비치의 백핸드 크로스 앵글샷이 네트를 넘어간 것도 모자라 야니크 시너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각도였기 때문에 관중석에서 찬사가 쏟아져나왔다. 이 순간 앞으로 넘어져 있던 조코비치는 관중들의 환호성에 답하기 위해 라켓을 잔디 위에 놓고 두 팔을 활짝 펼치며 비행기 세리머니 미소를 보여준 것이다. 윔블던 센터 코트 100주년 기념 최고의 사진 한 장이 찍힌 셈이다.

대역전 드라마의 마침표도 조코비치의 러브 게임이었다. 야니크 시너가 조코비치의 날카로운 서브를 받아넘기지 못한 것이다. 이렇게 조코비치는 2021년에 이어 이 대회 연속 우승, 개인 통산 윔블던 일곱 번째 우승 트로피를 노리게 됐다. 먼저 준결승에 오른 조코비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태생의 영국 선수 캐머런 노리(세계랭킹 12위)를 만나게 됐다.

2022 윔블던 테니스 남자단식 8강 결과
(한국 시각 5일 오후 9시 35분, 올잉글랜드 론 테니스&크로케 클럽 센터 코트, 윔블던)

노박 조코비치 3-2(5-7, 2-6, 6-3, 6-2, 6-2) 야니크 시너

◇ 주요 기록 비교
서브 에이스 : 조코비치 8개, 시너 8개
더블 폴트 : 조코비치 5개, 시너 7개
첫 서브 성공률 : 조코비치 66%(85/128), 시너 54%(72/134)
첫 서브 성공시 득점률 : 조코비치 82%(70/85), 시너 69%(50/72)
세컨드 서브 성공시 득점률 : 조코비치 42%(18/43), 시너 50%(31/62)
네트 포인트 성공률 : 조코비치 72%(28/39), 시너 63%(22/35)
브레이크 포인트 성공률 : 조코비치 40%(6/15), 시너 44%(4/9)
리시빙 포인트 성공률 : 조코비치 40%(53/134), 시너 31%(40/128)
위너 : 조코비치 41개, 시너 43개
언포스드 에러 : 조코비치 33개, 시너 41개
뛴 거리 :  조코비치 3.97km, 시너 4.17km
서브 최고 속도 : 조코비치 197km/h, 시너 204km/h
첫 서브 평균 속도 : 조코비치 183km/h, 시너 192km/h
세컨드 서브 평균 속도 : 조코비치 144km/h, 시너 157k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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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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