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채널 <노는언니2>의 한 장면.

E채널 <노는언니2>의 한 장면. ⓒ E채널

 
여성 스포츠 예능의 새 지평을 연 티캐스트 E채널 <노는언니2>가 잠시만 안녕을 고했다. 7월 5일 방송된 <노는언니2> 최종회에서는 언니들이 모여서 2년여 동안 차곡차곡 쌓았던 추억을 돌아보고 재회를 기약하는 시간을 가졌다.
 
박세리, 한유미, 김은혜, 김자인, 정유인, 이상화는 서울 상암동의 한 스튜디오에 모였다. 스튜디오 곳곳에는 그동안 언니들이 경험했던 추억들이 사진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시즌1부터 이날 방송이 정확히 100회째를 맞이했다는 소식에 언니들은 남다른 감회에 젖었다.
 
맏언니 박세리는 "여성 운동선수들만 있었던 방송이 처음이었다. <노는 언니>를 시작으로 운동선수들만 나오는 방송이 많아졌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여성 운동선수들의 놀이터 <노는 언니>
 
 E채널 <노는언니2>의 한 장면.

E채널 <노는언니2>의 한 장면. ⓒ E채널

 
첫 방송 시작 전 긴장감과 설레임을 드러냈던 언니들의 과거 모습이 공개됐다. 제작진과의 사전 인터뷰에서 언니들은 이구동성으로 운동만 하느라 사생활도, 마음 편히 놀아본 경험도 별로 없었던 선수 시절을 고백했다. <노는 언니>를 통하여 언니들은 모처럼 목표도, 규칙도 내일에 대한 걱정도 없이 평범하고 놀고 웃고 수다를 떨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운동하는 여성'들만의 공감대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노는 언니>가 기존 스포츠 관련 방송들과 가장 차별화된 지점이었다. 생리대 착용 문제에서부터 몸에 맞는 의류 구매의 어려움, 임신과 출산, 경력단절에 대한 두려움까지. 사소해보이지만 절대 사소하지 않은 불편함, 여성 선수들의 알려지지 않은 고충을 솔직하게 밝히고 함께 이겨낼 용기를 주는 창구가 됐다.
 
심지어 비인기종목에 대한 차별과 편견, 종목마다 존재하는 체육계 파벌 문제 등 운동 선수로서 언급하기 민감하지만 누군가를 이야기해야만 했던 문제들도 <노는 언니들>을 통하여 다시 재조명받았다. 여성 운동 선수들이 언제든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눈치보지 않고 솔직하게 들려줄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생겼다는 것은 <노는 언니>의 존재 가치를 더 빛나게 했다.
 
<노는 언니>는 고정멤버들을 포함하여 총 45개 종목 무려 124명의 선수들이 출연했다. 2년간의 다양한 추억들을 회상하며 박세리는 "과거에 해보지 못 했던 것을 해보니 새로운 재미가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한유미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촬영도 재미있어 하는데, 노는 언니에 오는 그 자체를 좋아했다. 카메라가 없어도 우리끼리 너무 잘 노니까"라고 유난히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를 설명했다.
 
 E채널 <노는언니2>의 한 장면.

E채널 <노는언니2>의 한 장면. ⓒ E채널

 
박세리는 "운동선수들은 휴가라고 해도 항상 마음 한편에 불안감이나 불편함이 있기 때문에 온전히 휴식을 즐기지 못한다. 하지만 <노는 언니> 방송을 하면서는 잠시나마 걱정없이 쉬다가 가곤 했다. 여기 왔다간 선수들이 모두 성적이 좋았다"는 자부심을 드러냈다.
 
실제로 <노는 언니> 출연 이후 컬링대표팀 팀킴은 세계컬링선수권 은메달로 한국 역대 최고성적을 기록했고, 한국 남녀펜싱대표팀은 월드컵사브르 단체전 동반 우승을 차지했다. 이밖에도 육상의 김지은-이수정, 유도 윤현지, 탁구 서수연, 배드민턴 안세영 등은 모두 <노는 언니> 이후 국내외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달성하며 좋은 기운을 이어갔다.
 
<노는 언니> 역시 높은 인기와 완성도를 모두 인정받아 케이블TV 예능-오락부문에서 작품상을 획득하는 등 방송가에서 많은 수상을 달성했다. 시청자들의 호평도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여성 스포츠인들만 나오는 예능 자체가 최초인데다 비인기종목의 여성 선수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흔하지 않다", "노는 언니를 보며 내가 모르는 스포츠가 이 세상에 너무 많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는 언니를 보면 여성 선수들을 체육계가 얼마나 차별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며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멤버들 각자의 활약상이 그려졌다. 리더 박세리는 동생들을 세심하게 챙기는 맏언니 리더십에 풍부한 음식 지식, 특히 고기와 불에 진심인 모습이 돋보였다. 또한 골프 레전드답게 구기 종목과 관련된 에피소드에서는 유독 강한 모습을 보이며 '구기의 신'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기린' 한유미는 평소의 유쾌하고 허당스러운 모습과 달리, 일단 게임만 시작하면 못말리는 승부욕을 불태웠다. "항상 누구와 붙어도 열심히 해야 한다. 상대가 초등학생이라고 해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한유미의 승부욕 때문에 여러 명장면들이 탄생했다. 한유미는 피구 대회가 끝나고 난후에는 제작진과 출연자들에게 "내가 너무 오버한 건 아닌가" 뒤늦게 걱정하기도 했다고.
 
한유미와 함께 기린즈로 불리우는 김은혜도 승부욕에 있어서는 못지 않았다. 김은혜는 배턴찾기 게임 중 한유미가 배턴을 숨겨놓는 반칙 때문에 게임에서 패배하자, 경기 후 아쉬움에 눈물까지 보이며 모두를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본업인 농구에서는 현역 시절 플레이스타일만큼이나 깔끔하고 거침없는 움직임으로 감탄을 자아냈다.
 
암벽여제 김자인은 엄청난 코어 근력과 포기하지 않는 악바리 근성으로 눈길을 모았다. 출산 100일도 안 된 상태에서 고난도 암벽등반을 해내는가하면, 철봉-로프타기 등 매달릴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어디서나 빛을 발했다. 피구 대회 사전 경기였던 플랭크 대결에서는 내로라하는 각 종목의 국가대표 운동선수 32중 1등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비교적 늦게 합류한 이상화는 빙상 위에서의 독보적인 카리스마와는 달리, 다른 분야에서는 의외의 몸치-허당 기질을 드러내며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실수하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열정만큼은 독보적이었고, 단오씨름대회에서는 정유인을 제압하는 의외의 반전 활약상을 선보이기도 했다.
 
정유인은 수영 선수 출신답게 물 위에서는 누구보다 우아한 인어같은 매력을 발산했다. 또한 부드러운 친화력으로 낯을 가리는 새 멤버들이 올 때마다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만드는 분위기메이커 역할도 담당했다.
 
대회 일정으로 마지막회 녹화에 아쉽게 불참한 김성연은, 본업인 유도는 물론이고, 체조, 육상, 족구, 축구, 로프타기, 암벽등반, 씨름까지 못하는 게 없는 전천후 활약으로 <노는 언니> 공식 마당쇠 겸 올어라운드 플레이어에 등극했다. 핸드볼 김온아에 이어, <노는 언니> 2대 '한유미의 노예' 캐릭터를 계승하여 유독 각종 궃은 일을 전담하면서 톰과 제리같은 케미를 발산했던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작별의 시간
 
 E채널 <노는언니2>의 한 장면.

E채널 <노는언니2>의 한 장면. ⓒ E채널

 
먹방, 여행, 캠핑, 어질리티, 화보 등 다양한 체험을 했던 언니들이지만, 역시 가장 매력을 과시한 순간은 본업인 운동선수로 돌아가 '본캐'를 드러냈을 때였다. 그동안 <노는 언니>를 빛낸 역대 스포츠 명승부들이 소개됐다. 3위는 야구, 2위는 전국체전 이름표 뜯기가 선정됐고, 1위는 역대 최다 출연자들이 등장하여 실제 올림픽 경기 못지 않은 명승부를 펼친 피구가 뽑혔다.
 
<노는 언니> 역대 대회 최다 수상자는 11회 우승의 박세리가 꼽혔다. 정유인은 "2년간 11회 우승이면 골프 전성기 때와 비슷한 거 아니냐"고 지적하며 박세리를 당황하게 했다. 언니들은 방송을 마치고 나면 항상 실제 경기를 치르고 온 것처럼 다음날 몸이 아팠던 사실을 고백하며, 언니들의 못말리는 승부욕을 짐작케했다.
 
추억을 돌아보는 여정을 마치고 작별의 시간이 다가왔다. 즐겁게 수다를 떨던 언니들도 잠시 적막에 빠졌다. 조심스럽게 말문을 연 박세리는 "2년간 정말 많은 걸 해봤고 추억을 쌓았다. 원래 시작했던 취지가 운동만 하고 못 놀아본 언니들이 잘 놀아보기 위하여 모인 거니까, 앞으로 더 잘 놀 수 있기 위하여 이쯤에서 잠깐 쉬어가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며 잠시 이별을 발표했다.

박세리는 "팬분들이 너무나 좋아해주셨다. 그런 응원들이 다르게 와 닿았던 같다. 운동선수로서 좋아해주신 것만이 아니라 선수들 각자의 애로사항에도 많이 공감해주셨다. 비인기종목에 대한 관심도 늘어났다. 그로 인하여 선수들이 점점 용기와 희망을 얻게 되더라"며 <노는 언니>에 남긴 영향에 대하여 언급했다.
 
이상화는 "선수촌이나 이런 방송이 아니면 여러 종목의 선수들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없다. 방송을 통하여 우리가 알지 못 했던 여러 선수들의 장점과 단점을 알게 되고 화합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서 너무 좋았다. 이들과 함께한 시간이 너무나 소중했다"고 밝혔다.
 
항상 암벽위에서 고독한 싸움을 해왔던 김자인은 "저는 다른 선수들을 아예 만날 기회가 없었다. 제 운동만 알고 있다가 여러 종목의 선수들을 만나면서 굉장히 의미있고 재미있었다"고 밝혔다. 김은혜는 "촬영을 앞둔 날은 잠을 못 잘 만큼 설레는 날이 많았다. 다들 시작할 때부터 못 놀아보고 못 해본 게 많다고 이야기했는데, 새로운 경험들, 평생 어디서 만나지 못 할 소중한 인연들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고백했다.
 
유난히 여러 언니들과 찰떡같은 케미를 과시한 한유미는 "촬영 때마다 설레고 기대하는 마음이 컸다. 승부욕에 열이 오르기도 했지만 그만큼 재미있었고 그게 저의 진짜 모습이니까, 그런 것들을 보여줄 수 있어 좋았다"고 회상했다.
 
 E채널 <노는언니2>의 한 장면.

E채널 <노는언니2>의 한 장면. ⓒ E채널

 
막내 정유인은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언니들은 "누가 보면 대상탄 줄 알겠다"며 놀렸다. 정유인은 "막내로 시작하여 막내로 끝났다. 너무 즐거운 추억들이 많아서 하나만 꼽을 수가 없다. 노는 언니에 나오면서 정말 많이 재충전이 되는 기분이었다"며 감사함을 표시했다.
 
박세리는 <노는 언니>를 하면서 다른 종목의 선수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경험에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여자 운동 선수들끼리만 모여서 뭘 할 수 있을까. 그것도 방송에서. 이전에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여러 종목의 선수들을 만나며 서로의 세계를 배워가고, 다양한 선수들끼리 즐겁고 재미있는 추억을 많이 쌓을 수 있었다. 그래서 노는 언니는 내가 애착을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돌아봤다.
 
하나둘씩 눈물을 글썽이는 동생들에게 박세리는 농반진반으로 "당분간은 격주로 서울에 있는 우리 집에서 만나자"고 즉석 제안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언니들은 또다른 재회를 기약하며 박수와 함께 2년간의 여정에 잠시 쉼표를 찍었다.
 
최근 몇 년간 스포츠 스타들이 활발하게 방송에 출연하고 스포츠 예능의 인기도 높아졌지만 남성들에 비하면, 여성 스포츠 스타들을 전면에 내세운 방송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노는 언니>는 '여성 스포츠 스타들만의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색다른 조합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사실상 최초의 프로그램이었다.
 
<노는 언니>는 일반인들은 잘 알기 어려운 여성 운동선수만의 비하인드 스토리나 남모를 애환을 통하여 운동선수도 결국은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각 종목의 여성 스포츠 스타들이 대거 출연하는 놀라운 섭외력, 경기장 밖에서 그녀들의 진솔하고 인간적인 매력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점은 오직 <노는 언니>만이 가진 희소성이었다.

전설의 여성 선수들이 모여 또다른 전설을 이뤄내며 스포츠 예능사에도 큰 의미를 남긴 <노는 언니>는, 잠깐의 휴식 이후 재정비를 거쳐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올 예정이다.
노는언니 박세리 여성운동선수 스포츠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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